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조현과의 호르무즈 문자 공개현직 장관과 민간인 원로의 비공식 소통 도마'채텀하우스' 룰 아래 日 의원들 앞서 영향력 과시6인회 구상, 현 정부 외교안보 정책과 접점 다수
  • ▲ 2024년 6월 19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긴급 간담회에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 '6인회' 인사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석·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정인 전 외교안보특보. ⓒ뉴시스
    ▲ 2024년 6월 19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긴급 간담회에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등 '6인회' 인사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석·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정인 전 외교안보특보. ⓒ뉴시스

    호르무즈 해협 군사적 기여와 대미 투자 계획 이행을 놓고 이재명 정부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역대 진보 좌파 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로 구성된 이른바 '6인회'를 둘러싼 '비선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6인회' 소속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지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6 EAF 한일 고위급 전략대화'에 참석해 여야 의원 및 일본 의원들 앞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과 호르무즈 파병 여부를 두고 나눈 사적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면서다.

    '6인회'는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기에 국정원장을 지냈던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한 방송에서 임동원(전 국정원장),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문정인, 이종석(국정원장), 서훈(전 국정원장), 박지원 등 6명이 참여하는 '6인회'가 있다고 공개하면서 알려진 모임으로, '자주파'로 구성돼 있다
  • ▲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국회(정기회) 제6차 본회의 대정부질문(외교·통일·안보)에서 질의하는 모습. ⓒ뉴시스
    ▲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국회(정기회) 제6차 본회의 대정부질문(외교·통일·안보)에서 질의하는 모습. ⓒ뉴시스
    ◆현직 장관-원로의 비공식 소통, 다시 불붙은 '비선' 논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외교·안보·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조 장관이 지난 8일 문 교수에게 '이재명 대통령을 지키려면 (파병) 동의안을 보낸 다음에 국회에서 치고받고 싸우게 해야지, 대통령이 나서서 책임지게 하면 안 된다. 그래야 책임론이 없을 것'이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일정상 자리를 비운 조 장관을 대신해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을 상대로 "이런 문자를 직함도 없는 퇴직 교수에게 보냈는데, (둘이) 어떤 관계인가"라며 "외교부 뒤에는 이런 '언더서클'이라도 있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한 의원과 문 교수는 문자의 정확한 내용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문 교수는 조 장관이 대통령을 언급한 적이 없으며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적 기여를 검토하는 것을 정치권이 '파병'으로 규정하는 데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문 교수는 조 장관이 자신에게 보낸 문자 내용은 '(호르무즈에) 파병하는 게 아니고 국제 해상 통로의 안전을 위해서 제한적으로 참여하는 건데, 정치인들이 자꾸 다르게 이해를 해서 우려가 크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현직 장관이 전직 고위 인사나 학계 원로와 비공식적으로 소통하는 것까지 문제 삼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 외교가의 중론이다. 그러나 문 교수의 주장대로 문자 메시지에 민감한 내용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현직 외교부 장관과의 사적 소통 내용을 제3자에게, 그것도 외국 국회의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공개한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공식 직함이 없는 원로 인사가 현직 장관과의 소통 사실과 그 내용을 공개하는 순간, 그 자체로 해당 인사의 실제 영향력과 무관하게 '누가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가'라는 '비선 논란'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시 전략대화가 참석자들의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위해 발언자의 신원을 특정하지 않는 채텀하우스룰 아래 진행됐다는 점도 이번 논란을 더욱 역설적으로 만든다. 회의 규칙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과 별개로, 비공개 성격의 외교안보 논의가 진행되는 자리에서 현직 장관과의 개인적 소통 내용을 제3자에게 공개한 것은 메시지 관리 측면에서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박지원이 드러낸 '6인회'… 다시 수면 위로

