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정원과 사법통제부 두고 "검찰 기득권 유지" 반발개정 형소법은 재수사 요구 및 사실관계 확인 권한 명시대통령도 "부당한 불송치 처리, 공소청 핵심과제" 주문
  • ▲ 공소청법안이 지난 3월 2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주도로 재석 의원 165명 중 찬성 164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공소청법안이 지난 3월 2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주도로 재석 의원 165명 중 찬성 164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검찰청 폐지와 검사의 직접·보완수사권 폐지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에는 내달 출범하는 공소청의 조직과 검사 인력,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 기능까지 축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당은 수사권이 사라진 공소청에 현행 검사 정원과 조직을 상당 부분 유지하는 것은 '검찰 기득권'을 존속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찰 불송치 사건을 심사하는 '사법통제부' 역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되살리는 조직이라며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공소청의 규모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법이 검사에게 남겨둔 재수사 요구와 사실관계 확인 등 수사통제 기능을 수행할 조직까지 축소할 경우, 새 형사사법체계에서 수사기관을 견제할 장치마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소청의 수사통제 조직과 검사 인력까지 축소할 경우 공소청에 남겨둔 견제 기능마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경찰과 중수청이 송치한 사건을 별도로 검토해야 할 공소청이 사실상 사건을 법원으로 넘기는 '통로'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 ▲ 김용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지난 3월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소청법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김용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지난 3월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소청법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국회가 준 '수사통제' 권한인데 … 與 "사법통제부는 검찰권 부활"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전북도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마련한 공소청 직제안과 관련해 "불가역적 검찰개혁이란 대원칙 하에서 공소청 조직개편과 최종 정리 단계에서 기득권이란 관점에서 혹시 과도한 조직의 설계가 이뤄지지 않았는가 살펴보겠다"고 했다.

    서울고검장을 지낸 이성윤 민주당 최고위원도 "수사와 공소를 담당하던 검찰 업무에서 수사가 빠졌는데 검사 수는 2292명으로 한 명도 줄지 않았고 일반 수사 인력도 6100여 명이 그대로 남아 있다"며 "기존 검찰 업무에서 수사를 하지 않는다면 조직과 인력, 예산도 그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전날 공소청 직제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방대한 수사 인력과 검사 정원을 그대로 남겨두려는 의도는 '상시적인 수사 지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등의 불송치 사건을 재검토하는 사법통제부에 대해서도 "통제받아야 할 대상이 타 기관을 통제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적반하장"이라고 했다.

    법무부가 지난 4일 입법예고한 직제안에 따르면 공소청은 검사 2292명과 일반직 등 6120명을 포함해 현 검찰 정원보다 21.4% 줄어든 총 8412명 규모로 출범한다. 법무부는 범죄정보기획관실과 인지·합동수사 부서 등 직접수사 조직을 없애면서 공소제기 결정과 공소유지에 필요한 인력만 남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여당이 '검찰권 부활'이라고 문제 삼는 사법통제부의 핵심 업무는 공소청이 임의로 만든 권한이 아니라, 국회가 개정 형사소송법을 통해 검사에게 명시적으로 부여한 법정 권한이다.

    오는 10월 2일 시행되는 공소청법과 개정 형사소송법은 공소청 검사에게 공소 제기 및 유지뿐 아니라 경찰 불송치 사건에 대한 재수사 요구, 사법경찰관리와의 협의, 사실관계 확인 등 수사 통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기소 분리의 취지는 경찰 수사에 대한 검사의 통제 기능까지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며 "검사가 수사를 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경찰 수사를 제대로 통제하는 방향으로 검사의 권한이 재조정되는 것이 맞고 그에 맞는 조직을 만들거나 보완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정법은 검사의 직접수사와 보완수사를 폐지하면서도 보완수사요구, 재수사요구, 시정조치, 사실관계 확인 등 경찰 수사를 심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여러 권한을 검사에게 부여하고 있다"며 "법이 이런 권한을 주었다면 공소청은 당연히 그것을 실효적으로 행사할 조직과 인력을 갖춰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지적은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공소청의 핵심 과제로 불송치 사건에 대한 통제를 직접 주문한 것과도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수사기관의 불송치 결정이 내용상으로 부당할 경우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공소청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경찰의 부당한 불송치를 걸러내는 기능을 공소청의 핵심 역할로 제시했지만 정작 여당에서는 이를 담당할 별도 조직을 '검찰권 부활'로 규정하며 축소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법이 공소청에 수사통제 권한을 남겨두고 대통령 역시 그 실효적 행사를 주문한 상황에서 이를 수행할 조직과 인력부터 줄일 경우 제도 설계와 실제 운영이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 검찰. ⓒ뉴데일리DB
    ▲ 검찰. ⓒ뉴데일리DB
    ◆ "수사 빠졌으니 검사도 줄여라" … 공소 기능까지 축소되나

    수사 기능의 이관을 곧바로 검사 정원 감축으로 연결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직접수사 기능이 중수청으로 넘어간 만큼 현행 검사 정원 2292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기존 검찰 조직을 보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찰과 중수청이 수사를 맡더라도 사건은 결국 공소청으로 넘어와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을 거쳐야 하고, 기소한 사건은 검사가 법정에서 직접 공소를 유지해야 한다. 수사 단계의 인력이 줄어든 만큼 검사도 같은 비율로 줄여야 한다는 계산이 곧바로 성립하기 어려운 이유다.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이 분리되더라도 기소 여부에 대한 독립적 판단과 공소유지는 공소청의 몫으로 남는다. 개정 형사소송법도 국가소추주의를 유지하면서 검사의 객관의무를 새로 명문화해 기소와 공소유지 단계의 별도 판단 책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검사의 공판 업무는 직접수사권 폐지와 별개로 그대로 유지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행 검사 정원 2292명은 2014년 법 개정 이후 12년째 동결된 상태다. 다만 검사 1명이 2개 재판부를 담당하는 경우가 있어 실질적인 공소유지를 위해서는 오히려 최소 281명의 검사를 증원해야 한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경찰이 수사해 넘긴 기록을 받아 별다른 심사 없이 기소해 법원으로 넘긴다면 공소청은 단순한 '토스 기관'으로 전락한다"며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을 분리했다면 기소기관은 오히려 독립된 시각에서 수사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기소에 필요한 사실관계가 충분히 밝혀졌는지를 철저히 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소청의 적정 검사 정원 역시 출범 이후 실제 담당하게 될 사건 수와 기소 판단, 공판 업무량 등을 토대로 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직접수사 기능이 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정원 감축을 전제할 경우 공소 단계에서 필요한 인력 수요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청 폐지와 수사 기능의 중수청 이관으로 형사사법기관의 역할이 전면 재편되는 만큼, 공소청의 조직과 인력도 기존 검찰 조직의 존치 여부가 아니라 새 체계에서 맡게 될 기능을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