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재래식 방위 책임 커지는데美 지원 줄어드는 구조 고착화대규모 증원은 사실상 불가능핵작전·확전 관리절차 구체화 해야
  • ▲ 세종연구소가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작권 전환과 연합방위의 미래'를 주제로 공개포럼을 얼였다. ⓒ세종연구소 제공
    ▲ 세종연구소가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작권 전환과 연합방위의 미래'를 주제로 공개포럼을 얼였다. ⓒ세종연구소 제공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이 한국군으로 넘어오더라도 미국의 역내 군사태세가 별도로 바뀌면 한국은 한반도 재래식 방위 책임만 더 떠안고 미국의 지원은 줄어드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 경고가 나왔다. 전환 이후 연합지휘구조와 미군 전력태세를 놓고 한미 간 논의와 합의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확장억제 전문가인 조비연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작권 전환과 연합방위의 미래'를 주제로 연 공개포럼에서 "우리가 피해야 할 최악의 상황은 전작권 전환만 이뤄지고 미국의 역내 태세가 별도로 변화하면서 결과적으로 한국은 한반도 재래식 방위의 책임을 더 많이 부담하고, 미국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더 제한적인 미국의 지원'(critical but more limited support)만 제공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 구조는 미국이 지난 1월 공개한 새 국방전략(NDS)에서 북한 억제와 관련해 미국의 역할을 규정한 표현이다.

    조 연구위원은 "미국과 심도 있게 토의해서 미군의 태세 변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반드시 필요한 미국의 능력과 공약을 최대한 제도적으로 묶어두려는 노력이 시급하다"며 "전작권 전환은 단순히 지휘관의 국적을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맞춰 한미동맹의 지휘체계와 전력 운용, 역할과 책임을 재설계하고, 현대화된 전장에서 함께 싸워 승리할 수 있는 구조로 동맹을 전환하는 작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마주할 수 있는 미래의 현실은 3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지역사령부의 창설 여부, 가속화되는 주한미군의 '경량화’ 및 비운동성(non-kinetic) 전력과 신속 전개가 가능한 신규 중장거리 미사일 도입, 전략적 유연성(주한미군 전력의 차출만이 아니라 신규 전력의 전출입)을 꼽았다.

    그러면서 인도태평양사령부와 주한미군·주일미군 사이에 하위 통합사령부를 두자는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동북아사령부'(USNEACOM) 구상에 주목했다. 그는 "미국 입장에서는 향후 동북아 지역사령부를 신설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하나의 미국 지휘선으로 연결하고 유엔사령관을 겸직하게 하면, 적어도 미군의 역내 증원・지원・일본 기지 활용문제를 보다 일관된 구조 안에서 처리할 수 있다"고 짚었다.

