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훈 사장 '공급 시차' 들어 추가 대출규제 거론 … 무주택자 문턱 더 높이나서울 집값 역대 최장 상승에 전셋값까지 급등 … 집 사기도 버티기도 막막국민 대출 더 조이자는 LH, 직원엔 지침 어긴 저리대출 … 낯 뜨거운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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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 공급에는 시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지금은 대출규제가 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지난달 30일 경기 용인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내놓은 말이다. 공급대책이 집값 안정에 충분한지를 묻는 질문에 공급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대출 규제를 병행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 사장은 대출을 최대한 활용한 매수 경쟁이 집값을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다만 금융당국 등 관계부처와 사전에 협의한 내용은 아니며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추가 대출 규제가 정부 방침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같은 날 정부서울청사에서는 제3차 범부처 주택 신속공급 점검회의가 열렸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서울 비아파트 착공·인허가 실적이 늘었지만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밝혔다. 공급계획이 실제 착공과 입주로 이어지도록 챙기겠다는 약속도 했다. 정부는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고 하고, 공급을 실행할 기관의 수장은 그 사이 대출을 더 조이는 방안을 거론한 셈이다.

    그 약속을 기다리는 동안 무주택자의 주거비 부담은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9월 넷째 주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86주 연속 상승해 역대 최장 기록을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올해 들어 8.18% 올랐다. 내 집 마련은 더 멀어졌고, 전세로 버티는 일마저 버거워졌다.

    이미 수도권·규제지역의 15억원 이하 주택은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돼 있다. 소득과 기존 부채, 담보인정비율에 따라 실제 빌릴 수 있는 금액은 이보다 적을 수 있다. 예컨대 12억원짜리 집은 최대한도를 모두 빌리더라도 매매대금의 나머지 6억원을 직접 마련해야 한다. 집값이 더 오르면 그만큼 채워 넣어야 할 자기자금도 늘어난다.

    여기서 대출 문턱을 더 높이면 모아둔 돈에 대출을 보태 첫 집을 마련하려던 무주택자의 선택지는 더욱 좁아진다. 매수를 미루고 전세로 시간을 벌려 해도 전셋값 상승이 기다리고 있다. 내 집 마련에 쓸 돈을 모으는 동안 당장 살 집의 보증금도 더 마련해야 한다. 공급을 기다리라는 말만으로는 이 두 가지 부담을 덜어줄 수 없다.

    국민 대출은 더 조이자는 LH가 정작 직원 대출에는 정부 지침조차 지키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정희용 의원이 공개한 국토부 제출자료에 따르면 LH·한국부동산원·주택도시보증공사(HUG)·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등 4개 기관은 정부 지침에 맞지 않는 사내 주택자금 대출 제도를 운영했다. 정부 기준은 1인당 7000만원 이내인데 기관별 한도는 8000만원에서 최대 2억원이었다.

    금리도 LH는 연 3.28%, HUG는 2.50%로 정부 기준보다 낮았다. LH가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제공한 직원 주택자금 대출은 87억1700만원에 달했다. 국토부는 해당 기관들이 노사협의를 거쳐 정부 지침에 맞게 제도를 개선하도록 관리·감독하겠다고 밝혔다.

    직원에게는 정부 지침을 어긴 저리대출을 제공하면서 국민에게는 대출을 더 조이자고 하니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내부 대출에 적용되는 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기관이 내놓은 규제 강화론을 실수요자가 납득하기는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공급을 기다리는 동안 무주택자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다. 집값은 오르고 전세보증금도 더 필요한데, 대출마저 줄이면 내 집 마련은 한층 멀어진다. 공급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에는 그때까지 실수요자의 주거 불안을 어떻게 덜어줄 것인지에 대한 답도 따라야 한다.

    공급이 닿기까지 무주택자의 주거비는 멈추지 않는다. 오른 전세보증금을 메우면서 집 살 종잣돈까지 모아야 하는 이들에게 대출을 더 죄자는 주문은 짐을 하나 더 얹는 일이다. 공급 책임자가 말한 '시차'는 결국 무주택자가 월세와 이자로 치르는 값이다. 그 값을 치를 자금줄까지 막는 답변이 이들에게 반가울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