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왜곡은 창작의 자유 범위 확실히 넘어""관련 기록 및 생존 인물 있는데 확인 과정 없어""시대상 모를 젊은 세대 판단력과 역사 의식 믿는다"
  • ▲ 최대석 박정희학술원 이사장 겸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 ⓒ정상윤 기자
    ▲ 최대석 박정희학술원 이사장 겸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 ⓒ정상윤 기자
    최대석 박정희학술원 이사장 겸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가 고(故)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두고 역사적 사실과 다른 설정을 창작의 영역으로만 볼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최 이사장은 2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영화가 사실관계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당시 권력기관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건 개입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다.

    허진호 감독 등 제작진은 영화가 박 전 대통령을 사건의 배후로 전제하거나 특정하지 않았으며 실제 기록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극영화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최 이사장은 이에 대해 "영화 후반부에 중앙정보부의 '윗선'이 여기에 개입돼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며 "'중정의 윗선'이라고 하면 청와대와 박정희 대통령을 예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중앙정보부는 최고의 권력기관이었다"면서 "'중정의 윗선'이라고 해놓고 자신들은 누구를 특정한 바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자기기만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영화가 당시 시대상을 묘사하는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하며 "영화를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당시 세태를 악의적으로 그리고 있고 누구나 이것이 어떤 결말을 가져올 것인지 알 수 있다"면서 "제작진도 이를 충분히 알면서 만들었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창작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사안별 판단이 필요하다며 "창작의 자유와 역사 왜곡을 이분법적으로 논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본인들이 역사적 왜곡을 하는 것을 두고 창작의 자유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고 창작의 자유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범위를 분명히 넘어갔다고 본다"며 "아직 살아 계신 사건 피해 당사자들의 인권 등에 대한 고려 없이 표현의 자유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9월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 영화 포스터가 송출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9월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 영화 포스터가 송출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시대상부터 총성까지 … 사실 확인 없이 만든 역사왜곡"

    최 이사장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사건과 당시 사회상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 확인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녹음 파일도 존재하고 국립문서보관소가 보유한 자료에도 총성이 다섯 발이라고 돼 있는데 영화에서는 여섯 발이라는 전제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며 "이것은 진실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최 이사장은 "당시 중앙정보부가 언론 탄압을 많이 하던 시기였던 것은 맞다"면서도 언론 상황을 표현한 장면에 대해 사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첫 장면을 보면 신문기자인 주인공 박기진 씨가 어떤 차에서 떨어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며 "중앙정보부가 언론에 개입했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당시 신문사에서 타자기로 기사를 작성하는 장면 등이 나오는데 당시 신문기자들은 직접 손으로 원고를 썼다"며 "타자기에 모래를 뿌린다든지 신문사 편집부에 들어가 기자들을 폭행한다든지 하는 기본적인 설정 자체부터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최 이사장은 제작진이 재단이나 당시 사건 관계자를 상대로 추가적인 사실 확인을 할 수 있었다는 점도 언급하며 문제 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문세광 사건 관련 기록 자료를 비롯해 박정희 대통령과 관련한 자료는 저희 재단에도 많이 있다"며 "재단을 한번 방문해서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묻고 자료를 요청할 수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관계자들도 아직 생존해 있다"며 "그런 사람들을 찾아가 만나고 관련 전문가들도 만나야 하는데 전혀 그런 과정 없이 본인들의 악의적인 의도에 따라 역사 왜곡이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최 이사장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 당시 고등학교 3학년으로 사건과 이후 장례 과정을 직접 지켜봤다며 "많은 시민들이 소복을 입고 애통해하던 장면이 한 장의 사진처럼 머릿속에 아주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날이 8월 15일이었고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가 바로 청와대 옆이었다"며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되는 날이라 종로에서 서울역까지 시승을 하고 돌아오던 중 사건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들었다"고 했다.

    이어 "장례 기간 내내 학교가 청와대 옆이었기 때문에 상황도 지켜볼 수 있었다"며 "'인산인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국민이 조문했다"고 덧붙였다.

    최 이사장은 사건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가 영화를 통해 당시 역사를 접하는 점을 가장 우려한다면서도 "저는 우리 젊은이들의 판단력과 양식, 역사 의식을 믿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그 시대를 전혀 경험하지 않은 20대, 30대들은 1970년대를 단지 암울한 시기로만 볼 수 있다"며 "그런 측면도 분명히 있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대한민국의 근대화가 이뤄지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정신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시기"라고 평가했다.

    다만 "20대와 30대가 이 영화가 역사적으로 왜곡된 측면이 많다는 점을 댓글을 통해 많이 지적했다"며 "어떻게 보면 전 국민적으로 이 영화의 역사적인 문제점이 폭넓게 제기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최 이사장이 본 이번 논란의 본질은 '창작의 자유' 자체가 아니라 실제 역사와 인물을 다루면서 어디까지 사실을 확인하고 책임 있게 표현했느냐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