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원, '김승원 의혹' 제보자 성씨·경력·관계 공개…'신원 특정' 파문野 시절 '공익제보자 보호위' 출범…전담변호사 두고 법률·정치적 지원 약속尹·한동훈 겨냥 제보엔 '철통 신변 보호'…자당 악재엔 "앙심 품은 제보" 공격진위·자격 검증과 신원 보호는 별개…'내 편·네 편' 따라 원칙 달라지나
  •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겠다며 당내 전담위원회와 제보센터까지 만들었던 더불어민주당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제보자의 신상과 과거 사업관계 등을 공개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상대 진영의 권력형 비리 의혹을 폭로한 제보자들에게는 신원 보호는 물론 법률·정치적 지원까지 약속했던 민주당이 정작 자당 장관 후보자를 겨냥한 제보에는 신상과 제보 동기까지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그동안 강조해온 '공익제보자 보호'가 결국 '내 편'·'네 편'을 가리는 허울뿐인 구호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 ▲ 박선원 최고위원ⓒ뉴데일리DB.
    ▲ 박선원 최고위원ⓒ뉴데일리DB.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선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충북도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를 직접 거론했다.

    박 최고위원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제기한 의혹의 출처를 설명하면서 제보자의 성씨를 공개하고 과거 특정 회사의 공동대표를 지낸 경력과 의혹에 등장하는 브로커와의 사업 관계 등을 언급했다.

    그는 해당 제보자가 브로커와 사업을 하다 손실을 본 뒤 투자금을 돌려받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로비 의혹을 폭로하려 했다고 주장하면서 "앙심을 품고 국민권익위원회와 식약처, 대검찰청에 무차별적으로 제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제보자의 이름 전체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성씨와 과거 직업, 사업 및 인적관계, 제보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신원을 추정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의원은 "공익제보자 신원 비밀은 법으로 철저히 보장돼 있는데 이를 집권당 최고위가 공개했다"며 "명백한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이고 정치적 책임뿐 아니라 무거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도 "공익제보자의 신원을 사실상 특정하고 노골적으로 비방했다"며 "이재명 정권이 급격히 추락하자 민주당은 이성을 잃은 것이냐"고 가세했다. 
  • ▲ 더불어민주당 공익제보자 권익보호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전현희 의원(왼쪽)이 2024년 10월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공익제보자 권익보호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공익제보자 권익보호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전현희 의원(왼쪽)이 2024년 10월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공익제보자 권익보호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연합뉴스
    ◇ 상대편 겨냥한 제보엔 "끝까지 보호" … 전담변호사·보호위까지

    민주당이 야당 시절 공익제보자 보호를 당 차원의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2024년 10월 '부패·공익제보자 권익보호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위원장은 전현희 의원이 맡았다.

    당시 전 의원은 "공익신고자보호법과 부패방지법에 정해진 보호절차와 각 법에 따라 공적인 방법으로 신고자를 보호하고, 경우에 따라서 필요하면 정치적인 방법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만약 공익신고자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거나 신변의 위협을 느낄 경우 신변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연결해주거나 기자회견 등을 통해 경고하고 보호하는 조치도 병행해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당사에 공익제보 상담실을 설치하고 전담 변호사를 배치하는 한편 '윤석열정권 권력형 비리 공익제보센터'까지 운영했다.

    실제 보호 대상자도 잇달아 지정했다. 명태균씨의 여당 공천 개입을 폭로한 강혜경씨를 '공익제보 보호 1호'로 지정한 데 이어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와 김태열 미래한국연구소장 등을 차례로 보호대상으로 지정했다. 

    민주당은 김 소장을 보호대상으로 지정하면서 "용기 있는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제보자 보호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후에도 상대 진영을 겨냥한 의혹을 제기한 공익제보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보호 기조를 이어갔다.

    지난해 8월 민주당 부패·공익제보자 권익보호위원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사주' 의혹 제보자들이 검찰에 송치되자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전 의원은 "부패를 폭로한 공익제보자들을 처벌하는 것은 정의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과 다름없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공익제보자는 부패를 막는 최후의 방파제이며, 그들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의무"라고 목소리 높였다.
  • ▲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자ⓒ연합뉴스.
    ▲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자ⓒ연합뉴스.
    ◇ 김승원 의혹엔 신상 공개, 한동훈 의혹엔 보호 … 달라진 제보자 원칙

    과거 민주당이 직접 확보한 제보를 공개하는 과정에서는 제보자의 신원 공개를 직접 거부한 사례도 있다.

    민주당은 2024년 10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 녹음파일을 공개하면서 제보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당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녹취 입수 경위와 제보자 신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지금은 공개하지 않겠다"며 "신변 보호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 당시에는 제보자의 공익신고자 자격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김의겸 당시 민주당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 등이 참석했다는 술자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관련 녹취를 제공한 인물이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자로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당시에는 해당 제보가 사실인지, 제보자를 공익신고자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거셌다. 하지만 권익위는 제보의 신빙성이나 공익신고자 인정 여부와 별개로 신고자 보호 의무를 이유로 신고 접수 여부조차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권익위는 해당 제보가 법령에서 정한 보호대상 신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보호조치 신청을 각하했다.

    결국 민주당이 공익제보자 보호를 강조하면서도 제보가 누구를 겨냥하느냐에 따라 보호 원칙을 달리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상대 진영의 권력형 비리 의혹을 폭로한 제보자에게는 '보호해야 할 공익제보자'라며 당 차원의 보호 조직까지 가동했지만, 정작 자당 장관 후보자를 겨냥한 제보가 나오자 제보자의 신상과 과거 이해관계, 제보 동기까지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제보 내용의 신빙성이나 제보자의 이해관계를 검증하는 것과 제보자의 신원을 보호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실제 청담동 술자리 의혹 제보자는 이후 법적 보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됐지만 권익위는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신고자 보호 의무를 이유로 신고 접수 여부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제보 내용의 진위가 가려지기도 전에 신상부터 공개하고 제보 동기를 공격하는 일이 반복될 경우 권력형 비리나 부패 의혹을 알고 있는 또 다른 내부자들의 신고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