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 결렬 선언…새벽 1시50분 극적 타결임금 3.2% 인상…통상임금 쟁점은 연말로첫차부터 정상 운행…현장엔 파업 흔적시민들 "매번 신경 곤두서" 피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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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일 새벽 서울 중구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명분 없는 파업 반대' 문구가 적힌 천을 단 시내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임찬웅 기자
"매일 아침 버스로 출근하다 보니 어젯밤까지 파업을 한다, 안 한다 해서 계속 상황을 지켜봤어요. 밤에는 결국 파업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다행히 철회돼 있더라고요."16일 새벽 서울 중구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만난 20대 직장인 박모씨는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 급박하게 바뀐 서울 시내버스 파업 상황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며 매일 버스로 출근한다는 박씨는 "버스노조 측이 요구하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아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래도 시민들의 출퇴근길을 두고 매번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민폐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이날 오전 4시 10분께 찾은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는 심야버스와 이른 아침 첫차들이 평소처럼 정류장을 오가고 있었다. 전광판에는 버스 도착 정보가 표시됐고 시민들은 도착한 버스에 올라타거나 정류장에서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서울 시내버스 7000여대가 이날 오전 4시 첫차부터 멈춰 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노사가 파업을 불과 2시간여 앞둔 새벽 임금·단체협약(임단협)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우려했던 출근길 교통대란은 피하게 됐다.파업은 철회됐지만 현장에는 전날까지 이어졌던 노사 갈등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일부 시내버스는 앞면에 빨간색과 흰색으로 '명분 없는 파업 반대'라고 적힌 천을 그대로 단 채 운행했다. 전날에는 일부 버스기사들이 빨간색 바탕에 흰색으로 '단결투쟁'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두른 채 운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하지만 이날 새벽 서울역 환승센터는 대체로 여느 평일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버스가 정류장으로 들어서자 기다리던 시민들이 차례로 올라탔고, 버스에서 내린 승객들은 서울역과 인근 직장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밤사이 파업 여부가 뒤집히면서 시민들은 버스가 정상 운행된다는 데 안도하면서도 파업 여부를 두고 막판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했던 데 대해서는 피로감을 호소했다. -
- ▲ 16일 새벽 서울 중구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시민들이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임찬웅 기자
◆오후 10시께 '결렬' 알렸지만 … 새벽 1시 50분 극적 합의서울 시내버스 노사는 전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노동쟁의 관련 2차 조정회의를 열고 임단협 막판 협상을 벌였다.당초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오후 9시까지를 협상 시한으로 제시했지만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 추가 협의를 요청하면서 협상은 계속됐다.양측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했다. 약 8시간의 협상 끝에 노조는 오후 10시께 사측과 협상이 결렬됐다고 알리고 다음 날 오전 4시 첫차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서울시도 실제 파업을 전제로 비상수송대책을 준비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주요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결하는 셔틀버스 1300대와 주요 간선도로 10개 노선에 200여대를 투입하고 지하철 출퇴근 집중 운행시간과 막차 시간을 연장하는 방안 등이 마련됐다. 파업 기간 따릉이를 무료로 운영하고 가로변 버스전용차로의 일반 차량 통행도 허용할 계획이었다.하지만 결렬 선언 이후에도 노사 간 협상은 이어졌고 자정을 넘긴 끝에 상황은 다시 뒤집혔다.노사는 이날 오전 1시 50분께 서울지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을 받아들이며 임단협에 최종 합의했다. 전날 오후 2시부터 협상을 시작한 지 약 12시간 만이다.이에 따라 버스노조는 오전 4시 첫차부터 예고했던 파업을 철회했고 서울 시내버스 전 노선은 평소대로 운행에 들어갔다. 서울시 역시 예정했던 비상수송대책을 해제했다.노사는 올해 임금을 3.2%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해 임금 인상률 2.9%보다 0.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다만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문제는 합의 대상에서 제외됐다.노조는 지난해 동아운수 통상임금 소송 2심과 올해 4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으로 월 176시간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시급 7.85% 추가 인상을 요구했다.반면 사측과 서울시는 노사 간 약정근로시간 등을 고려해 230시간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측은 다른 지방자치단체 사례 등을 고려해 209시간을 적용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했다.결국 노사는 통상임금 산정 기준을 이번 합의에서 정하지 않고 연말로 예정된 대법원의 운수회사 관련 판결이 나온 뒤 판결 내용에 따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
- ▲ 16일 새벽 서울 중구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시민들이 정상 운행 중인 시내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임찬웅 기자
◆"출근이 장난도 아니고" … 반복되는 파업 예고에 시민 피로감시민들은 실제 파업이 발생하지 않은 데에는 안도하면서도 출근길과 직결되는 파업 예고가 막판까지 이어지는 데 대해서는 불만을 나타냈다.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고모씨는 "아침마다 주로 버스로 출퇴근하다 보니 버스 파업을 한다고 하면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며 "매번 협상 때마다 파업을 한다고 했다가 안 하고, 파업을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철회하는 일이 반복된다"고 말했다.이어 "시민들이 출근하는 것이 장난도 아니고 매번 이게 뭐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특히 이른 새벽 첫차에 의존하는 시민들은 파업 여부에 따라 출근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서울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60대 김모씨는 "주로 노원구에서 일하는데 버스가 파업하면 첫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가장 골치 아파한다"며 "우리 회사에도 청소 근무를 하는 분들이 첫차를 타고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파업 얘기가 나오면 난처해한다"고 말했다.김씨는 "시민들의 출근길에 직접 영향을 주는 문제인 만큼 매번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