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北 김정일 사과 꺼내 '박정희 배후설' 반박주진우 "패륜적 범죄"… 사자 명예훼손죄 처벌 요구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공식 사과 및 상영 중단해야"
  • ▲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하이브미디어코프
    ▲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 논쟁의 한가운데 섰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이 당시 수사 당국의 공식 결론과 다른 가능성을 영화적 질문으로 남겨두면서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건의 배후였을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북한 김정일이 해당 사건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직접 사과한 사실을 거론하며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를 왜곡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지난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육영수 여사 피격의 배후에 박정희 대통령이 있다는 참으로 황당한 스토리"라고 '암살자(들)'을 비판한 그는 "2002년 박근혜 대통령 방북 당시 북한 김정일이 직접 육영수 여사 시해 사건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며 "당시 김정일은 '암살 음모는 하급자들이 관련됐고, 나는 사전에 그런 음모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 대표는 "5·18은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감옥에 간다. 노무현 대통령 건드리면 줄줄이 고소·고발당한다"며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 모욕은 '표현의 자유'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말 나온 김에 나도 좋은 영화 한 편 소개한다"며 2016년 개봉한 영화 ‘아수라'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안남시=안동시+성남시?"라고 썼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은 안남시가 경기 여러 도시 이름을 조합한 가상 지명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정치권에선 성남시장을 지낸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논리로 날을 세웠다. 그는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암살자(들)'은 영화적 상상력이 아니라 유족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패륜적 범죄"라며 "사자 명예훼손죄에 명백히 해당한다"고 영화 제작진을 정면으로 겨눴다.

    의학전문기자 출신 방송인 홍혜걸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아직 유족도 살아있는데 억지 음모론으로 인구 절반이 존경 내지 인정하는 고인을 모독하는 게 옳은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쉽다. 자기 진영엔 절대 허용되지 않을 각본도 반대 진영으로 오면 예술이 추구하는 허구라며 찬양한다"며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도 공식 입장을 냈다. 재단은 28일 '영화 암살자(들)의 허구성에 대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사건 현장에서 6발의 총성이 울린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근거로 사건의 진실이 은폐됐다고 보는 것은 당시 수사 기록과 맞지 않는다"며 문세광이 쏜 총탄의 행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외교사료관에 보관된 수사 기록을 토대로 영화 속에서 제기된 의혹이 사실과 다름을 지적한 재단은 또 다른 핵심 의혹인 '중앙정보부 기획설'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재단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그해 9월 3일 일본 오사카에서 민단과 조총련이 친선 모임을 열었고, 문세광은 '한청' 대표 자격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문세광이 이 자리에서 조총련 관계자인 김호룡을 만났고, 이후 김호룡에게 포섭돼 8·15 저격 사건을 실행하게 됐다는 것이다.

    재단은 "이 같은 과정이 당시 수사 및 재판 기록에 나타나 있다"며 "중앙정보부, 나아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영부인 암살을 기획했다는 주장은 사건의 본질과 역사적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국가적 비극을 영화의 흥행과 오락을 위한 소재로 활용하면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과 국론 분열까지 불러오는 행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 재단은 "사실을 왜곡한 데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해당 영화의 상영을 중단할 것"을 영화 제작사 측에 요구했다.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 장면으로 시작한다. 중부서 경비계장 철구(유해진 분)는 비표를 달지 않은 문태광(박정민 분)을 수상히 여기지만, 경호계장의 제지로 그를 행사장에 들여보낸다. 대통령 연설 도중 문태광이 쏜 총에 영부인이 숨진다. 동성일보 사회부장 재환(박해일)은 현장을 취재하던 신입 기자 영일(이민호 분)에게 취재를 맡긴다.

    세 사람은 총성과 탄환의 수가 맞지 않는 점에 주목한다. 현장에선 총성이 여섯 번 울렸는데 발견된 탄환은 네 개뿐이다. 감식계장은 탄피를 수거하지 못했다고 증언한다. 행방 모를 두 발을 쫓는 형사와 기자 앞을 중앙정보부가 막아선다. 대통령 연단이 급히 방탄으로 바뀌는 장면도 나온다. 영화는 또 다른 저격수가 있었는지, 배후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끝난다. 범인이 왜 총을 쐈는지도 설명하지 않는다.

    평론가들 사이에선 이 영화가 김대중 납치사건 이후 궁지에 몰린 정권의 자작극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이 나왔다. 당시 특별수사본부는 '북한과 조총련의 지령을 받은 재일 교포 문세광이 박 대통령을 겨냥해 쏜 총에 육 여사가 맞아 숨졌다'고 발표했으나, 이 수사 발표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다만 영화를 연출한 허진호 감독은 개봉 전 인터뷰에서 음모론이라는 지적에 판단은 관객에게 맡기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자료만으로는 사건의 실체를 단정할 수 없었다고 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3일 개봉한 이 영화는 나흘 만에 관객 100만 명을 넘었다. 27일까지 150만 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27일 기준 네티즌 평점은 2.6점으로, 실관람객 평점 8.6점보다 6점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