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뢰 침범 MDL 지킬 것인가군, MDL 침범 北지뢰 제거해야합참, 北지뢰매설 알고 은폐했나강신철 국방장관의 엄중한 숙제
  • ▲ ⓒ지난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폭발해 군 장병 3명을 다치게 한 북한군 플라스틱 대인지뢰(수지 반보병지뢰)로 폭발 현장에서 발견됐다.[국방부 제공]
    ▲ ⓒ지난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폭발해 군 장병 3명을 다치게 한 북한군 플라스틱 대인지뢰(수지 반보병지뢰)로 폭발 현장에서 발견됐다.[국방부 제공]
    “일병 조인환, 하사 하용진, 일병 강달진...”
    지난달 29일 경북 칠곡군 다부동에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육군 1사단 김민기 이병이 76년 전 다부동 전투에서 전사한 장병들의 이름을 불렀다. 백선엽 재단이 주관한 이날 전사자 ‘Roll Call(점호)’ 행사에선 다부동·왜관 전투 전사자 3960명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다. 이날 행사에서 만난 전 합참의장은 “6.25 전쟁 때 한 치의 땅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며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해 지뢰지대를 설치하게 둔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25사단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 지뢰에 우리 장병 3명이 크게 다치고, 이어 MDL 이남에서 북한군 지뢰가 발견되면서 묻혀있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북한군의 지뢰와 철책 등 이른바 ‘국경선화’ 시설이 MDL을 침범했다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우리 군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북한군이 지뢰지대를 MDL 남쪽 우리 지역에 어떻게 설치할 수 있었는지, 우리 군은 왜 막지 못했는지, 폭발 사건 뒤 늑장 대응 등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군이 MDL을 침범해 설치한 철책 제거와 지뢰지대의 원상복구, 지뢰 도발한 북한군에 대한 대응도 초미의 관심사다. 
     
    ◆김여정, 21사단을 타격대상으로 지목
    지뢰 폭발 사건은 서부전선에서 발생했는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난달 30일 엉뚱하게 동부전선의 육군 21사단을 타격대상으로 특정했다. 김여정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21사단을 향해 “전술적 반격수단들을 증강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위협했다. 그는 한국군이 실사격을 하면 “즉시적이고 가차 없는 보복”을 가하겠다고도 했다.

    김여정이 21사단을 지목한 이유는 그의 담화 속에 숨어 있다. 김 부장은 “우리(북한) 군인들은 단 한 번도 국경선을 넘어선 적이 없다”며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와 지뢰를 매설했다는 합참의 발표를 전면 부인했다. 오히려 북한군의 ‘국경차단물 공사’에 우리(한국) 군이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가해 북한군 작업자들을 위협하고 있다며 적반하장식으로 주장했다. 특히 (21사단 지역에선) 8월 이후 거의 매일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여정의 주장은 우리 군이 파악한 사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방부 정보본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유용원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군은 지난 8~9월 사이 MDL을 50여 차례나 침범했다. 최근 들어 북한군의 MDL 침범은 대부분 동부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주로 21사단 지역이라고 한다. 9월 들어선 북한군이 거의 매일 MDL을 침범했다고 한다. 

    눈여겨 볼 건 최근 북한군의 MDL 월선이 집중된 21사단 지역에선 우리 군이 반복적인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했다는 사실이다. 북한군은 그때마다 북쪽으로 물러났다고 한다. 김여정이 굳이 21사단을 지목한 건 21사단의 대응이 북한의 국경선화 작업에 장애가 되기 때문이 아닌가.

    김여정의 경고는 심각한 의미를 담고 있다. 북한군이 국경선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MDL을 넘더라도 21사단이 경고방송과 사격으로 작업을 방해하지 말라는 위협으로 읽힌다. 북한은 말로만 끝내지 않았다. 김여정은 21사단 DMZ 방향에 ‘전술적 반격수단’을 증강하겠다고 밝혔다. MDL을 침범한 북한군에 21사단이 경고방송과 사격하면 북한군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군의 MDL 월선이 집중되는 지역에 북한군의 직사·근거리 화력이 보강된다면 우리 군의 경고사격과 북한군의 대응이 맞부딪힐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 ▲ ⓒ북한군이 지난 1년 동안 비무장지대를 요새화하면서 군사분계선을 침범해 우리 지역에 지뢰를 매설하고 철책을 세웠다. 그 사이 군 당국의 작전적 조치는 소극적인 부분도 있었다.[생성형 AI 활용]
    ▲ ⓒ북한군이 지난 1년 동안 비무장지대를 요새화하면서 군사분계선을 침범해 우리 지역에 지뢰를 매설하고 철책을 세웠다. 그 사이 군 당국의 작전적 조치는 소극적인 부분도 있었다.[생성형 AI 활용]
    ◆MDL 침범한 북한군 철책과 지뢰 제거
    MDL을 침범해 우리 지역에 설치된 북한군 철책과 지뢰지대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유엔사는 지난 6월 팩트 시트(Fact Sheet)에서 MDL을 침범한 철책은 정전협정에 따라 ‘제거’를, 지뢰지대는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확인된 북한의 MDL 침범 지뢰와 시설물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따라서 철책 제거와 지뢰지대 원상회복 원칙을 정부가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런데 김여정은 지금까지 한 번도 MDL을 침범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MDL을 침범한 북한군 철책과 지뢰지대가 우리 지역을 침범한 게 아니라 북한 지역에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정전협정상에서 정한 MDL과 다른 새로운 국경선을 상정하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유엔사가 발표한 것처럼 MDL을 침범해 우리 지역에 설치한 북한군 철책을 제거하고, 지뢰지대를 원상복구 하면, “북한이 크게 반발할 소지가 있다. 무력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북한군 정보에 정통한 예비역 장성이 말했다.

