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헌 "호르무즈 파병 절대 안 돼"김병주 "명분 없는 전쟁, 신중해야"이광재 "국회·국민 동의 필요"정부 "파병 미정 … 여러 방안 검토"
  • ▲ 이두희 국방부 차관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정부질문(외교·통일·안보)에 출석해 의원들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두희 국방부 차관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정부질문(외교·통일·안보)에 출석해 의원들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검토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파병에 부정적인 기류가 나타났다. 일부 의원은 파병에 명확히 반대했고, 다른 의원들도 신중한 판단과 국회·국민의 동의를 강조했다. 정부는 현지조사단을 중동에 파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파병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기현 민주당 의원은 10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저는 이번 파병이 실익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란과의 관계, 중동에 있는 우리 국민들의 안전, 기업, 현지에 나가 있는 선박이나 선원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절대 파병이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익과 우리 국민의 안전이 파병으로 해쳐지는 것"이라며 "다른 협상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기대만으로 우리 장병들을 전장에 보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한 그는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동맹은 중요하다"며 "하지만 동맹이라고 해서 깊이를 알 수 없는 수렁까지 깊이 들어갈 수는 없다"고 했다.

    미국 주도의 군 지휘체계에 들어갈 가능성에도 "그렇게 가서는 절대 안 된다"며 "미군의 지휘 아래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다만 미군의 지휘 아래가 위험하다고 주장하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도 파병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다만 파병 자체에 선을 긋기보다는 신중론에 무게를 뒀다.

    그는 "파병이 됐을 경우 우리 장병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고 명분 없는 전쟁에 끌려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아직 중동전쟁은 이루어지고 있고 명분 없는 전쟁이기 때문에 미국이 요구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끌려들어가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파병 반대보다는 절차와 신중한 판단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매우 신중해야 될 거라고 본다"며 "기본적으로 국회와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냐"고 물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당연히 국내법 절차와 사회적 동의도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면서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신중히 검토해 나가야 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에서는 이기헌 의원이 명확한 반대론을, 김병주 의원은 강한 신중론을, 이광재 의원은 절차를 강조한 신중론을 각각 내놓았다. 표현과 수위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파병에 신중하거나 부정적인 입장이 이어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핵심 길목이다. 이곳의 군사 충돌이 커지면 원유 수송과 국내 에너지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는 선박 보호와 국민 안전 등을 이유로 여러 대응 방안을 살피고 있다.
  • ▲ 아랍에미리트(UAE) 코르 파칸 해안에서 지난 5월 1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발이 묶인 유조선과 자동차운반선이 정박해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미 해군 프리깃함 1척이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해군의
    ▲ 아랍에미리트(UAE) 코르 파칸 해안에서 지난 5월 1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발이 묶인 유조선과 자동차운반선이 정박해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미 해군 프리깃함 1척이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해군의 "공격" 경고를 무시한 후 2발의 미사일에 맞았다고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이 보도했다. ⓒAP/뉴시스
    정부도 명확한 결론을 내놓지 않았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반복해서 말씀드리고 있는 것처럼 결정된 바가 없다"며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두희 국방부 차관은 현지조사단 파견 사실은 인정했다. 이 차관은 "현지조사단이 중동 지역으로 간 것은 맞다"면서도 "반드시 파병을 전제로 한다거나 파병을 준비한다기보다는 전반적인 상황을 평가하고 검토하기 위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파병이 결정될 경우 국회의 동의를 분명히 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있었던 파병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회의 동의 절차를 명확히 거쳐야 한다"고 했다.

    이 차관도 "해외 파병을 하게 된다면 국민적 공감대와 국내법 절차에 따라 국회에 보고하고 국회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정부는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군사적 지원을 요청했는지와 파병 규모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현지조사단을 중동에 파견해 현지 상황을 점검하고 있으며, 파병을 포함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