    지휘권과 실제 작전능력 사이의 간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성훈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위성정보·전략정보·전략폭격기·항모전단·미사일방어·조기경보 등은 한국군이 핵심능력을 확보하기 전까지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어 "지휘권과 능력의 괴리가 장기화될수록 전작권 회복은 형식적 성공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최근 호르무즈 파병을 둘러싼 논쟁을 거론하며 "한국의 역내 기여가 전작권 회복의 진전과 교환 조건이 된다면 회복의 본질적 의미가 훼손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설인효 국방대 교수는 "탈냉전기, 특히 미중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2의 한국 전쟁 억제를 위한 대규모 증원은 사실상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인식도 확산돼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북한의 오판을 막기 위해서라도 최소 규모의 안정적 증원은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설 교수는 올해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미래연합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완료가 선언되면 이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라 국론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현 합의 상 FOC 검증 후 완전임무수행능력(FMC)과 전작권 전환 선포 등의 절차는 시점을 정하는 것으로 돼 있으나 미 측이 FOC 검증은 수용하되 FMC를 다시 조건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전작권 전환이 도래했다는 가정 하 이후 연합지휘에 대한 논란이 고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핵작전과 확전 관리를 둘러싼 우려도 제기됐다. 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미국 핵전력에 대한 국가통수체계와 미 전략사령부 중심의 핵지휘통제체계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작권 전환 이후에는 한국군이 주도하는 연합방위체계와 미국의 핵전력 운용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면서 "미래연합사가 식별한 작전적 요구가 어떠한 절차를 통해 미 측에 전달되고, 미국이 제공하는 전략능력이 어떠한 절차를 통해 연합작전에 반영되는지를 평시부터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주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확장억제의 신뢰성이 더욱 약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한국 주도의 작전으로 확전을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핵작전을 한미연합사령부와 한국 전략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 유엔군사령부가 어떻게 뒷받침할지도 "아직 다소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전쟁 종료 단계에서는 확전을 감수할지 제한할지에 대한 판단이 "미국에 의존해서 할 수밖에 없는 결정"이라며, 한국의 독자적 출구전략 수립은 크게 제한될 것으로 봤다. 그는 "전략자산 전개에 대한 확약 등 구속력 있는 문구를 한미 관련 약정(TOR)과 전략지시(SD)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환 속도를 두고는 시각차가 드러났다. 전재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조건 미충족 판정이 무한정 유예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동으로 진행되는 '시한'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연구위원은 "전작권의 부재는 작전적 수준 역량의 결핍을 낳고, 그 결핍은 다시 전환 불가의 근거로 원용돼 부재를 유지시킨다"면서 "관건은 조건이 아니라 시한"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연구원의 김기주 책임연구위원은 전환 시기를 둘러싼 한미 입장을 비교하면서 한국 입장을 '임기 내 전환', 미국 입장을 'COTP(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 조건 충족'으로 정리했다. 나아가 미래연합사령관의 권한 범위와 미군의 핵심능력 지원 범위, 북한·동중국해·대만·남중국해에서 위기가 동시에 발생할 때의 전력 투입 우선순위도 한미 간 쟁점으로 꼽았다.

    반면 조 연구위원은 "한국은 전작권 전환을 정치적 시간표의 문제로 지나치게 접근하면서 미국이 강조하는 군사적 조건과 준비태세를 무시하는 듯한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그는 미국을 향해서도 전환 논의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조건 미충족 시 연합사가 해체될 수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 임성남 전 외교부 차관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작권 전환과 연합방위의 미래'를 주제로 연 공개포럼에서 축사하고 있다. ⓒ세종연구소 제공
    ▲ 임성남 전 외교부 차관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작권 전환과 연합방위의 미래'를 주제로 연 공개포럼에서 축사하고 있다. ⓒ세종연구소 제공
    한편, 임성남 전 외교부 차관은 축사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 군사적으로 완벽한 타이밍은 있을 수 없다"면서 "설사 모든 조건이 완비된 후에 전작권 전환이 이루어진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부담하는 리스크가 제로가 되는 상황은 있을 수가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대미 의존형 동맹 체제와 지휘 구조 속에 오랜 기간 안주하다 보니까 전작권 환수 문제에 대해 내성이 생긴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미국이 만약 지금보다도 더 내향적인 안보관을 갖게 된다면 주한미군의 규모 등에도 결정적인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이 되고, 그러한 상황이 도래하기 전에 우리 군의 태세를 정비해 둘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 ▲ 김정섭 세종연구소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작권 전환과 연합방위의 미래'를 주제로 연 공개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세종연구소 제공
    ▲ 김정섭 세종연구소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작권 전환과 연합방위의 미래'를 주제로 연 공개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세종연구소 제공
    김정섭 세종연구소장은 개회사에서 "전작권 전환은 안보적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우리 군이 주도적으로 전쟁을 기획하고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은 전시에 사활적인 의사결정을 우리 스스로 주도하는 데 필수적이다. 동시에 평시에도 군사전략을 수립하고 전력 증강의 방향을 설정하는 등 한국군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작권 전환은 한미동맹을 보다 성숙한 동맹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 역시 대한민국이 한반도 방어에서 보다 주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미동맹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하고 보다 호혜적인 동맹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도 전작권 전환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