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날 연평도 달려간 김관진복지부동 군대로…전쟁 승리 못해'킬링존' 달라진 북한군을 읽어라대통령이 들어야 할 말을 보고해라
  • ▲ ⓒ북한군의 도발에 대비해
    ▲ ⓒ북한군의 도발에 대비해 "쏠까요 말까요 묻지 말고 선조치 후보고하라"고 전군 지시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010년 12월 국방장관 인사청문회를 받고 있다. 그의 눈이 레이저처럼 쏘아보고 있다고 해서 레이저 김이라는 별명을 얻었다.[사진=연합뉴스]
    DMZ(비무장지대) 지뢰 폭발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인 22일 취임한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승리’를 거듭 강조했다. 강 장관은 “우리는 승리하기 위해 여기에 있다”며 “승리가 우리의 전략이 되고, 승리가 우리의 정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로마 카이사르의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도 인용했다. 그러나 승리는 구호만으로 오지 않는다. 주적인 북한군을 상대로 승리하려면 강한 의지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강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김관진, 취임 후 곧바로 연평도 방문
    2010년 12월 4일 국방부 장관에 취임한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도 같은 시험대에 놓였었다. 그가 취임하기 전인 같은 해 3월에 북한군은 천안함 폭침 도발로 해군 장병 46명의 생명을 앗아갔고, 11월에는 연평도 포격 도발로 해병대 장병과 민간인 등 19명의 사상자를 냈다. 김 전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연평도를 방문했다. 그는 서울로 돌아와 북한의 추가 도발 유형을 놓고 전술토의도 했다. 이후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해 강력한 대응 주문과 함께, “쏠까요 말까요 묻지 말고 ‘선조치 후보고’하라”고 전군에 지시했다.

    그런데 강 장관의 행동은 김관진 전 장관과 대비된다. 지뢰 폭발 사건은 강 장관 취임 전날 발생했다. 북한군이 DMZ(비무장지대)에 매설한 것으로 의심되는 지뢰를 확인하기 위한 수색로를 개척하는 과정에서다. 그 사고로 장병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강 장관은 취임 다음 날 부상 장병을 위로하고, 사고부대인 25사단을 찾아 대비태세를 점검했다. 현장 조사에 대한 여론이 빗발치자 사고 닷새만이 26일 DMZ에 병력을 투입해 기동로 확보 준비활동을 벌였다.  군 당국은 북한군의 정전협정 위반 여부가 걸린 사안인 만큼 신속하게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 ▲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취임 후 첫 현장지도로 23일 육군 제25사단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국방부]
    ▲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취임 후 첫 현장지도로 23일 육군 제25사단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국방부]
    ◆복지부동 군대로 승리할 수 없다
    현재 강 장관에게 절실한 과제는 MDL 지뢰 폭발 사건에 대한 조치를 포함해 세 가지로 압축된다. 계엄령 사태 이후 흩어진 군심(軍心)을 다시 모으고, 러시아 전쟁 참전 이후 변화한 북한군을 정확하게 판단하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등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정직하게 보고하는 것이다. 손자병법 ‘모공편’에 나온 승리의 조건이다. 

    첫째는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다. 위아래가 같은 뜻으로 뭉치는 군대는 승리한다는 의미다. 강 장관은 취임사에서 군을 ‘전사(戰士) 공동체’라고 규정하며, 군대는 특별한 존재라고 했다. 군대는 전쟁이 나면 적과 싸워 승리하고, 필요하면 목숨까지 내놓는 집단이라는 차원에서다.

    전사 공동체는 지휘관과 부하가 생사를 함께하고 신뢰로 묶인 조직일 때 의미가 있다. 현재 우리 군은 비상계엄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경험 많은 지휘관들이 보직해임과 징계 등으로 지휘 공백도 심각하다. 계엄의 위법성을 알면서 적극 실행한 책임은 엄중히 물어야 하지만, 당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채 단순 임무를 수행한 간부까지 추궁하면서 복지부동이 만연해지는 분위기다.

    1군단과 25사단에서 군단·사단장의 지시에 따라 최전방 ‘빈총 경계’와 ‘엎드려쏴 사격훈련’ 논란이 있었다. 군에 퍼진 보신주의가 위험 수위라는 점을 보여준다. 사고를 막겠다며 최전방의 공용화기에 실탄을 장착하지 않고, 실전적 훈련까지 제한했다면 군의 존재 의미를 망각하는 것이다. 사고가 나지 않는 부대를 만들겠다며 싸울 수 없는 부대로 만들면 전쟁에 승리할 수 없다.

