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욱의 오프더레코드'서 심경 고백"박정희가 기획했을까, 가장 큰 딜레마""본인에게 총 맞을 수 있는데 개연성 없어""'이제는 말할 수 있다' 보고 작품 구상"
  • ▲ 영화 '암살자(들)'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 ⓒ정상윤 기자
    ▲ 영화 '암살자(들)'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 ⓒ정상윤 기자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출을 맡은 허진호 감독이 작품에 담긴 설정의 배경과 제작 과정에서 고민했던 점들을 직접 밝혔다. 허 감독은 영화 제작 초기부터 '박정희 대통령이 사건을 기획했을 가능성'을 놓고 고민했지만, 이를 확정적인 설정으로 가져가는 것은 극적 개연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자기 아내까지 그렇게 죽여버린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허 감독은 지난달 30일 유튜브 채널 '봉지욱의 오프더레코드'를 통해 공개된 전화 인터뷰에서 '암살자(들)'을 만들게 된 배경과 함께 최근 일고 있는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일단 허 감독이 영화의 출발점으로 꼽은 것은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였다.

    허 감독은 "솔직히 이 영화를 제가 시작하게 된 것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보고 나서였다"며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와는 조금 달랐는데, 그 프로그램을 보고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서 많은 부분을 가지고 왔다"면서도 "'마에다'처럼 미지의 인물은 제가 감히 상상력을 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사건을 취재했던 제작진과 직접 이야기를 나눈 것도 영화의 방향을 잡는 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해당 프로그램을 제작한 PD와 인터뷰를 해 보니, 그게 굉장히 복잡했다"면서 "단순히 북한과 연계가 없다, 있다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가지가 연계돼 있었던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제목의 '암살자(들)'에 괄호를 넣은 이유 역시 이 같은 문제의식과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인물을 하나의 범인으로 단순화하기보다 당시 사건을 둘러싼 여러 가능성과 복잡한 관계를 열어두려 했다는 취지다.

    허 감독이 영화 제작 과정에서 가장 오래 고민했다는 질문은 따로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이 사건을 기획했을까."

    허 감독은 "제가 이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 제일 딜레마였던 게 그것이었다"며 "그래야 드라마가 성립되는 측면이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가설을 그대로 밀어붙이기에는 스스로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총을 문세광이 쐈는데, 단상을 방탄으로 바꿨다고 해도 자신을 향해 쏜 총알이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본인의 머리에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며 "이 정도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신의 아내인 육영수 여사의 피격을 직접 기획했다는 설정은 영화에서 제외했다는 것이다.

    허 감독은 "그 부분이 굉장히 민감할 수 있고, 제가 어떤 확정을 가지고 한다는 것도 아닐 것 같았다"며 "무엇보다 자기 아내까지 그렇게 죽여버린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당시 사건을 둘러싼 의문 자체를 닫아버린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뭐가 있을까, 어떤 상황일까가 찍으면서 정말 어려웠고 궁금했다."

    허 감독은 이어 "그때 그들 간에 어떤 암투도 있었던 것 같고, 복잡함이 좀 있었다"며 "그 부분을 어떻게 보면 열어놓고 찍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가 특정한 결론을 정해놓고 의혹을 확대했다는 해석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오히려 자신이 의도적으로 왜곡하려 했다면 영화에 더 자극적인 설정을 넣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허 감독은 "제가 그럴 마음이 있었다면 그때 '육박전'이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것을 대놓고 넣었을 것"이라며 "그런 부분은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영화가 '역사 왜곡'이라는 프레임으로 비판받는 데 대해서는 당혹감을 드러냈다. 

    허 감독은 "저도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신이 오랜 기간 이 사건을 들여다봤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 10년에 걸쳐서 이걸 계속 봤고, 방송 3사에서도 계속 나왔는데 결과적으로 어느 국가에서 명확한 해답도 없었다."

    이어 "당연히 감독으로서 이걸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지 않겠느냐"며 "그런데 지금 이렇게까지 된 것은 저도 몰랐다"고 말했다.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공식적으로 알려진 사건의 이면과 당시 제기됐던 의문들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제작진은 지난달 28일 공식 입장을 통해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거나 새로운 역사적 결론을 확정하려는 작품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