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법사위서 지자체장 배임 적용 거듭 비판"공공의 자리서 한 판단을 기소? 말 안 된다"기업 유치·일자리·지역경제 활성화도 거론'배임 혐의' 李 대장동·백현동 재판과 맞닿아최근엔 "특정인 재판 영향 검토한 적 없다"
  • ▲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배임죄 개편은 특정인의 재판에 유리한 결과를 주기 위한 논의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불과 두 달 전 국회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공익적 의사 결정에 배임죄를 적용해 기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후보자가 당시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를 지자체장의 공익적 판단 사례로 제시한 만큼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배임 혐의로 재판받는 이재명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배임죄 개편 필요성을 주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지난 7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성호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배임죄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배임죄가 예컨대 지방자치단체장까지 확대되는 경우가 지금 보인다"며 "합리적인 정보에 기초해 공공의 목적을 위한 것이라면 그것이 설령 어느 한 측에 손해가 되고 다른 한 측에는 이익이 되는 경우라도 단순히 경제적으로 비교해 판단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대표발의한 배임죄 개정안을 거론하며 법무부에 함께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 전 장관은 "그러고 있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일주일 뒤인 7월 15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지자체장의 공적 판단에 배임죄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배임죄의 주체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적인 자리에서 했던 판단도 무슨 정치적 이득을 얻고 무엇에 손해가 된다는 이유로 기소된 건도 있는데, 저는 그것도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누구라도 공공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기업을 유치하고 거기서 일자리도 생기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좋은 목적에서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가 이 대통령이나 대장동·백현동 사건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다만 지자체장의 기업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행정 행위에 배임죄를 적용한 사례를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관련 재판을 사실상 엄호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재임 당시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민간업자들에게 4895억 원 상당의 이익을 몰아준 혐의로 기소됐다. 백현동 개발사업에서도 민간업자에게 1356억 원 상당의 이익을 얻게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200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두 사건 모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김 후보자가 지자체장의 공익적 판단과 기업 유치, 지역경제 활성화를 배임죄 적용의 문제 사례로 든 것은 대장동·백현동 개발이 공익을 위한 정책적 판단이었다는 이 대통령 측의 방어 논리와 궤를 같이한다.

    김 후보자는 해당 발언이 나온 지난 7월 8일 배임죄 관련 내용을 담은 형법·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형법 개정안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합리적인 정보에 기초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의사 결정을 한 경우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는 내용이 담겼다.

    기업인의 경영 판단뿐 아니라 지자체장 등 공직자의 행정상 판단도 배임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 배임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배임죄 개편과 이 대통령 재판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김 후보자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배임죄 관련 개정이 이 대통령이나 현 여권 인사의 수사·재판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했는지 묻자 "특정인의 수사·재판에 유리한 결과를 주기 위한 논의가 아니며, 특정인의 수사·재판에 미칠 영향을 별도로 검토한 사실도 없다"고 답했다.

    그는 "배임죄 개선은 정상적인 경제 활동과 공익적 의사 결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장의 투자 유치와 합리적인 정책 판단을 뒷받침하려는 취지도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배임죄 폐지나 구성요건 변경이 현재 진행 중인 사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기존 사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개정 내용과 경과 규정의 적정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야당에서는 김 후보자가 결국 배임죄 폐지를 이 대통령을 위해 시도하는 것을 자백한 것과 다름없는 발언이라고 지적한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뉴데일리에 "공식 기록이 남는 상임위 회의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시절 문제가 됐던 대장동 사건을 감싸놓고도, 특정인을 겨냥해 배임죄 폐지 법안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는 말 자체가 거짓말이라고 드러난 셈"이라며 "법무부 장관이 자신이 한 말조차 잊은 채 특정인의 죄 지우기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스스로 부적격자라고 외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뉴데일리는 김 후보자 측에 당시 발언이 이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 사건을 염두에 둔 것인지와 배임죄 개정안이 해당 재판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입장을 요청했으나, 별도의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 후보자 측은 관련 입장을 인사청문회에서 밝힐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