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법', 시장 5선보다 명예"…대납 혐의 반박"선거 초반 여론조사에 흔들릴 이유 없어"…동기 부재 강조"명태균 못 끊은 건 내 불찰"…관계 관리 책임은 인정
-
- ▲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비용을 제3자에게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자신의 정치 이력과 신념까지 꺼내 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특히 정치자금 투명화를 자신의 대표적인 정치적 자산으로 내세워 "그런 선택을 할 이유도, 동기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최후진술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은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반박하는 동시에 혐의 자체가 자신의 정치적 행보와 모순된다는 점을 재판부에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
-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2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오세훈법' 꺼내든 吳…"대납 요구, 정치신념과 배치"2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오 시장은 "초선 의원 시절 정치자금 수수를 투명하게 하는 법을 만드는 데 앞장섰고 그 성과물이 지금까지 '오세훈법'으로 불리고 있다"며 "국민이 붙여준 이 이름을 서울시장 5선보다 더 명예롭게 생각한다"고 말했다.이어 "그런 제가 저의 후원자라고 하는 사람에게 저를 위한 비용을 대납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은 지금까지 지켜온 정치적 신념과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단순히 사실관계 차원에서 부인하기보다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행동이라는 점을 앞세운 셈이다. '오세훈법'을 직접 거론한 것도 대납 요구 여부를 둘러싼 재판의 쟁점을 자신의 정치 이력 전체와 연결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선거 초반 여론조사에 흔들릴 이유 없어"…'동기 부재' 강조오 시장은 자신이 여론조사 결과에 조바심을 느껴 명 씨에게 별도 조사를 의뢰했다는 특검 측 논리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특검은 국민의힘 당내 경선 과정에서 경쟁 후보보다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오 시장이 명 씨에게 먼저 연락해 조사를 의뢰했다는 입장이다.이에 대해 오 시장은 당시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선거 초반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의 선거 판세와 민심의 향방이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시점이어서 여론조사 결과의 유불리함이 크게 유의미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여러 차례 선거를 치른 후보가 선거 초반 특정 여론조사 결과 하나에 흔들려 검증되지 않은 인물에게 별도 조사를 맡겼다는 특검 측 설명이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결국 '여론조사를 의뢰했느냐'라는 행위 자체뿐 아니라 '당시 자신에게 그런 조사를 의뢰할 동기가 있었느냐'까지 문제 삼은 것이다.오 시장은 "특정 여론조사에서 유리하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일희일비하지 않아 왔다"며 "제가 흔들리면 캠프도 흔들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한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제가 지방에서 갓 올라온 명태균에게 속아 여론조사를 의뢰할 수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몰고 가는 특검의 프레임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고 했다. -
- ▲ 명태균 씨가 지난 4월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명태균과는 거리두기…"못 끊어낸 건 내 불찰"오 시장은 명 씨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명 씨가 김영선 전 의원을 통해 접근했지만 "금방 신뢰할 만한 사람이 아님을 알아봤다"며 이후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 대응을 맡긴 뒤에는 명 씨의 존재를 사실상 신경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 이번 항소심에서 새롭게 증거로 제출된 명 씨와 사업가 김한정 씨 사이 통화 내용도 언급했다. 명 씨가 자신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거나 적대적으로 이야기한 대목을 보면 당시 두 사람 사이의 실제 관계를 가늠할 수 있다는 취지다.그는 또 "특검이 제가 의뢰했다고 주장하는 여론조사를 사전에 논의한 적도, 그 결과를 받아 선거에 활용한 적도 단연코 없다"며 "캠프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다른 사람에게 대신 지급하도록 요청했다는 것 역시 불필요할 뿐 아니라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다만 명 씨와의 관계를 보다 일찍 끊어내지 않은 데 대해서는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오 시장은 "명태균에 대해 이상한 느낌을 받았을 때 즉시 단호하게 끊어내지 못하고 계속 접근할 여지를 줌으로써 법정에까지 서는 모습을 보여드렸다"며 "공인으로서 우유부단한 부족함이 모함의 여지를 주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도 탓할 수 없다. 모두 제 불찰"이라며 국민에게 사과했다.최후진술 말미에는 시장직보다 자신의 정치적 명예와 시정의 연속성이 훼손되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오 시장은 "제 자리를 잃는 것이 두렵지 않다"며 자신이 지켜왔다고 주장하는 정치 원칙이 "일개 정치 브로커의 증오심과 적개심 때문에 오염돼 국민을 실망시키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를 향해 "증오가 진실을 이길 수 없고 조작된 정황이 사실을 덮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 달라"고 요청했다.김건희 특검팀은 이날 오 시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3300만원을 구형했다.앞서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강 전 부시장과 공모해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뒤 김 씨가 비용을 대신 내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문제 된 여론조사 가운데 5건에 대해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항소심 선고는 오는 23일 오후 2시에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