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지역구 모두 장관 겸직 금지 제안후보자 때는 현행법 근거로 겸직 고수오준호 "민주당이 용혜인 결단 요청"김민석 만나 정치개혁안 논의 예고
  • ▲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장관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장관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의원직 겸직 논란 끝에 사퇴한 지 하루 만에 기본소득당이 모든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금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용 의원이 후보자로 있을 때는 현행법상 겸직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의원직을 유지하려 했지만, 후보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가리지 않고 겸직 자체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자고 나선 것이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표는 1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행정부와 입법부의 상호견제 원칙이 중요하다면 장관직을 지역구 의원에게는 허용하고 비례대표 의원에게만 사퇴를 요구할 이유는 없다"며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을 구분하지 않고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직하지 못하게 하는 국회법 개정 방안을 공론장에 올리자"고 밝혔다.

    오 대표는 "국민이 입법자로 선출한 사람은 국회에서 행정부를 견제하고, 국무위원으로 임명되는 의원은 의원직을 내려놓도록 원칙을 정하자"고 했다.

    기본소득당은 겸직 금지와 함께 선거제도 개편도 요구했다. 오 대표는 "위성정당 없는 연합정치를 만들기 위한 선거 제도 개혁에 나서자"며 "위성정당 발생을 막으면서 다당제 연합정치의 대의를 살리는 핵심 과제는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고, 연동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들이 별도의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고도 선거연대를 할 수 있도록 공동 비례대표 명부를 허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오 대표는 "선거 연합은 법적으로 투명하게 허용해야 한다"며 "서로 다른 정당이 각자의 당명을 유지하며 공동의 비례대표 명부를 만들어 국민 앞에 나설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오 대표는 이 같은 정치개혁 방안을 조만간 김민석 민주당 대표와 만나 논의하겠다고 예고했다. 국회의원과 국무위원 겸직 금지뿐 아니라 비례대표 의석 확대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강화, 정당 간 공동명부 허용 등을 함께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기본소득당은 용 의원이 장관 후보직에서 물러난 과정에 민주당의 요구가 있었다는 점도 공개했다. 그는 기본소득당이 이재명 정부의 장관직 제안을 받아들인 데 대해 "어디까지나 다당제 연합정치의 한 걸음으로 이해해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합정치의 상대인 민주당이 국민 여론과 국정운영의 부담을 이유로 (용 의원에게) '결단'을 요청했다"며 "그 부담을 모른 체할 수 없었다"고 했다.
  • ▲ 오준호 기본소득당 신임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기본소득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오준호 기본소득당 신임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기본소득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용 의원은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 자신의 국회의원·국무위원 겸직은 현행법상 허용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용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국무위원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례대표 의원에게만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데 대해서도 "비례 의원에 대해서만 다른 원칙과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비례대표 의원이 장관에 임명될 경우 의원직을 내려놓아 온 정치권 관례에도 "비례대표 사퇴라는 관례가 정치인들 사이에 자리 나눠 먹기가 된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당의 원내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의원직을 내려놓지 않는 이유로 제시됐다. 용 의원은 기본소득당의 유일한 국회의원으로, 의원직을 사퇴할 경우 당이 원외정당이 되는 점을 강조해왔다. 당시에는 현행 겸직 제도를 활용해 장관직과 의원직을 함께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용 의원이 결국 장관 후보직에서 물러나자 기본소득당은 기존 제도를 활용하는 대신 제도 자체를 바꾸는 방안을 공식 의제로 꺼냈다. 용 의원이 겸직의 직접 당사자였을 때는 현행법상 허용된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장관직 도전이 무산된 직후에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가리지 않고 모든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금지하자고 요구한 것이다.

    다만 용 의원도 후보자 시절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에 따른 부작용을 제도적으로 논의할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에도 문제는 겸직 금지 여부를 앞으로 논의하는 것과 별개로, 자신에게 먼저 의원직 사퇴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용 의원은 전날 결국 의원직이 아닌 장관 후보직을 내려놨다.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지명된 지 14일 만이다. 겸직 논란에 더해 과거 노동당 내 비공개 정파인 이른바 '언더조직' 활동, 배우자의 기본소득당 유급 당직 근무, 일부 시·도당 사무실 등록과 당비 납부 문제 등을 둘러싼 논란이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이어졌다.

    용 의원은 관련 의혹을 해명하면서 후보직을 유지해왔지만 민주당이 국민 여론과 국정운영 부담을 이유로 거취 결단을 요청하자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