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노무현 금기 깨고 팩트로 말하자"피아제 시계·박연차 금품 의혹 재차 제기민주당 "노무현 모독" 반발에 정면 재반박"불편해 쉬쉬했던 문제 국민께 판단받아야"
  • ▲ 2024년 1월 1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지도부와 함께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 2024년 1월 1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지도부와 함께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영화 '암살자(들)'의 역사 왜곡 논란이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문제로 번졌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에도 진보·좌파 진영에서 '창작의 자유'를 강조하자, 야권이 노 전 대통령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직접 꺼내 들며 같은 잣대로 사실관계를 따져보자고 나선 것이다.

    보수·우파 진영에서는 자신들에게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진보·좌파 진영의 역사 해석에는 관대한 이중잣대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야권에서는 '암살자(들)' 논란을 계기로 특정 진영이 민감하게 여겨온 과거 사건까지 사실 검증의 예외로 둘 수 없다는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괜히 노무현 건들면 큰일난다는 식이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본인 또는 가족이 3억 상당 피아제 시계 2개와 수십억원을 스폰서 박연차로부터 불법적으로 받은 것은 '팩트'"라고 못을 박았다. 

    민주당이 반발하자 관련 문제를 더 이상 금기의 영역에 두지 말고 공개적으로 사실관계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이는 한 의원이 전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찰폐지, 내일부터 지옥문이 열린다' 토론회에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피아제 시계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관련 금품 의혹을 언급한 데 대해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하면서 나왔다.

    2009년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박 전 회장의 금품 제공 의혹을 수사하면서 노 전 대통령과 가족을 조사했다. 노 전 대통령은 같은 해 4월30일 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검찰은 박 전 회장이 선물했다는 피아제 시계 2개의 처리 경위 등도 조사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피아제 시계와 관련해 "배우자가 버린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관련 수사는 노 전 대통령이 같은 해 5월23일 서거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다만 당시 수사 과정과 언론 보도를 둘러싼 논란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특히 이른바 '논두렁 시계' 보도의 경위와 피의사실 공표 문제는 민주당과 진보 진영이 검찰 수사를 비판할 때 반복적으로 거론해 온 사례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무리하게 수사하고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려 압박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한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 ▲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 영화 포스터가 송출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 영화 포스터가 송출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조계원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면 브리핑에서 "한동훈 의원이 세 치 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독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특히 '논두렁 시계' 표현과 관련해 당시 수사 과정에서 왜곡된 프레임이 만들어졌다는 기존 진보·좌파 측 주장을 재차 제기했다. 

    이어 "저열한 비방과 국민 불안을 부추기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관종 짓은 그만하라"며 "지옥문에 들어가기 전에 조금이라도 국민의 용서를 받으려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족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한 의원은 "모두가 불편해 쉬쉬했던 이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말해서 국민들께 판단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말씀드린다"며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그를 검찰 조작수사의 피해자로 규정한 민주당의 해석을 반박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한 후 지금까지 '보수진영에서조차' 노무현 신화에 대한 비판적 얘기를 공개적으로 꺼내는 것은 '금기시'되어 왔다"며 민주당을 향해 노 전 대통령 수사를 둘러싼 사실관계를 놓고 공개적으로 따져보자고 제안했다.

    한 의원은 특히 피아제 시계의 구체적인 처분 방식과 별개로 금품 수수 여부 자체가 논쟁의 본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른바 '논두렁 시계' 보도의 진위가 당시 금품 수수 의혹 전체의 사실관계를 덮을 수는 없다는 취지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측이 피아제 시계들을 논두렁에 버렸는지, 당시 본인들 주장으로 보도된 것처럼 부숴버렸는지는 고위 공직자가 수억대 명품시계들과 수십억 불법금품을 받으면 안 되고 그게 드러나면 누구라도 처벌받아야 한다는 '본질'을 전혀 가리지 못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당시 검찰 수사의 성격을 정치적으로 달리 규정해 왔다는 비판도 이어갔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을 검찰 조작수사의 피해자로 규정하며 이를 검찰개혁의 명분으로 활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지금 당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정치인들은 노무현 수사 당시 노무현을 가혹하리만치 원색적으로 비난했지 전혀 옹호하지 않았다"며 "김민석 현직 민주당 대표,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보라"고 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이 진짜로 극단적 선택을 하자, 민주당 정치세력은 그걸 이용해 20년 가까이 노무현이 조작수사에 당한 피해자라는 허구의 노무현 피해자 신화를 만들어 자기들 정치적 이익에 악용해 왔다"고 돌아봤다.

