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日 관계 구축 속 '韓 패싱' 노려""대미 투자 흐름은 韓의 전략적 결단 시사""日과 달리 韓 첫 대미 투자분 집행 지연""301·232조 추가 조사…관세 압박 지속""韓美 팩트시트 실현 땐 韓美동맹 현대화""대중 전략, '자주파' 아닌 '동맹파'가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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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협회 외교·안보 세미나에 원격으로 참석해 기조 발제를 하고 있다. ⓒ한미협회 제공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 즉각 응하지 않고 미국 중간선거 결과까지 관망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코리아 패싱'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이 대미 투자 패키지의 첫 집행과 한미동맹 현대화 의제를 조속히 가시화하는 한편, 한미 정상 간 직접 소통을 통해 미북 대화 국면에서 한국의 배제를 막아야 한다는 미국 안보전문가의 제언이 나왔다.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협회 외교·안보 세미나에 원격 참석해 "북한은 대통령의 제안에 즉각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한국의 대미 투자 집행과 한미동맹 현대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북한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 즉각 응하기보다는 이르면 9월 미중 정상회담이 끝날 때까지, 나아가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나온 뒤까지 기다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차 석좌의 전망이다. 즉, 북한은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지켜본 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와 대북 협상 여건을 재평가한 뒤 이를 자신들의 협상력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차 석좌는 "김정은은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과 싱가포르 공동성명(2018년 6월)을 재확인하고 싶어 할 것이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는 평양선언(2002년 9월)을 재확인하려 할 것"이라며 "실현된다면 북한은 비핵화가 최우선 의제가 아닌 상황에서 핵보유국으로서 한반도 주변의 모든 주요국 지도자와 마주 앉게 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그러면서 차 석좌는 북한이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과의 접촉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그는 "김정은은 이 모든 일이 한국이 배제된 채 진행되는 상황에 기꺼이 만족할 것"이라며 "그것이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 모두가 우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차 석좌는 미북 회담이 성사될 경우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수시로 직접 소통함으로써 한국이 미북 대화 국면에서 역할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베 전 총리는 미북 정상회담 전후 트럼프 대통령을 워싱턴과 마러라고에서 여러 차례 만나 일본인 납북자 문제 등 일본의 이해관계를 전달하며 밀착 공조를 이어간 바 있다. -
- ▲ 한미협회(회장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가 14일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B에서 '미국 안보전략의 변화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외교·안보세미나를 개최했다. ⓒ한미협회 제공
특히 차 석좌는 한국은 북한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데 그치지 않고 대미 투자와 동맹 현대화를 통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자국의 역할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일본은 약 19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두 차례에 걸쳐 발표했고, 약 20억 달러의 금융지원도 집행했다"며 "반면 한국은 투자 기구를 6월에 출범시켰지만 아직 단 1달러도 집행되지 않았고 1차 투자분도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올가을이나 내년 봄 워싱턴을 다시 방문한다면 이를 바로잡을 계기가 될 수 있다, 내 판단으로는 이 문제는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차 석좌가 제시한 한국의 전략적 가치 제고는 경제적 기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미동맹의 군사적 역할과 구조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변화에 맞춰 재설계하는 '동맹 현대화'에도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일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지상군 중심의 주둔태세를 상대적으로 줄이고 공군·해군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의 주한미군 태세 조정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등을 개별적인 현안으로 접근하기보다 동맹 현대화라는 큰 틀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군 태세의 어떠한 변화도 개별적이고 일방적인 조치가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동맹 현대화 구상의 일환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은 심각하게 방기되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고, 북한은 이를 잠재적인 기회로 인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동맹 현대화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한미동맹의 역할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차 석좌는 미국이 대중 경제를 핵심적인 국가안보 목표로 두고 있는 만큼 한국 역시 이 같은 전략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야 하며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기보다 강력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중국을 상대해야 한다고 봤다. 차 석좌는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적 위치는 강력한 한미동맹에 기반한다"며 "실제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대중 관계를 다루는 데 있어 '자주파'의 발상은 한국에 유리하지 않다. 한국은 '동맹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차 석좌는 한중 관계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한국과 중국이 산업 분야에서 상호 보완적인 관계였다면 이제는 반도체와 전자제품, 고부가가치 선박 등 핵심 산업에서 직접 경쟁하는 관계로 변화했다는 것이다.나아가 차 석좌는 중국의 경제적 압박이 특정 국가의 행동을 당장 바꾸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이 향후 중국의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해 스스로 행동을 자제하도록 만드는 효과까지 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기업, 미국 기업을 겨냥한 중국의 경제적 압박에 미·일과 협력하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논리를 펼치며, 한국이 미국·일본 등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차 석좌가 말하는 동맹 강화는 미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하자는 게 아니라, 한국이 조선업과 핵추진잠수함, 전작권 전환 등 동맹의 새로운 역할을 적극적으로 맡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전략적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구상이다. 즉, 한국이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얼마나 적극적으로 기여하느냐가 향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의 위상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다.그는 "한미 공동 팩트시트의 안보 분야에 담긴 구상들이 실제로 실현될 경우 한미동맹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 한국은 미국과 함께 중국과의 조선업 격차를 줄이는 데 나서는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핵추진잠수함 전력 확보 가능성과 전작권 전환, 핵연료 농축·재처리 역량 보유 가능성 등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의제들도 논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이어 "대미 투자 흐름을 보면 한국이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는 사실은 매우 분명하다. 수천억 달러의 투자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을 향하고 있다"며 "지금은 진정한 불확실성의 시기인 동시에 한미동맹을 가장 크게 변모시킬 잠재력이 있는 시기"라고 평가했다.패널로 참석한 황태희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토론에서 한미동맹 현대화가 한국의 책임은 키우는 반면 미국이 제공하는 예측 가능한 보호 수준은 낮춰 불확실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대북 정책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실무 차원의 한미 협의만으로는 한국의 안보 이익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며 "코리아 패싱이 구조적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더욱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동시에 자강 역량도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중경 한미협회 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주한미군의 임무가 대중국 견제로 확대될 경우 대만해협 군사충돌 때 주한미군이 개입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 기지들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을 경우에 대비해 반도체 공장 등 미군 기지 주변의 핵심 산업 시설에 대한 방공망 재점검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