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4일 '65주년 기념 헌정공연' 개최최백호, 윤항기 위해 '이 나이에도' 작사·작곡공연 수익금, 다문화 자녀 학교 등에 기부"손주도 더 보고 싶고, 아내 손도 더 잡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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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라는 단어는 잊은 지 오래예요. 지금도 현역으로 노래하고 있고, 앞으로도 노래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계속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 ▲ 가수 윤항기가 오는 10월 24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윤항기 65주년 기념 헌정 공연 - 여러분, 덕분에 나는 행복합니다'를 연다. ⓒ윤항기 페이스북
1959년 미8군 무대에서 음악 인생을 시작한 레전드 뮤지션 윤항기가 기념비적인 무대에 오른다. 오는 10월 24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리는 '윤항기 65주년 기념 헌정 공연 - 여러분, 덕분에 나는 행복합니다'를 통해 자신의 65년 음악사를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한 것.
공연을 앞두고 만난 윤항기는 들뜬 기색보다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현재를 이야기했다. 오랜 세월 노래를 불러 온 백발의 가수에게 이번 무대는 단순히 지나간 시간을 기념하는 행사가 아니라, 지금도 노래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자리였다.
윤항기는 29일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하루하루가 예전 같지는 않다"면서도 "그래도 아직 현역에서 노래하고 있고 목소리가 나올 때 이런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제가 살아온 음악 인생을 후배들의 사랑 속에서 한 번 정리해 보자는 취지죠. 헌정공연이라는 게 제 생애에 한 번밖에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같은 의미의 공연을 두 번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저에겐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죠."
윤항기의 음악 인생은 '끝났다'고 말하기 어려운 궤적을 그려왔다. 미8군 무대에서 출발해 그룹사운드 시대를 거쳤고, 이후 솔로 가수와 작곡가로 대중가요사에 한 획을 그었다. 1970년대 후반 폐결핵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긴 뒤 신앙의 길로 들어섰고, 오랜 기간 목회자이자 교육자로 살아왔다. 2014년 다시 대중음악 무대로 돌아온 뒤에는 신곡 발표와 공연을 이어왔다. 과거 인터뷰에서도 그는 고령의 나이에 다시 가수로 활동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감사하게 여긴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는 한국예술사관실용전문학교 학장으로 후배들을 가르치면서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음악을 잠시 내려놓았던 시간이 있었지만, 윤항기에게 음악은 결국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자리였던 셈이다.
◆ "헌정공연은 생애 한 번뿐 … 더 늦기 전에 하기로"
이번 공연은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행사가 아니다. 윤항기에 따르면 오래전부터 가요계 후배들과 65주년을 기념하는 헌정공연을 열어 보자는 이야기가 오갔다.
"올해가 딱 67주년 되는 해인데요. 당초 3년 전부터 65주년을 기념해 헌정공연을 열자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학교 일도 많았고, 여러 가지 여의치 못한 일들이 생겼어요. 또 건강도 조금 그랬죠. 그러다 문득 이렇게 계속 미루다가는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올해 공연을 열기로 결정했다. 공식 공연명은 처음 기획했던 그대로 '윤항기 65주년 기념 헌정 공연'이다.
대형 공연장을 잡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다. 세종문화회관이나 국립극장처럼 규모 있는 공연장은 일찍부터 대관 등을 준비해야 하는데, 올해 들어 공연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일정과 장소 확보가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가 선택한 곳은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이다. 윤항기는 "모처럼 후배들이 헌정공연을 위해 힘을 모아줬는데, 더 큰 대극장에서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공연을 더 이상 미루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더 늦추면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지금 목소리가 나올 때 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그냥 올해 하자고 했습니다. 후배들도 그게 좋겠다고 했고요."
◆ 최백호가 건넨 선물 … "노년을 멋지게 마무리하는 노래"
공연의 백미는 최백호가 윤항기를 위해 만든 '헌정곡'을 공개하는 것이다.
작사·작곡 모두 최백호가 맡았다. '이 나이에도'라는 제목이 붙은 이 노래는 이번 무대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곡이다.
"가사가 정말 좋아요. 제목부터 '이 나이에도'잖아요. 아직도 누군가 나한테 멋있다고 말해주면 발걸음이 즐거워져요. 친구들이 모이면 '난 이제 그만 살고 싶다'고 농담처럼 말하면서도 사실은 더 살고 싶은 마음을 담은 노래예요."
노래 속 화자는 거창한 소망을 말하지 않는다. 손주의 얼굴을 조금 더 보고 싶고, 맛있는 음식도 더 먹고 싶고, 아내의 손을 조금 더 잡고 싶다는 마음이다.
