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성 A씨, 약식명령 불복했다 벌금 올라가법원 "A씨 행위, 불안감·공포 일으킬 정도였다"SNS 폭로·녹취록 유포로 배우 이미지 타격'호프' 제작진까지 원치 않은 논란 휘말려
-
배우 황정민을 상대로 사적인 관계를 주장하며 반복적인 연락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폭로를 이어 온 40대 여성 A씨에게 법원이 스토킹 범죄 유죄를 선고했다.
- ▲ 영화 '호프(HOPE)' 스틸 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단순한 연예계 가십으로 소비됐던 논란의 실체가 법원의 판단을 통해 범죄 행위로 규정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사건이 남긴 상처는 적지 않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황정민 개인은 물론, 그가 출연한 영화 '호프(HOPE)'의 감독과 배우, 제작진까지 작품과 무관한 논란의 파장 속에서 적지 않은 유무형적 피해를 감내해야 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4단독은 지난 8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600만 원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A씨는 앞서 지난 2월 법원으로부터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그 결과 기존 약식명령의 두 배인 벌금형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를 단순한 사적 갈등에서 빚어진 우발적 행동으로 보지 않았다. A씨가 보낸 메시지의 횟수와 빈도를 종합할 때 피해자인 황정민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유발할 수준이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황정민이 더 이상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A씨 역시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법원은 봤다. -
◆ '폭로'로 시작된 논란, 법원은 '스토킹 범죄'로 판단했다
- ▲ 영화 '호프(HOPE)' 스틸 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A씨는 그동안 자신의 SNS 등을 통해 황정민과 사적인 관계가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적으로 제기했다. 통화 녹음과 메시지 등을 공개하거나, 두 사람의 통화 기록이 다수 존재한다며 추가 공개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황정민을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 논란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사건의 핵심은 황정민의 사생활이나 사적 관계의 진위가 아니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지속적인 접촉과 연락이었다.
A씨는 결심공판에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시지와 유언장, 고양이 사체 사진 등을 황정민에게 보낸 사실 자체는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상태를 알리고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반복적인 연락의 양과 방식, 그리고 황정민의 명확한 거절 의사를 알고도 접촉을 이어간 정황이 스토킹 범죄 성립의 근거가 됐다.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벌금 1000만 원을 구형했다. -
◆ 약식명령 불복했지만 벌금은 두 배로
- ▲ 영화 '호프(HOPE)' 스틸 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이번 판결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형량의 변화다.
A씨는 지난 2월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뒤 정식재판을 선택했다. 그러나 법원의 최종 1심 판단은 더 무거웠다.
벌금은 600만 원으로 올라갔고,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함께 내려졌다.
법적 다툼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선택이 결과적으로는 더 높은 수준의 처벌로 이어진 셈이다.
A씨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항소심에서도 황정민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황정민 측은 1심 판결과 별개로 재판 과정에서 계속된 허위사실 유포와 악의적으로 편집된 녹취의 공개·유포에 대해 추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황정민의 소속사 샘컴퍼니는 판결 직후 "사법부의 판단을 깊이 존중한다"며 "어떠한 이유로도 타인의 삶을 위협하는 스토킹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음을 확인해준 판단"이라고 밝혔다.이어 "1심 선고와 별개로 재판 중 지속된 허위사실 유포와 악의적으로 편집된 녹취의 공개·유포에 대해서는 모든 법적 조치를 계획하고 있다"며 "추가 행위에 대해서도 어떠한 선처 없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 영화 '호프' 개봉과 동시에 터진 논란 … 작품까지 흔들었다
- ▲ 영화 '호프(HOPE)' 스틸 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이번 사건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황정민 개인의 피해가 단순히 한 배우의 사생활 논란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황정민은 최근 나홍진 감독의 SF 영화 '호프'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한국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구축해 온 배우가 새로운 작품의 공개와 해외 프로모션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정작 본인의 의사와 무관한 스토킹 및 폭로 논란이 대중의 관심을 빼앗아 갔다.