    DMZ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한 군의 태도는 자못 심각하다. 언론에 설명하는 자리에 합참과 국방부의 책임 있는 작전·정책 당국자는 보이지 않았다. 모든 책임을 국방부 대변인과 합참 공보실장에게 떠넘기는 분위기였다. 북한군도 알 법한 내용을 작전보안이라며 함구했다.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 이런 합참과 국방부 지휘부의 모습은 비겁하고 무책임한 보신주의로 비친다. 강 장관은 흐트러진 군의 기강을 다시 세워야 한다. 
    안규백 전 장관이 계엄 사건의 후속 처리를 맡은 장관이었다면, 강 장관은 ‘군대다운 군대’를 만드는 장관이어야 한다. 문책을 두려워해 결정을 피하고 부하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지휘관과 간부로는 전사 공동체를 만들 수 없다. 기강이 해이하고 모래알처럼 단결되지 않는 군대에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적과 전장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대비해야
    둘째는 이번 지뢰 폭발 사건을 사건 그 자체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손자병법 ‘모공편’은 ‘지가이여전 불가이여전자승(知可以與戰 不可以與戰者勝)’과 ‘이우대불우자승(以虞待不虞者勝)’을 언급한다. 싸울 수 있는 때와 싸워서 안 되는 때를 판단하는 자가 이긴다는 의미로, 적과 전장을 정확히 판단하고 먼저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지뢰 폭발 사건은 유엔사가 북한군의 지뢰 매설을 조사하기 위한 수색로를 우리 군이 개척하다가 발생했다. 폭발 원인이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 때문인지는 최종 조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 그러나 사고 원인의 배후에는 북한군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북한군이 MDL 이남에 지뢰를 매설한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유엔사는 지난 6월 팩트 시트(Fact Sheet)를 통해 북한군이 MDL을 침범해 지뢰를 매설했는지 의심된다고 했다. 국회 국방위 유용원 의원은 MDL을 침범한 북한군 지뢰지대가 최근 6곳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국민은 북한군이 DMZ에서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도발성 행위를 하는 동안 합참과 현장 부대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강 장관은 철저하게 조사하고 결과를 공개할 의무가 있다. 만약 북한의 도발적인 DMZ 활동에 대해 군 당국이 감시와 대응에 소홀한 부분이 있다면 엄정하게 조처해야 한다. 그래야 군에 기강에 세워지지 않겠나.

    더 심각한 문제는 지뢰 폭발 사건 너머에 있다. 북한은 2024년 이후 MDL 일대에서 불모지 조성, 철책과 대전차 방벽 설치, 지뢰지대 구축, 전술도로 건설 등 DMZ의 전장 공간을 근본적으로 개조하고 있다. 이런 북한군의 활동은 북한 주민과 병사의 탈북을 막기 위한 국경 봉쇄 수준을 넘어선다. 북한군의 DMZ 개조는 유사시 북한군의 신속한 병력 이동과 화력 배치, 한·미군의 접근 차단 및 기동 제한, 그리고 드론전 등을 구사하기에 유리한 구조로 판단된다. 러시아전에 참전한 북한군은 드론 관측과 타격, 장애물 활용-기동-화력을 하나로 묶은 우크라이나군의 킬링존(Killing Zone)을 경험했다. 따라서 강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말한 ‘승리를 위한 국방개혁’에 성공하려면 북한군의 변화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 ▲ ⓒ북한군이 비무장지대 우리 군 철책 앞에 몰래 묻어둔 목함지뢰가 2015년 8월 폭발하는 모습. 이 폭발로 우리 군 장병 2명이 발목을 절단 등 크게 다쳤다.[연합뉴스]
    ▲ ⓒ북한군이 비무장지대 우리 군 철책 앞에 몰래 묻어둔 목함지뢰가 2015년 8월 폭발하는 모습. 이 폭발로 우리 군 장병 2명이 발목을 절단 등 크게 다쳤다.[연합뉴스]
    ◆대통령이 들어야 할 말을 하라 
    손자병법이 말하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세 번째 조건은 ‘장수가 유능할 때 군주가 함부로 간섭하지 않아야 승리한다(將能而君不御者勝)’는 말이다. 또 군사적 조건과 위험 등에 관해 군사적 전문성을 가진 지휘관이 대통령에게 정직하게 조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러면 강 장관은 대통령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아니라 반드시 들어야 할 말을 군사적 전문성에 입각해 양심을 갖고 정확하게 보고해야 한다.

    강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육군 대장 출신으로서 보고해야 할 사안은 전작권 조기 전환과 사관학교 통합 문제다. 두 사안은 모두 한미연합 지휘체계와 장교 양성체계에 장기간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다. 따라서 정치적 시간표나 구호가 아니라 군사적 조건과 예상되는 부작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한·미는 2015년부터 특정 연도를 정하지 않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 들어 조건과 무관하게 그의 임기 안에 전작권을 한국군으로 전환하려 한다. 현재 북한 핵전력은 획기적으로 커졌고, 각종 탄도미사일도 개발해 위협 수준이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달라졌다. 따라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강 장관은 현재의 안보 여건과 지휘통제, 정보감시정찰, 북핵 대응과 유사시 미 증원전력 운용 능력 등의 조건 충족 여부를 이 대통령에게 정확하게 보고해야 한다.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폐지하고 통합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합동성이 부족하면 합동교육을 강화하고, 첨단과학기술 교육이 부족하면 교육과정과 교수진을 개편하면 된다. 그러나 국방부의 설명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대선공약이었더라도 부작용과 후유증이 크다면 수정하거나 중단하는 것이 책임 있는 국정이다. 

    ‘전사 공동체’가 허공의 메아리 되지 않도록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의 뜻부터 헤아리고, 장군들이 장관의 표정만 살핀다면 전사 공동체는 성립하지 않는다. 정치적 시간표에 맞추기 위해 전투력의 현실과 예상되는 부작용을 숨긴다면 ‘승리하는 전사 공동체’라는 구호는 허공의 메아리가 된다. 현역 군인과 공무원, 군무원 등은 국민과 함께 강 장관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

    강 장관은 “싸우지 않고도, 아니 싸울 필요조차 없는 압도적인 힘을 갖춘 군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싸울 필요가 없는 군대는 싸울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군대가 아니다. 언제든 싸울 수 있고 싸우면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확신을 적에게 심어주는 군대여야 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힘은 싸울 능력과 의지, 그리고 군사적인 정직성에서 나온다. 강 장관은 적이 도발을 생각조차 할 수 없도록 하는 군대, 그래서 우리가 싸울 필요조차 없는 강력한 전사 공통체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그가 말하는 ‘승리하는 국군’이다. 역사 앞에서 증명해야 하는 진짜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