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들썩일 때마다 등장하는 '탄핵의 여왕' … 정치권 주목"여기서 빌어야" 李 극단적 비판 … 여권 자중지란 기름 부어김민석 "盧 탄핵 전조" … 정청래 이어 2차 권력 투쟁 가시화李 지지율 33%대 추락 … 노무현 끌어내린 추미애의 시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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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년 4월 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미애 하남갑 후보 지지유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형법에는 누범(累犯)이라는 개념이 있다. 금고 이상의 형(刑)을 마친 뒤 일정 기간 안에 같은 유형의 죄를 다시 저지르면 가중한다는 원칙이다. 반복된 행위에는 우연이 아니라 성향이 깃들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로 정치를 들여다보면 낯익은 궤적 하나가 눈에 띈다. 돌이켜보면 그 발걸음이 유독 바빠지던 시기마다, 청와대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정확히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들썩이던 순간이다. 권력이 한창 굳건할 때는 조용하다가 균열의 조짐이 보이자 슬며시 모습을 드러내는 복병(伏兵)의 행보다.지난 12일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 경기도 민주화운동희생자 추모제. 단상에 오른 추미애 경기지사가 준비한 원고를 뒤로 한 채 목청을 높였다. "대통령은 왜 이들(내란) 세력에게 업혀서 전전긍긍하는 것인가. 이곳에 와야 한다. 빌어야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로 검사 출신 김지용 변호사를 지명한 것을 정면 겨냥한 발언이었다.지난 10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밝힌 입장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 추미애 지사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검찰개혁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지용 후보자를 향해서는 "왜곡의 왜곡을 능사로 한 사람을 수사 잘해야 하는 자리에 앉힌다는 것은 모순(矛盾)의 극치"라고 직격했다.여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집권 초기 대통령의 인사와 국정 기조를 이 정도 수위로 비판한 사례는 흔치 않다. 마치 이재명 대통령과 정치적 대척점(對蹠點)에 있는 정청래 전 대표를 연상케 했다. 추미애 지사의 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도를 넘은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X)에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개혁의 이름으로 개혁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어느 정권에서도 본 적 없는 하극상(下剋上)"이라고 규정했다. 나아가 이번 충돌의 본질을 여권 내부의 주도권 싸움으로 해석했다. 그는 "주지하다시피 이 상황은 권력 투쟁으로, 김어준·유시민 등 이른바 진영의 주류들이 자신들이 만든 비주류 대통령의 주인 노릇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례 없는 자중지란(自中之亂)이라는 의미다. -
- ▲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서성진 기자
파장을 더 키운 것은 여당 대표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였다. 김민석 대표는 14일 당 유튜브 채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첫 1년 안착에 안팎 세력들이 힘을 합쳐 탄핵(彈劾)하려고 하던 시기의 전조와 비슷한 상황으로 가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내부 총질 사태를 정리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굳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입에 올리면서, 묘한 논란을 낳는 형국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갑론을박이 한창이다.생태계에는 '빈틈(니치·Niche)'이라는 개념이 있다. 강한 종들이 먼저 영역을 차지하고 그 이후 발생하는 빈 공간을 다른 누군가 메우려는 움직임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 국면 속에서 벌어지는 내부 권력 다툼은 정치 생태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개다.이러한 상황 속에서 나온 추미애 지사의 발언은 명청대전과 석청대전 구도 자체를 흔드는 신호였다. 친명계와 맞서다가 휘청이는 정청래 전 대표의 자리를, 자신이 대신할 수 있다는 행간으로 읽힌다. 잠룡(潛龍)의 본격적인 메시지에 가깝다. 친청계를 넘어 그 바깥의 비명·개혁 강경파까지, 정청래 한 사람에게 쏠려 있던 반명(反明) 정서를 통째로 흡수하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무너지는 지금이야말로, 구도를 재편할 적기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하지만 추미애 지사에게는 아직 풀리지 않은 족쇄(足鎖)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뼈 아픈 기록이다. 추 지사는 2002년 대선 때 대통령 선대위 국민참여운동본부를 이끌었다. 돼지저금통으로 국민성금을 모아 '돼지엄마'라는 별칭도 얻었다. 그러면서 노무현의 정치적 동지이자 후계자 중 한 명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민주당 분당 사태 당시 열린우리당 합류를 거부하고 친노계와 갈라섰다. 추미애 지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줄이고 줄여도 책자로 만들 정도"라고 주장했다. -
- ▲ 2004년 4월 3일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이 광주를 방문, 광주 금남로에서 탄핵 정국 공조 사죄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역풍(逆風)을 맞은 새천년민주당은 총선에서 참패했다.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추 지사는 광주에서 2박3일간 15㎞를 삼보일배(三步一拜)를 하며 석고대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본인도 낙선했다. 공천 파동도 터졌다. 추 지사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귀국한 뒤 17대 대선을 앞두고 정동영 캠프의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정치 전면에 복귀했다. 그리고 12년 뒤인 2016년 이번엔 반대편에 서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를 주도했다. 2024년 12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대량 살상에 대비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탄핵, 그 갈림길마다 같은 이름이 있었다. '탄핵의 여왕'이라는 별칭은 그래서 붙었다.아이러니한 장면도 있다. 2023년 추 지사는 당시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비명계 의원들을 향해 우화 한 편을 던졌다. 아버지 개구리의 유언을 곧이곧대로 따르다 결국 무덤을 떠내려가게 만든 청개구리 이야기였다. "청개구리와 헌법기관의 수준이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재명을 등진 이들을 향한 조롱이었다. 3년이 지난 지금, 그 우화를 다시 꺼낸다면 누구 앞에 놓아야 할지, 굳이 답을 정해줄 필요는 없어 보인다.변곡점(變曲點)이 다가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는 순간 벌어질 일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14일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발표한 조사(표본 2,515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대통령 긍정평가는 33.8%까지 주저앉았다. 국정운영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던 35%는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부정평가는 취임 후 처음으로 60%대에 올라섰다.정당 지지도에서도 국민의힘(42.1%)이 민주당(36.1%)을 앞질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명청대전에서 밀려난 비명·개혁 강경파가 추미애 지사 뒤에 줄을 설지, 아니면 김민석 대표의 경고에 따라 다시 힘을 합칠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을 향한 강경 발언이 신호탄인지 해프닝인지는, 결국 숫자가 마지노선을 넘을 때 판가름 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우는 순간을 포착했던 추미애 지사의 촉이 이번에는 어딜 겨누고 있는지, 지켜볼 일이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감각은 종종 반복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