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창구는 검찰총장→중수청장 변경불복 조항은 폐지되는 검찰청법 인용공소청법은 90일 무처분 특례 불명확특별감찰관 복원 앞두고 후속 정비 과제
  • ▲ 특별감찰관 후보자(최용훈, 최길수, 강지식) 추천안이 지난 8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특별감찰관 후보자(최용훈, 최길수, 강지식) 추천안이 지난 8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이종현 기자
    10년 만에 재가동을 앞둔 특별감찰관 제도가 새 형사사법체계 출범과 동시에 불복 절차를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을 안고 출발하게 됐다.

    국회가 검찰청 폐지에 맞춰 특별감찰관의 고발·수사의뢰 기관을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바꿨지만 정작 사건이 90일 넘게 처리되지 않거나 불기소됐을 때 적용되는 항고 조항은 같은 날 폐지되는 검찰청법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어서다.

    이에 대통령 배우자와 친인척, 대통령실 핵심 참모를 감찰하는 제도를 10년 만에 복원하면서도 정작 수사기관의 장기 미처리를 견제할 장치는 새 체계에 맞게 정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지난 8월 24일 춘추관에서 '최길수 변호사 특별감찰관 후보 지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지난 8월 24일 춘추관에서 '최길수 변호사 특별감찰관 후보 지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고발 창구만 중수청으로 … 바로 다음 불복 조항은 '그대로'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특별감찰관법 제19조는 특별감찰관이 감찰 결과 범죄혐의가 명백해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검찰총장에게 고발하고,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검찰총장에게 수사를 의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내달 2일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 출범에 맞춰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개정법은 특별감찰관의 고발 및 수사의뢰 대상을 검찰총장에서 중수청장으로 변경했다.

    반면 고발 이후 불복 절차를 규정한 제20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특별감찰관법 제20조는 특별감찰관이 고발한 사건에 대해 처분 없이 90일이 지나거나 불기소처분이 내려진 경우 '검찰청법 제10조에 따라 항고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검찰청법 제10조는 고소인·고발인이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상급 검찰청에 항고·재항고하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지만 검찰청법은 공소청법이 시행되는 내달 2일 폐지된다.

    이에 따라 내달부터 특별감찰관이 범죄혐의를 발견하면 새 수사기관인 중수청장에게 고발하게 되지만, 이후 사건이 장기간 처리되지 않을 경우 행사하는 항고는 폐지된 검찰청법의 절차를 계속 가리키는 구조가 된다.

    새 공소청법 제57조에는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고소인·고발인의 항고 절차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특별감찰관법 제20조는 불기소처분뿐 아니라 아무런 처분 없이 90일이 지난 경우에도 항고할 수 있도록 별도의 특례를 두고 있다.

    따라서 불기소처분에 대한 일반적인 항고와 달리 '90일 무처분 항고'를 새 공소청 체계에서 어느 기관에 어떤 절차로 제기할지는 명시적으로 연결돼 있지 않다. 특별감찰관법상 권한은 남아 있지만 이를 행사하는 절차가 새 체계에 맞춰 정비되지 않은 셈이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청법 제10조가 폐지되는 만큼 어느 기관을 상대로 어떤 절차를 밟을 것인지 법률상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공소청법 제57조를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지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 특별감찰관 후보자(최용훈, 최길수, 강지식) 추천안이 지난 8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특별감찰관 후보자(최용훈, 최길수, 강지식) 추천안이 지난 8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직접 수사권 없는 특별감찰관 … '사건 묵히기' 견제 장치 흔들리나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소속이지만 직무상 독립해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 등의 비위행위를 감찰한다.

    다만 직접 수사하거나 기소할 권한은 없다. 감찰을 통해 범죄혐의를 확인하더라도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별도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특별감찰관이 스스로 후속 수사를 진행할 수 없는 만큼 고발 이후 사건을 수사·공소기관이 장기간 처리하지 않는 경우 감찰 결과 역시 사실상 멈출 수 있다. 특별감찰관법이 불기소처분이 나오기 전이라도 90일이 지나면 항고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이 같은 장기 계류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다.

    특히 감찰 대상이 대통령 주변의 고위공직자와 친인척이라는 점에서 고발 이후 사건이 장기간 결론 없이 계류되지 않도록 통제하는 장치는 제도의 실효성과 직결된다. 불기소 여부뿐 아니라 처분 자체가 장기간 이뤄지지 않는 상황까지 별도로 통제하도록 한 이유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특별감찰관에게 수사·기소권이 없는 만큼 고발 이후 사건 처리를 견제할 수단이 중요하다"며 "90일 무처분 항고는 권력 핵심부 관련 사건이 결론 없이 장기간 계류되는 것을 막는 제도적 장치라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 형사사법체계에 맞춰 고발기관까지 변경했다면 고발 이후 불복 절차도 함께 정비했어야 한다"며 "특별감찰관 제도를 다시 가동하기 전에 관련 규정의 정합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18일에는 최길수 특별감찰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최 후보자가 임명되면 2016년 9월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물러난 이후 약 10년간 이어진 공석이 해소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