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상은 비공개 … 영화적 판단은 유지"'음모론' 발언, 박정희 배후설과 무관"
  • ▲ 영화평론가 이동진. ⓒ유튜브 채널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 영화평론가 이동진. ⓒ유튜브 채널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최근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리뷰 영상을 올린 후 비난 여론에 휩싸인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자신이 했던 평가를 철회하거나 그 평가 자체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동진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그냥 음모론 정도로 치부할 수가 없다'는 리뷰 발언은 영화가 다룬 여러 의문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며 이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였다는 주장으로 연결하는 것은 자신의 발언 취지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유튜브 채널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제작진은 지난달 29일 영화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이유로 같은 달 25일 공개했던 이동진의 리뷰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해당 영상에서 이동진은 '암살자(들)'에 5점 만점에 3점을 주고 "사건의 흐름과 틈새를 밀도 높게 파고드는 시선"이라는 평가를 남겼다.

    문제가 된 것은 영화가 제기하는 역사적 의혹에 대해 이동진이 "그냥 음모론 정도로 치부할 수가 없다"고 말한 부분이었다.

    이동진은 이에 대해 "제가 그 말을 한 것은 1974년 8월 15일 국립극장에서 발사된 총탄들의 행방과 소재를 둘러싼 의문을 비롯해, 당시의 공식 발표만으로는 선뜻 해소되지 않는 지점들을 이 영화가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영화가 제기하는 모든 가설이 사실이라는 뜻이 아니었다"며 "더욱이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였다는 주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말이었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실제로 하지 않은 주장이 마치 자신의 견해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동진은 "제가 실제로 하지 않은 주장이 제 견해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상황에 대해서 분명히 말씀드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제가 리뷰에서 논한 것은 영화가 제시하는 의문과 그 의문을 극적으로 구성하는 방식이었으며, 특정 인물을 암살의 배후로 단정하는 주장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을 둘러싼 해석과 관련해서는 한층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이동진은 "같은 영화를 보고도 특정한 장면이나 설정에서 다른 함의를 읽어내는 관객이 있을 수 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이와 같은 말도 안 되는 끔찍한 주장은 이 영화에 대사로든 장면 묘사로든 담겨 있지 않다고 저는 본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의 암살 배후'라는 해석을 떠올리기는 어렵다는 게 제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존재하지도 않는 주장을 가정한 후 공격하는 것이기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과거 자신이 다큐멘터리를 비판했던 것과 이번 평가가 모순된다는 지적에도 입장을 내놨다.  

    논란이 된 것은 이동진이 약 19년 전 다큐멘터리 '관타나모로 가는 길'을 평가하면서 실제 사건과 배우들의 재연 장면이 뒤섞이는 문제를 지적했던 전력이다. 

    이에 대해 이동진은 당시 자신이 문제 삼은 것은 강한 정치적 주장을 담은 다큐멘터리에서 실제 사건과 배우들의 재연 장면 사이 경계가 불분명해질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암살자(들)'은 배우들이 연기하는 극영화라는 점에서 다르게 봐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동진은 "관객 역시 그것이 극화된 이야기라는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영화를 보게 되기에 다큐멘터리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며 "물론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극영화가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는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기에 '암살자(들)' 역시 그런 관점에서 비판받을 수 있고, 그런 토론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작품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는 방식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이 영화에 대한 논쟁이라면 가능하면 영화 전체를 본 뒤 이루어졌으면 한다"며 "제 리뷰에 대한 비판 역시 전반적으로 제가 어떤 맥락으로 이야기했는지를 바탕으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리뷰 영상이 비공개로 전환됐다는 사실과 자신의 평가를 철회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동진은 "저는 지난 30년 동안 영화를 평하면서 작품에 따라 서로 정반대의 입장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번갈아가며 비판을 받아왔다"며 "이 영화에 대해 이번 영상을 통해 밝힌 제 견해는 현재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의 제 견해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암살자(들)'에 대해 제가 했던 영화적 판단은 현재도 같다"며 "따라서 그 리뷰에서 제가 했던 평가를 철회하거나 그 평가 자체에 대해 사과할 생각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도 "다만 제가 무엇을 말했고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지는 분명하게 남겨두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경찰과 기자들이 사건의 의문과 배후를 추적하는 내용을 그렸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건의 이면과 당시 제기됐던 의문들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하면서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암살자(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해지자 제작진은 "영화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니"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