    한 의원은 이를 민주당이 주도한 검찰청 폐지와도 연결했다. 그는 "결국 '노무현이 검찰 조작수사에 당했으니 복수해야 한다'는 허구의 가스라이팅의 결말이 오늘 발로 전 국민에게 지옥문을 연 검찰제도 자체의 폐지로 이어졌다. 국민이 너무 크게 고통받게 되었다"고 했다.
  • ▲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22년 3월 2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22년 3월 2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뉴데일리DB
    앞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검찰 개혁을 '노무현 정신'과 연결하는 당내 주장에 대해 "노무현의 정치가 아닌 것을 노무현이 추구한 정치적 사실인 것처럼 포장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고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지난 8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인 자신의 개인적 정치적 이익을 위해 노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을 정치적 노리개로 쓰는 것이고 그의 이름을 한낱 조롱거리로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이같이 적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암살자(들)' 논란에 대한 야권의 대응은 한 의원의 노 전 대통령 수사 공론화에 그치지 않고 있다. 영화의 역사적 사실관계를 반박할 자료를 공개하는 한편 제작 과정과 자금 흐름까지 검증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보수·우파 진영이 제기한 문제의식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진보·좌파 진영이 민감하게 여겨온 과거 사건 역시 공개적인 사실 검증의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육 여사의 친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 여사 서거 이틀 뒤인 1974년 8월17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낸 미공개 친필 편지를 처음 공개했다. 

    유 의원은 "이 편지는 편향된 음모론을 세상에 전염병처럼 퍼뜨리고 싶어하는 좌파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을 몽둥이가 될 것"이라며 영화 상영 중단과 제작진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주진우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 조롱 논란으로 사과와 묘역 참배, 역사교육, 징계를 받은 배재고 사례를 언급하며 '암살자(들)' 제작진과 배우들에게는 같은 수준의 책임이 요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영화와 제작사에 국책은행 및 국책은행 출자 펀드 자금이 투입된 사실도 공개했다.

    당 내부에서는 '암살자(들)' 논란을 단순한 영화 비평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사회적 기준의 문제로 확대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영화 불매운동을 언급했고, 조은희 의원은 허진호 감독 등의 국정감사 출석 필요성을 제기했다. 나경원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하면서 육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창작물에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허진호 감독과 제작진은 특정 인물을 육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로 규정한 작품이 아니며, 여러 가설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다룬 것이라는 입장이다. 

    허 감독은 자신이 박 전 대통령을 사건의 배후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고, 제작진 역시 기존의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거나 새로운 역사적 결론을 확정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공방이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검찰개혁 문제로까지 번지면서 정치권의 충돌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 의원도 민주당을 향해 "하나마나한 욕설 말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제 말이 틀렸으면 팩트를 가지고 말하라 그래야 국민 위한 생산적 정치"라며 "이제 민주당도 노무현 문제에 대해 말문을 열었으니, 팩트로 말하자. 링 위에서 기다리겠다"라고 했다.

    한편,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7월 2일 서면브리핑에서 배재고 야구부의 5·18 구호를 "조롱과 혐오, 차별적 폭력"이라고 규정하며 "폭력에 가까운 혐오와 차별 발언을 자유라는 이름으로 허용하는 것은 방치이자 방조"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