윤항기는 "그런 내용이 정말 내 마음과 똑같다"며 웃었다.
"딱 제 나이에 맞는 노래예요. 우리 나이의 사람들에게는 가슴에 뭉클하게 와닿을 것 같습니다."
곡의 장르는 록 발라드다. 잔잔한 발라드풍 가락에 적당한 비트감을 더해, 현재 자신의 목소리와도 잘 어울린다는 설명이다.
이 곡 역시 단순히 헌정공연을 위해 급조된 노래가 아니다. 최백호는 3년 전부터 헌정공연 이야기가 오가는 과정에서 이 곡을 준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백호가 나한테 딱 맞게 곡을 만들어줬어요. 제 나이와 지금의 제 모습을 잘 이해하고 곡을 만들어준 것 같아요. 가사도 그렇고 멜로디도 그렇고 정말 고맙죠."
윤항기는 이 곡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프랭크 시나트라 같은 가수들도 마지막 헌정공연에서 불렀던 노래들이 나중에 불후의 명곡이 됐잖아요. 저도 이번에 받은 헌정곡이 제 생애를 멋지게 마무리해 주는 그런 곡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이것을 '마지막 노래'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윤항기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무대에 오르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 공연 수익금, 기아대책과 다문화가족 어린이 학교 등에 기부
이번 무대에는 윤항기와 인연을 맺어 온 여러 후배 음악인들이 함께한다. 서유석, 장미화, 최백호, 김수희, 조항조, 유현상, 전영록, 인순이, 소찬휘, 최희선 등이 이름을 올렸다. 공연에는 김기표 팝스밴드가 함께하고 윤신호가 총감독을 맡는다.
후배들은 각자의 노래와 함께 윤항기의 대표곡을 다시 부를 예정이다.
윤항기는 "제 헌정공연이니까 제 히트곡을 중심으로 후배들이 자기 노래도 한 곡 하고 제 노래도 부르는 식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시대를 대표했던 노래를 후배들이 다시 부른다는 점에서 이번 공연은 윤항기 개인의 기념식과는 결이 다르다. 윤항기의 주옥 같은 히트곡들을 후배 뮤지션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할지도 공연의 관전 포인트다.
윤항기는 이번 공연에선 초대권을 돌리지 않을 방침이다. 오래전부터 공연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그는 "수익을 내기 위한 콘서트가 아니라 그야말로 기념비적인 공연"이라며 수익금 일부를 기아대책과 다문화가족 어린이 학교 등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윤항기는 지인들에게 직접 공연의 취지를 알리며 참석을 요망하는 전화를 돌리고 있다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카톡도 하고 메일도 보내면서 표를 좀 많이 팔아달라고 부탁하고 있어요. (웃음) 이번 공연은 초대권이 없습니다. 저를 사랑해 주고 아껴주는 가까운 분들이라면 그냥 표를 사서 와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는 오랜 시간 자신을 기억하고 노래를 사랑해 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이번 공연을 통해 받은 사랑을 아이들의 꿈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누겠다는 뜻을 밝혔다.
◆ "손주 얼굴도 더 보고 싶고, 아내 손도 더 잡아보고 싶어"
윤항기의 음악 인생에는 몇 번의 큰 전환점이 있었다.
그룹사운드의 전성기를 지나 작곡가와 솔로 가수로 활동했고, 폐결핵으로 생사의 문턱을 넘은 뒤에는 목회자의 길을 택했다. 직접 작사·작곡한 '여러분'은 동생 윤복희의 목소리를 통해 1979년 서울국제가요제 대상이라는 큰 결실을 맺기도 했다. 윤항기는 폐결핵 투병과 신앙적 체험이 '여러분'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난관을 지나왔고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음악을 향한 태도만큼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노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하다는 그는 '이 나이에도'라는 노래를 들고 다시 무대에 오른다.
제목부터가 그의 마음을 정확히 대변한다. 나이가 들어도 칭찬받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싶고, 조금 더 세상을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
윤항기는 "'난 이제 그만 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사실은 더 살고 싶어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손주 얼굴도 더 보고 싶고, 맛있는 생선도 더 먹고 싶고, 아내 손도 더 잡아보고 싶다"는 그는 "무엇보다 노래를 더 부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번 공연은 그래서 '마지막'보다 '계속'에 가까운 무대다.
"제 사전에 은퇴란 없습니다. 목소리가 나오는 한 계속 노래할 겁니다."
1959년에 시작된 윤항기의 노래 인생은 2026년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
- ▲ '윤항기 65주년 기념 헌정 공연 - 여러분, 덕분에 나는 행복합니다' 포스터. ⓒ윤항기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