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의 상징적 7번 박지성아시안게임 대표팀 7번 엄지성 최고의 활약, 전 경기 공격 포인트중국전에서는 캡틴 완장 달고 2도움
  • ▲ 아시안게임 대표팀 백넘버 7번 엄지성이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팀을 결승까지 이끌었다.ⓒ뉴시스 제공
    ▲ 아시안게임 대표팀 백넘버 7번 엄지성이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팀을 결승까지 이끌었다.ⓒ뉴시스 제공
    한국 축구대표팀의 붉은 유니폼의 백넘버 '7번'은 상징적인 번호다. 

    이 번호를 전설의 번호로 만든 전설적인 선수는 바로 '박지성'이다. 한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로 꼽히는 박지성. 2022 한일 월드컵 4강 주역,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 16강을 이끌었던 박지성이다. 

    그가 전성기 시절 한국 대표팀에서 달았던 번호가 7번이었다. 그리고 박지성은 한국 대표팀의 위대한 캡틴으로 존경받고 있다. 

    백넘버 7번과 캡틴. 7번은 그렇게 한국 대표팀 에이스이자 정신적 지주, 위대한 리더를 표현하는 번호가 됐다. 붉은 유니폼의 7번 박지성은 항상 옳았다. 항상 위대했고, 항상 강렬했다. 때문에 7번은 아무나 달 수 없었다. 무게감과 책임감이 가든 담긴 번호이기 때문이다. 이 역할을 그대로 물려받은 이가 지금의 한국 대표팀 7번이자 주장인 손흥민이다. 

    한국 대표팀에 또 다른 '지성'이 있다. 그 역시 붉은 유니폼을 입고 있고, 백넘버 7번이다. 주장 완장도 달았다. 바로 '엄지성'이다. A대표팀이 아닌 아시안게임 대표팀이다. 

    한국 U-23 대표팀은 현재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고 있다. 파죽지세로 결승까지 올라섰다. 

    한국은 D조 1차전에서 카타르에 4-1 승리를 거둔 후 2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완파했다. 8강에 올라선 한국은 베트남을 4-0으로 대파했고, 4강에서 중국을 2-1로 꺾었다. 

    한국의 결승행에 백넘버 7번의 놀라운 활약이 있었다. 엄지성은 박지성과 같은 포지션인 윙어다. K리그1(1부리그) 광주FC의 에이스로 거듭난 후 2024년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스완지 시티로 이적했다. 유럽의 경험을 장착한 엄지성은 더욱 강해졌고, 24세 이상 와일드카드의 한 명으로 아시안게임에 합류했다. 

    1차전 카타르전에서 엄지성은 전반에만 '해트트릭'을 작렬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에이스가 자신이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증명한 경기력이었다. 2차전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는 후반 21분 터진 신민하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8강 베트남전에서는 선발에서 제외됐다. 휴식을 위한 배려였다. 이미 검증된 엄지성이 아닌 다른 자원의 시험 의도도 있었다. 한국은 전반을 1-0으로 마쳤다. 리드하기는 했지만 불안한 리드였고, 전반 경기력은 사실상 베트남을 압도하지 못했다. 한국은 반전이 필요했고, 반전을 위해 엄지성이 필요했다. 

    엄지성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됐고,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공격에 활기를 찾은 한국은 3골을 더 터뜨렸고, 엄지성은 후반 43분 김명준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4강 중국전. 엄지성의 존재감이 가장 빛났던 경기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만났던 팀 중 가장 강한 팀이었다. U-21세 이하로 꾸린 팀이 아닌 프로, 해외파, 와일드카드까지 다 투입한 중국이었다. 이번 대회 경기력도 좋았고, 한국 입장에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중국전에서 한국의 '캡틴'은 엄지성이었다. 기존 주장인 이기혁이 선발에서 제외됐고, 주장 완장은 엄지성의 팔로 왔다. 