배우에게 영화 개봉 시기는 작품을 알리고 관객과 소통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그러나 황정민은 영화 이야기가 아닌 개인적 논란에 대한 질문과 보도를 감당해야 했다. 자신이 피해자임을 호소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배우로서, 또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상당한 정신적 부담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피해가 황정민 한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영화 '호프'는 나 감독과 수많은 배우, 스태프, 제작 관계자들이 오랜 시간 함께 완성한 작품이다. 한 배우를 둘러싼 범죄 피해 사건이 영화 개봉 시기와 맞물리면서 작품의 홍보와 흥행에도 원치 않는 변수가 됐다.
영화계에서 한 작품의 개봉은 주연 배우 한 명의 일이 아니다. 감독과 배우, 제작진, 투자·배급 관계자 등 수많은 사람의 시간과 노동이 축적된 결과물이다.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황정민 개인을 겨냥한 스토킹 범죄이면서 동시에 영화 산업 전체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 사례로도 볼 수 있다. -
◆ 미국 1500개 극장 개봉 … 황정민, '호프' 홍보로 동분서주
- ▲ 영화 '호프(HOPE)' 스틸 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황정민은 현재 영화 '호프'의 해외 프로모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호프'는 9일부터 미국 내 약 1500개 극장에서 개봉한다. 이는 한국 영화로서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이후 최대 규모의 미국 극장 개봉으로 알려졌다.
한국 영화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보여줄 중요한 시점이다.
황정민 역시 국내외를 오가며 작품 홍보에 힘을 보태야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자신을 둘러싼 스토킹 사건과 법정 공방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배우가 자신의 연기와 작품으로 평가받아야 할 시간에 범죄 피해 사실을 해명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SNS 시대의 '폭로'는 사실관계가 법적으로 확인되기 전에 이미 엄청난 속도로 확산된다. 자극적인 제목과 녹취, 편집된 메시지는 원래의 맥락과 무관하게 소비되기 쉽다.
한 번 형성된 의혹과 이미지는 이후 법원의 판단이 나온 뒤에도 완전히 회복되기 어렵다.그래서 이번 사건은 유명인을 대상으로 한 폭로와 사생활 공개가 과연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를 곱씹어 보게 하는 사례가 됐다. -
◆ '연예인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한다'는 말, 성립할 수 없어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라는 이유로 사생활 침해나 지속적인 연락, 온라인상 공격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하기 어렵다.
유명인 역시 일상을 보호받아야 하는 개인이며, 명확한 거절 의사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연락하거나 주변인을 통해 접촉을 시도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나 '팬심'의 영역이 아니라 '범죄'가 될 수 있다.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바로 그 지점을 분명히 했다.
황정민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영화계의 정상급 배우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그는 스타가 아니라 명백한 범죄 피해자였다.
그리고 그 피해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 이어졌다.
배우 개인의 명예와 일상은 물론이고, 가족과 주변인들까지 사건의 영향권에 놓였다. 영화 '호프' 역시 개봉과 해외 진출이라는 중요한 순간에 작품 외적인 논란이 함께 전파를 타는 악재가 지속됐다.
A씨의 행위가 법적으로 스토킹 범죄라는 판단을 받은 지금, 남는 과제는 피해자의 일상을 온전히 회복시키는 일이다.
황정민 측이 추가적인 허위사실 유포와 녹취 공개에 대해 강경 대응을 예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사람의 삶을 장기간 흔들고, 그가 참여한 작품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확산시키는 행위는 더 이상 '사적인 다툼'이나 '폭로전'이라는 이름으로 가볍게 소비돼서는 안 된다.
그것이 이번 사건이 남긴 유일한 교훈이다. -
[사진 제공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포지드필름스 / (주)웨스트월드 / 퍼스트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