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쓰려다 놓친 민심 … 20%대 추락 경고 함의늘공 복지부동 땐 레임덕 … '권력 이동' 본격 수순여당마저 국힘에 지지율 역전 … 반등 모멘텀 실종李 필패론 현실화 수순 … 국정동력 마지노선 위협
  • ▲ 이재명 대통령과 여권 성향 방송인 김어준.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과 여권 성향 방송인 김어준. ⓒ연합뉴스

    불과 한 달 사이의 일이다. 40%대 중반을 지키던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난달부터 하락세로 돌아서더니 이번주 여러 조사에서 일제히 최저치를 경신했다. 숫자는 아직 30% 초중반이다. 하지만 여의도와 관가(官街)의 시계는 이미 20%대를 가리키고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 지지율이 30% 아래로 내려가면 어떤 일이 생겨날까. 역대 정권의 상황들을 반추해 보면, 두 가지 상황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먼저 관료 사회가 영(令)을 듣지 않는다. 공직자들은 대통령의 지시보다 다음 권력, 즉 차기 주자에 다가선 인물들의 행보를 먼저 살피기 시작한다. 책임질 결정은 슬그머니 미뤄둔 채 몸을 사린다. 

    실제로 2016년 박근혜 정부 청와대 출입 시절, 관계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늘공 때문에 환장하겠다"였다. 늘공은 '늘 공무원'의 줄임말이다. 공무원 임용 절차를 거쳐 선발된 직업 관료를 지칭한다. 공무원들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사실상 레임덕 국면이라 할 수 있다. 권력의 추(錘)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박근혜 정권 말에는 낙인(烙印)을 우려한 관료들이 청와대의 부름조차 거부했다. 2024년 윤석열 정권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사활을 건 국정 과제조차 관료들이 선뜻 나서지 않았다는 것은 관가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정치권의 이탈(離脫)도 가속화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말 자신이 만든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 형식은 자진 탈당이었지만, 실제로는 비노(非盧) 당권파에 의해 밀려난 것에 가까웠다. 2006년 여당이 5·31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당내 비주류는 노 전 대통령과 본격적으로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결국 2007년 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적을 스스로 내려놓아야 했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임기 말 탈당한 네 번째 대통령이라는 불명예였다. 

    관료는 움직이지 않고 정치권은 차기 대권 주자를 향해 줄을 선다. 이것이 20%대 지지율이 갖는 진짜 함의(含意)다. 물론 이명박 정부처럼 코어 지지층이 흔들리지 않고 단일 현안이 해소되면서 20%대에서 지지율이 반등(反騰)한 사례도 있다. 그 차이를 가르는 것은 결국 숫자가 아니라, 함께 가라앉느냐 먼저 갈라서느냐다.
  • ▲ 이재명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 마그 재단에서 열린 국제 영화·영상 정상회의 '뤼미에르 서밋'에서 한국 영화인들과 간담회 후 배우 전도연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 마그 재단에서 열린 국제 영화·영상 정상회의 '뤼미에르 서밋'에서 한국 영화인들과 간담회 후 배우 전도연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가 매섭다. 쿠키뉴스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9월 5~7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 1,018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서 이 대통령 긍정평가는 36.4%로, 한 달 전(45.7%)보다 9.3%포인트 빠졌다. 서울 지역 부정평가는 70%에 육박했다. 펜앤마이크가 여론조사공정(주)에 의뢰해 9월 6~7일 실시한 조사(표본 1,015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서는 긍정평가가 34.6%까지 떨어졌다. 해당 기관 조사에서 35%선이 처음으로 무너졌다. 지난달 26~27일 리서치웰이 뉴데일리 의뢰로 실시한 조사(표본 1,000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응답률 3.0%)와 비교하면 낙폭의 흐름이 보인다. 당시 긍정평가는 38.4%였다. 조사 기관은 다르지만 열흘 사이 3~4%포인트씩 출렁이며 지지율 저점이 낮아지고 있는 기류는 대체로 일관적이다. 

    숫자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진영을 넘나드는 경고음이다. 한때 이재명 대통령의 우군이었던 김어준씨는 지난 7일 유튜브 방송에서 리얼미터의 8주 연속 하락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이 추세로 가면 앞에 2자가 한 달 이내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튿날인 8일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김씨의 전망에 동의하면서 "(청와대가) 지금 이 태도를 계속 유지한다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지난 6월에도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반등 모멘텀이 보이지 않고, 친문계의 이탈이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번 하락세를 8주가 아니라 사실상 10주 연속 하락으로 봐야 하는데 세 단계에 걸쳐 계속 추락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지지율 하락을 부추기는 것은 민심(民心)과 반대로 달리는 정책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제시한 이른바 '뉴 ABC론'(민생·Affordability, 중도 외연 확장·Broadening, 유능함·Competence)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부동산 세제 개편과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둘러싼 혼선이 '민생'을,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대법관 재제청이 '외연 확장'을,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둘러싼 소통 부재가 '유능함'을 각각 갉아먹었다고 짚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청와대가 민심을 수습하겠다며 단행한 2기 개각이 새 악재(惡材)로 작용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신약 주가조작 게이트,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배후 세력이 드러나자 대통령 지지율은 더욱 추락했다. 개각이 국면 전환은커녕 부정평가 이유로 추가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벌써 레임덕 임계점(臨界點)을 넘어섰다고 보기는 이르다. 핵심인 호남과 4050세대에서는 여전히 지지가 우세하다. 다만 젊은층과 수도권에서는 지지 기반이 눈에 띄게 수축했다. 핵심 지지층의 붕괴라기보다는, 바깥쪽부터 서서히 허물어지는 형국에 가깝다. 심상치 않은 기류는 분명하다. 이번주 들어 지지율이 30%대 초중반까지 밀리고 여당 지지율마저 국민의힘에 역전당한 것 역시 그 수축이 더는 변두리에 머물지 않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펜앤마이크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42.2%, 민주당이 38.6%로, 양측의 격차는 3.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대통령을 넘어 여당 지지율마저 야당에 역전당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국정 동력 약화의 또 다른 지표다.

    이제 관건은 추석 밥상 민심과 맞닿는 국정감사 일정이다. 역대 사례에 비춰 보면 지지층의 이완(弛緩) 여부가 반등 가능성을 가른다. 이명박 정부처럼 내각을 중심으로 정책 쇄신에 성공하면 지지율이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처럼 여당 지지층까지 흔들리기 시작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국면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물론 단순히 숫자 하나하나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형국은 아니다. 그러나 지지율이 국정 동력의 마지노선 아래로 미끄러지는 지금, 정치권과 공직 사회의 시선이 슬그머니 다음 권력을 향하기 시작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