    캡틴 엄지성은 더욱 빛났다. 해트트릭과 같은 대량 득점은 없었다. 그러나 팽팽한 흐름에서 흐름을 바꾼 '게임체인저' 역할을 해냈다. 팀 승리를 책임지는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과거 박지성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은 전반 22분 중국 윙위둥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한국은 추격에 나섰지만 중국의 밀집수비를 뚫어내지 못했다. 중국 쪽으로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갔다. 이때 등장한 이가 백넘버 7번 엄지성이었다. 

    전반 33분 한국이 얻은 코너킥. 키커는 엄지성이었다. 그는 문전의 192cm 장신 공격수 이영준 머리에 정확한 '택배 크로스'를 올렸고, 이영준은 헤더로 중국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은 중국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내준 첫 번째 실점이었다. 

    엄지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엄지성은 한국의 에이스. 중국도 잘 알고 있다. 엄지성이 공을 잡으면 중국 선수 2명 이상이 붙었다. 그럼에도 엄지성은 자신이 할 일을 했다. 중국은 엄지성이 하는 일을 막지 못했다.  

    후반 엄지성을 중심으로 한국 공격은 활기를 찾았다. 후반 4분, 후반 6분 엄지성은 연이어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했다. 한국의 공격은 리듬을 탔고, 주도권은 완전히 한국으로 넘어왔다. 엄지성이 게임체인저 역할을 완수한 것이다. 

    후반 36분 엄지성은 중국을 침몰시켰다. 아크 왼쪽에서 다시 한번 '택배 크로스'를 올렸고, 문전으로 쇄도하던 배준호 머리로 정확히 향했다. 배준호의 헤더는 중국의 골문을 허물었다. 역전골이었다. 한국의 결승행을 이끈 결승골이었다. 

    엄지성은 아시안게임 4경기에서 모두 출전했고, 전 경기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또 한국 공격의 선봉 역할을 해내며 경기의 흐름을 바꾸고, 한국 공격진의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에도 쉼이 없었다. 이견이 없다. 엄지성이 이민성호의 에이스다. 


  • ▲ 박지성은 한국 대표팀 백넘버 7번의 상징적인 선수다.ⓒ연합뉴스 제공
    ▲ 박지성은 한국 대표팀 백넘버 7번의 상징적인 선수다.ⓒ연합뉴스 제공
    이제 마지막 단계까지 왔다. 아시안게임 결승전이다. 한국은 2014 인천 대회를 시작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 대회까지 3연패를 달성했다. 전대미문의 4연패에 이제 한 걸음 남았다. 

    결승 상대는 개최국 일본이다. 일본은 4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우승 후보 중 하나인 우즈베키스탄을 꺾었다. 1-1 무승부를 거둔 후 승부차기에서 9-8로 이겼다. 오는 3일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결승전. '한일전'이 성사됐다.  

    한일전을 얘기하자면 다시 붉은 유니폼 7번을 소환해야 한다. 

    2010년 5월 24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 2010 남아공 월드컵 출정식을 준비한 일본의 상대는 한국이었다. 한국의 백넘버 7번은 일본의 잔치를 완전히 망가뜨렸다.

    전반 6분 박지성은 일본 수비수들의 강한 압박을 벗겨낸 후 단독 드리블로 치고 나갔다. 일본 수비수 3명이 따라붙었지만, 박지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른발 슈팅을 때렸다. 공은 골대 왼쪽 구석을 아름답게 갈랐다. 

    이후 박지성은 무표정한 얼굴로 경기장을 살살 뛰었다. 마치 산책을 하듯. 경기장을 채은 5만명이 넘는 일본 팬들은 침묵해야 했다. 이 장면이 바로 그 유명한, 전설이 된 박지성의 '산책 세리머니'다. 

    일본을 침몰시킨 박지성의 '산책 세리머니'는 한일전 승리에서 빠지지 않는 최고 명장면으로 항상 꼽히고 있다. 한국은 이후 박주영의 추가골로 일본의 심장에서 2-0 완승을 챙겼다. 

    이번 아시안게임 결승은 일본에서 열린다. 상대는 일본이다. 한국에는 백넘버 7번 '지성'이 있다. 또 다른 '산책 세리머니'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