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 "피해자도 언론 플레이"…김진주 "부적절""1심 땐 안 믿어줘…원해서 언론 택한 것 아냐""남은 통로가 언론뿐…피해자는 어디에 말하나"보완수사 폐지에 "피해자가 행운 기대해야 하나"
  • ▲ 지난 2023년 6월 12일 부산 연제구 부산고법에서 열린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을 마치고 언론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쏟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2023년 6월 12일 부산 연제구 부산고법에서 열린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을 마치고 언론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쏟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자는 자신의 운명과 가족의 삶까지 걸고 세상에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걸 어떻게 '플레이'라고 할 수 있나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씨는 11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가해자 이모씨의 보복 협박 혐의 항소심 재판부가 자신의 공론화 활동을 '언론 플레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박운삼)는 지난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의 항소심 공판을 열었다. 이씨와 함께 수감됐던 유튜버는 증인으로 출석해 이씨로부터 김씨에 대한 보복성 발언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 과정에서 박 부장판사는 "피해자 역시 재판 과정에서 어쨌든 상당한 언론 플레이가 있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피해자 측이 표현의 부적절성을 지적하자 "이 사건이 왠지 정치화되는 느낌이 든다"고도 했다.

    김씨는 이씨가 자신의 형량이 무거워진 원인을 피해자의 언론 활동 탓으로 돌려온 상황에서 재판부까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재판부가 '피해자도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 맞지 않느냐'고 말하면 피고인은 '재판장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내 말이 맞구나'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며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법정에서 직접 표현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 ▲ 부산 돌려차기 사건 현장 CCTV. ⓒ뉴시스
    ▲ 부산 돌려차기 사건 현장 CCTV. ⓒ뉴시스
    ◆ "1심 땐 아무도 안 믿어줘 … 원해서 언론 선택한 것 아냐"

    김씨는 처음부터 여론을 이용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인상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1심 때는 공론화에 성공한 적조차 없다"며 "자료가 없어 저를 믿어주는 사람이 없었고 어디에 제보해도 제대로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신변보호가 노출되거나 모자이크가 풀릴까 하는 수많은 걱정을 감수하면서 공론화에 나섰다"며 "저는 원해서 한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번 보복 협박 사건이 시작된 뒤 지난 9일 처음 법정에 출석한 김씨는 재판부의 "정치화" 발언에 대해서도 "마치 제가 무슨 사전 작업이라도 한 것처럼 느껴졌다"며 "왜 그런 표현이 나왔는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자신의 두려움을 단정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증인이 가해자의 구체적인 보복 계획을 알게 된 피해자가 겁을 먹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말하자 재판장은 "보통은 피해자가 그것으로는 겁을 먹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다른 재소자들이 제 본가 주소를 외울 정도로 가해자가 보복 계획을 이야기했다고 한다"며 "그런 사람을 어떻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느냐. 왜 재판부가 제 두려움까지 판단하려 하는지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 ▲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씨가 지난달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씨가 지난달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사건 당사자 아니라며 정보 막혀 … 믿고 기다렸는데"

    김씨는 피해자가 언론과 SNS를 통해 직접 공론화에 나서는 배경에는 수사·재판 과정에서의 정보 접근 한계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피해자는 재판 기록을 제대로 볼 수 없었고 어떤 증거가 있는지도 몰랐다"며 "수사와 재판을 겪는 동안 '피해자는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계속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내가 모르는 사실이 있겠지' '판사가 알아서 해주겠지'라며 사법체계를 믿고 기다렸다"며 "그렇게 기다린 피해자를 나중에 '언론 플레이'라고 재단하면 얼마나 배신감을 느끼겠느냐"고 했다.

    다른 범죄 피해자들에게 미칠 영향도 우려했다. 김씨는 "'언론 플레이' 대신 '공론화를 한 것은 맞지 않느냐'고 했다면 훨씬 적절했을 것"이라며 "'플레이'라는 말은 피해자가 언론을 이용해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려 했다는 것처럼 들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피해자가 들었다면 정말 세상에 등을 돌리고 싶을 것 같다"며 "자신에게 남은 통로가 언론밖에 없는데 그것마저 '언론 플레이'라고 한다면 어디에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 ▲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달 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달 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피해자가 행운 기대하는 게 사법체계인가"

    김씨는 범죄 피해자 지원제도가 피해자에게 과도한 입증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사건 직후 약 두 달간 입원하며 치료비가 1000만 원 후반대까지 들었다. 초기 비용을 직접 부담한 뒤 지원받았지만 각종 증빙과 심사를 거쳐야 했다.

    김씨는 "돈이 없어 아버지가 적금까지 깼다"며 "피해를 당한 것도 힘든데 피해 사실까지 하나하나 증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 피해는 '복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구조금 지급 전 치료비를 마련할 수 있는 저금리 대출 등 선지원 제도를 제안했다.

    오는 10월 검찰의 직접·보완수사가 폐지되는 데 대해서도 우려했다.

    김씨는 "지금도 문제가 많다면 피해자를 보호할 장치를 더 만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하나를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피해자가 행운을 기대해야 한다는 게 올바른 사법체계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선택할 수 있는 통로 하나를 없애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재판부를 포함한 모든 관계자가 '피해자는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말을 모든 곳에서 지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