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통해 "좌우 균열 심화시키는 작품" 우려"저격사건 배후가 박정희라고 추측하게 만들어""너무 나간 상상 … 진보 어른들이 선 그어줘야""박정희는 오늘의 경제적 도약 이루게 한 거인"
  • ▲ 최승호 뉴스타파 PD. ⓒ연합뉴스
    ▲ 최승호 뉴스타파 PD. ⓒ연합뉴스
    MBC 'PD수첩'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인물로 MBC 사장 시절 소위 '적폐청산' 인사를 단행해 보수 진영과 반목의 시간을 보내온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박정희 정권이 영부인을 죽인 범인이라는 의심을 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영화 '암살자(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승호 PD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육영수 여사가 저격당한 비극적 사건의 기획자가 박정희 대통령 혹은 그의 수하였던 중앙정보부라고 상상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좌우 간 균열을 한층 더 심화시키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문세광의 저격사건에 대한 수사가 짧은 시간에 이뤄지고 신속한 재판과 사형으로 이어졌기에 남아 있는 증거들에서 여러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당시 정권을 사건의 배후로 의심하는 건 '너무 나간 상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 PD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가 총탄에 맞고 쓰러졌을 때 사회적 파장이 매우 컸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중학교 1학년 어린 나이였지만 육 여사의 죽음이 대중들에게 준 슬픔의 크기를 기억한다"며 "아내의 영구차에 손을 올리고 망연한 표정을 짓던 박 대통령의 모습도 남아 있다. 박 대통령은 그 사건 뒤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고, 그 역시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다"고 되짚었다.

    그러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 사는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희란 인물은 과도 많았지만 대한민국이 오늘의 경제적 도약을 이루게 한 거인이란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박 전 대통령의 공을 추어올린 최 PD는 '그를 빼고 대한민국의 오늘을 설명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또한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전직 대통령들을 높이 평가한다면 박 전 대통령 역시 그가 남긴 공적을 높이 평가해야 균형이 맞다고도 했다.

    최 PD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현대사에 남긴 족적을 높게 평가한다면 그만큼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평가도 높게 해야 균형이 맞는다"며 "과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그의 공적에 대해 후세대들이 자세히 알게 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공통의 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우리 사회가 양극단으로 나뉘어 서로 대립하는 구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윤석열의 비상계엄 이후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 진보·보수의 균열을 매우 걱정스럽게 생각한다"며 "지금처럼 서로 미워하면 나라가 온전하겠는가? 다음 정권을 보수가 잡으면 지금 민주당 정권이 해놓은 검찰개혁은 어떻게 될까? 그 다음엔 또 민주당이 다시 잡고 또 원위치시키고"라고 씁쓸해 했다.

    이른바 '진보 진영'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최 PD는 "'암살자(들)'이 논란을 만들고 있으면 진보의 어른들이 '너무 나간 상상'이라고 선을 그어주면 안 되느냐"며 "80이 넘어서도 국회의원을 하고 계신 한 어르신은 '영화를 더 보라'고 그러시더라. 기가 막혀서"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 ▲ 최승호 뉴스타파 PD. ⓒ뉴시스
    ▲ 최승호 뉴스타파 PD. ⓒ뉴시스
    해당 글을 올린 뒤 주변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듯 최 PD는 이튿날(1일) 재차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자신의 발언과 소신을 철회할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그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에 의견을 밝혔더니 '영화를 보고 이야기하라'는 분들이 많아 어제 봤다"며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하고 사건의 흐름도 촘촘히 짜여 있다고 느꼈다. 박해일과 유해진 두 배우의 연기가 참 좋았다"고 호평했다.

    작품 내용을 떠나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었다고 호평한 그는 "다만 영화는 저격사건의 배후를 관객들이 박정희 대통령이라고 추측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짜여 있었다"고 해석했다. 일각에서 주장한 것처럼 정권(중앙정보부 등) 내 암투 정도로 묘사한 게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최 PD는 "영화는 시종일관 저격사건의 음모를 청와대 경호실과 중앙정보부가 끌고가는 서사"라며 저격사건 당일 갑자기 연단이 방탄으로 바뀌었다는 '극화된 내용'이 들어간 점도 거론했다.

    이어 "박정희 시대에 경호실과 정보부를 같이 움직일 힘이 누구에게 있었는지는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방탄연단으로 바꾼 것은 그 배후를 문세광의 총탄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이었다는 추론을 관객은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영화는 문세광의 공범 유해진(형사반장)의 머리에 총을 들이대는 장면에 누군가와 교신하는 무전기 소리를 넣어서 공범이 정부 기관원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지적했다.

    최 PD는 "이런 정도는 극영화가 할 수 있는 것일까?"라고 반문하며 "그동안 영화가 해온 범위 내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박정희 대통령이 육 여사를 죽이라고 했단 말이냐'는 비판을 하는 것이 무리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판을 할 부분은 하되 영화로서 받아들이고 정치는 빠졌으면 좋겠다"고 밝힌 그는 "올리버 스톤 감독의 JFK도 '음모론'이라는 평이 많았지만 영화적으로는 성공했다"며 "다만 우리는 그 때 미국보다 훨씬 더 진영 간 갈등이 심하다"는 차이점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생각하는 목소리들이 아쉽다"는 말로 장문의 글에 마침표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