    정부와 군은 답해야 한다. 확인된 북한 지뢰를 제거할 것인가. MDL을 침범한 철책이 확인되면 철거할 것인가. 북한이 이를 자기 영역이라고 주장하며 무력으로 막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1976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미루나무 절단(폴 버니언작전)과 같은 작전도 감수할 것인가.
  • ▲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사진)은 지난달 30일 담화에서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침범과 지뢰 매설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군 장병 3명이 북한군이 비무장지대 우리 지역에 매설한 지뢰에 크게 다쳤다.[연합뉴스]
    ▲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사진)은 지난달 30일 담화에서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침범과 지뢰 매설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군 장병 3명이 북한군이 비무장지대 우리 지역에 매설한 지뢰에 크게 다쳤다.[연합뉴스]
    ◆북한군의 지뢰 매설을 방치했나?
    합참에 따르면 북한군의 MDL 이남 지뢰 매설은 지난해 9월부터 파악됐다. 그렇다면 군은 지난 1년 동안 무엇을 했는가. 지난달 28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군의 DMZ 지뢰 매설 질의에 합참은 “작전적 조치를 했다”는 답변뿐이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작전보안이라는 입장이었다.

    문제는 이 ‘작전적 조치’가 무엇이었는지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북한군이 유엔사 정전협정을 무시하고 MDL을 넘어와 지뢰 매설 작업을 할 때 우리 군이 어떻게 조치했는가다. 공개된 군의 설명에 따르면 교전규칙은 북한군이 MDL에 접근하면 경고방송을, MDL을 넘어오면 경고사격으로 퇴거시킨다. 그 이후 조준사격 등 대응은 구체적인 작전수칙에 따른다. 일반적으로 북한군은 경고방송 뒤, 경고사격을 받으면 대부분 북쪽으로 복귀한다. 총탄이 날아오는데도 계속 남하하거나 작업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한다.

    지뢰지대는 병력 여러 명이 지뢰를 운반하고, 땅을 파 매설하는 작업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순간적인 단순 월선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런데도 북한군은 MDL을 넘어와 지뢰지대를 만들 수 있었던 배경에 많은 의심이 집중된다. 경고사격을 받으면서 지뢰 매설 작업을 계속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MDL을 침범한 북한군의 지뢰 매설을 막지 못한 해당 사단과 상급부대에 모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MDL 월선과 지뢰 매설에 우리 군이 적극적으로 조치하지 못한 배경에는 정부 영향도 있어 보인다. 지난해 10월쯤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합참에 ‘북한군의 MDL 침범에 대해 경고사격을 하기 전에 상황 평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것이다. 북한군이 고의로 침범했는지 여부를 면밀하게 평가하라는 내용이다. 당시 일선에선 이를 사실상의 경고사격 자제 신호로 받아들였다는 보도도 나왔다.(중앙일보, 2025. 12. 25) 이 지침이 사실이라면 실제 25사단의 대응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

    그때 북한군의 MDL 침범도 함께 증가했다. 남북간 군사적 충돌이 우려됐다고 한다. 그래서 국방부가 남북간 무력충돌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교전규칙 적용에 신중을 요구했을 수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북한군은 MDL 남쪽에 지뢰지대를 조성했다. 이에 대해 합참은 정상적인 군사조치를 해왔다고 해명했지만, 정말 정상적인 대응을 했는지 의혹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뢰 폭발 사건 뒤 대응도 석연치 않다
    2015년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사건 때엔 관할 군단이 즉각 지역합동조사에 들어갔다. 이어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과 유엔사 군정위가 현장조사를 했다. 사건 발생 엿새 뒤 북한군의 의도적인 목함지뢰 도발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필자는 당시 국방부 대변인으로 그 과정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한 군의 조치는 국민 눈높이에 부족했다. 물론 사고지역이 2015년 목함지뢰 현장보다는 접근이 까다로운 점은 있다. 그렇더라도 상급부대인 1군단이 당일 조사를 시도해야 했었다. 현장 지휘관이 먼저 움직이지 않은 이유를 규명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북한군의 MDL 침범과 지뢰·철책 설치 정황을 군이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었는지, 왜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는지도 밝혀야 한다.

    이번 지뢰 폭발 사건은 북한 지뢰 몇 발을 찾아내는 것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지난 1년 동안 북한군의 MDL 침범과 지뢰 매설을 왜 막지 못했는가. 이미 MDL을 넘어온 북한 지뢰와 철책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우리의 제거활동을 북한이 무력으로 방해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앞으로 21사단을 비롯해 전선에서 북한군이 또다시 MDL을 넘을 때 어떤 원칙으로 대응할 것인가. 이 모든 게 이재명 대통령과 강신철 국방부 장관 앞에 놓인 엄중한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