    이번 문자 파동은 지난해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기적인 모임 사실을 공개하면서 존재가 알려진 '6인회'의 비선 논란을 다시 키우는 계기가 됐다. 박 의원은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9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서 이 대통령의 인선에 대해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현 국정원장)는 사실 몇 년간 계속된 6인회라는 모임에 저와 함께하고 있다. 임동원, 정세현, 문정인, 이종석, 서훈, 박지원이 멤버"라면서 "같이 한두 달에 한 번씩 오찬하면서 서너 시간씩 얘기를 나누고 늘 의견을 교환해 온 사이다. 그런데 거기는 상당히 자주파들"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당시 내정자 신분이었던 이종석 국정원장을 향해 "국정원장은 아무래도 대북 문제나 외교 문제도 하기 때문에 중국, 러시아를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도랑에 든 소이기에 미국 풀도 먹어야 하고 중국 풀도 먹어야 하고 러시아 풀도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특히 안보는 미국과 하고 하고 경제는 중국과 한다는 '안미경중'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러한 한미 관계는 '찐미'인 위 실장이 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북 협상에 정통한 전직 안보 관료는 당시 뉴데일리에 "한 개인의 반미·친북 성향이라면 그 개인의 생각만 바꾸면 되지만 6명이 매달 정기적으로 만나 성향을 공유해왔다면 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장기간 교류를 통해 반미·친북 성향이 고착된 집단을 미국은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 ▲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7월 1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하기 위해 상춘재로 이동하며 대화하는 모습.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7월 1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하기 위해 상춘재로 이동하며 대화하는 모습.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6인회 구상과 현 정부 정책 사이 '눈에 띄는 접점'

    6인회 구성원들이 그동안 공개적으로 제시해 온 외교·안보 구상은 이재명 정부에서 실제 추진되거나 논의된 정책과 접점이 다수 존재한다. 물론 이러한 정책적 유사성만으로 6인회가 정부 정책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현직 장관과 직접 소통하고 그 내용을 국내외 정치권에 공개하는 행동 자체가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효과를 낳으면서 실제 6인회의 역할과 영향력에 대한 의문을 다시 키우고 있다.

    특히 문 교수의 공개 제안과 현 정부 내 정책 논의 사이에는 눈에 띄는 접점이 있다. 

    문 교수는 지난해 6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끄는 데 활용할 카드로 북한 김정은이 주장해 온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한 인정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제는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북한은 기본적으로 남북한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남북이 서로 다른 두 개의 국가로서 영토와 주권을 존중하고 내정간섭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결국 헌법 3조에 대한 우리의 입장 표명이 있거나, 북한이 주장하는 적대적 두 국가론을 우리가 인정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표해야 북한이 (협상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내놓은 '적대적 두 국가'론에서 '적대적'을 어떻게 '우호 친선적'으로 바꾸느냐가 중요하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을 완전히 다른 국가로 인정하고 두 국가로 가자고 하면 (북한이) 오케이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노무현·이재명 정부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9월 24일 '북한의 2국가론과 남북기본협정 추진 방향'이란 주제의 세미나 환영사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을 평화적 두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 '위헌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급기야 유엔총회 계기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뉴욕 순방을 수행 중이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까지 나서 같은 날 뉴욕 현지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두 국가론'을 지지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며 수습해야 했다. 위 실장은 "남북관계는 통일될 때까지 잠정적인 특수관계라고 하는 남북기본합의서 입장에 서 있다"며 "그것이 우리 헌법에도 맞는 관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정 장관은 평화적 두 국가론을 통일부 입장으로 확정하기 위한 절차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2028년을 목표 시점으로 설정해 추진하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구상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정원장이었던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공개적으로 제안해 온 '시간 기반 전환' 주장과 접점을 보인다. 서 전 실장은 지난해 9월 19일 캠프 그리브스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남북군사합의 7돌 기념식'에서 전작권 전환 문제와 관련한 한미 합의를 기존의 조건 기반에서 '시간 기반'으로 바꾸는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2014년 한미가 발표한 '조건에 따른 전작권 전환' 합의는 미중 전략 경쟁과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로 인해 미국의 판단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 전환 목표 시한을 정하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페이스메이커론'을 직접 제시하기에 앞서, 노무현·김대중 정부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미북 대화를 활용해 남북관계 복원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정 전 장관은 지난해 6월 13일 6·15 남북공동선언 25주년 학술회의에서 "통미봉남(通美封南)을 두려워하지 말고, 워싱턴으로 돌아서 평양으로 가도 좋다는 열린 자세로 이재명 정부가 남북 평화 협력 관계를 복원해주기를 바란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북관계 개선 의지를 적극 활용하면 임기 중 남북정상회담도 성사 가능하다"고 전망한 바 있다.

    문 교수의 문자 파동은 6인회의 실제 영향력과 관계없이 '누가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접근하고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의문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경종을 울린다. 외국 정치권 인사까지 참석한 자리에서 현직 장관과의 비공식·비공개 소통 내용을 공개하는 행위는 한국 정부의 실제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불필요한 추측과 오해를 낳을 수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처럼 한미 관계와 중동 정세가 맞물린 민감한 시기일수록 영향력 있는 원로들의 조언이 어떤 경로로 정부와 연결되고 또 외부로 유통되는지가 더욱 중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