원로가수 백설희 5일 새벽 지병으로 타계
"어릴 땐 진짜 우리 엄마 맞나 싶을 정도로 무서운 면이 있으셨죠. 더욱이 가요계 대선배로서 어머닌 제게 언제나 높은 산이자 거대한 벽이었습니다."
지방 공연을 준비 중 어머니 백설희씨가 5일 새벽 유명을 달리했다는 비보를 접하고 황급히 서울로 올라온 전영록은 안타까움와 아쉬움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고인과의 생전 추억을 떠올렸다.
▲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5호에 마련된 빈소에서 어머니 백설희씨에 대한 회상에 잠겨있는 전영록. ⓒ 김상엽 기자
"항상 곧으셨던 분이죠. 임종하시기 전까지…모습이 별명처럼 백설공주와 같이 고우셨던 분이죠. 하지만 어릴 땐 워낙 엄격하게 저희를 키우셔서 그런지 제가 화도 많이 냈던 기억이 나네요."
전영록은 자식들을 엄하게 키우셨던 고인의 모습과 철없던 시절 어머니와 옥신각신하던 기억을 떠올린 듯 어렴풋이 미소를 짓기도 했다.
"어머님은 내게 어렵고도 커다란 벽이었다"
전영록은 "한 가지 아쉬운 점, 어머님께 못다한 부분을 꼽자면 어머니의 주옥같은 노래들을 더 많이 부르지 못한 것"이라며 "여러분도 제 어머니 백설희씨의 이름 석자를 부르고 기억해 주실 때, 더불어 제 어머님의 노래를 함께 불러달라"고 당부했다.
▲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5호에 마련된 빈소에서 어머니 백설희씨에 대한 회상에 잠겨있는 전영록. ⓒ 김상엽 기자
"저희가 하다보니, 가수를 3대 째 이어오고 있지만 어머님이나 아버님의 뒤를 잇겠다는 생각은 감히 못합니다. 솔직히 (그분들처럼)맥을 이을 수도 없구요. 제가 초창기때 어머니의 노래를 부르다 퇴짜를 맞은 적이 있어요. 아마 당시 부르던 목소리와 차이가 나고 편곡도 틀리는 등 어려가지 문제가 있었겠지만 그때 느낀 점은 뭔가 거대한 벽이 저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었죠. 제 딸(전보람)도 티아라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어둠 속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전 그 얘기에 공감을 해요. 연예인 2세로서 느끼는 동질감이랄까요."
부모님에 비해 자신이 항상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전영록은 부모님이 걸어가신 발자취나 남긴 기록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며 짧은 소감을 마무리했다.
한 측근에 따르면 고인은 생전 당신이 죽으면 빈소를 이곳 아산병원에 차릴 것을 당부했다고. 특히 2005년 작고한 남편 황해가 있는 곳(경기도 광주 삼성공원)에 합장해달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