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수상자 대담 연출하면 뭐하나겉 따로 속 따로 … 말만 번지르르모든게 보여주기 쇼, 쇼, 쇼!
  •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초청해서 조언 들으면 뭐하나? 말 따로 행동 따로면, 국민세금 낭비일 뿐이다. ⓒ 삽화 = 챗GPT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초청해서 조언 들으면 뭐하나? 말 따로 행동 따로면, 국민세금 낭비일 뿐이다. ⓒ 삽화 = 챗GPT
    ■ 민주당대표 땐 유발 하라리와 대담 연출

    지난 5월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로 특별한 경제학자 한 사람을 초청했다. 
    202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피터 하윗(Peter Howitt)이다. 
    흥미로운 인연도 있다. 
    청와대 경제성장수석 하준경 교수의 브라운대 박사과정 지도교수가 바로 하윗이었다. 

    이 대통령은 “유능한 제자를 키워 대한민국 국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하윗에게 한국의 혁신성장 전략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한국경제가 재도약을 하고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 그 자리에서 나눈 대화는 되새길 만하다.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대통령과 하윗은《혁신을 통한 생산성 제고》뿐 아니라《혁신 역량을 뒷받침하는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을 논의했다고 한다. 
    국경을 넘어서까지 전문가를 찾아 묻고 배우려는 그 시도는 높이 평가할 수 있다.    

     
    ■ 혁신 경쟁의 규칙은 공정한가?

    더 물어야 할 것 같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로비 의혹이 터졌다. 
    노벨상 수상자 청와대 방문 이후 불과 넉 달만에 터진 일이다.
    하윗 교수는 이를 어떻게 볼까. 
     
    필리프 아기옹과 피터 하윗의 관점에서 경제 성장은 혁신경쟁으로부터 나온다. 
    기업들은 막대한 R&D 비용을 걸고 기술적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한다. 
    성공하면 특허, 시장 선점, 독점이윤에 가까운 큰 보상이 기다린다. 

    뒤처진 기업은 따라잡기 위해 다시 혁신하거나 아니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슘페터의《창조적 파괴》를 현대의 신성장론으로 옮겨놓은 아기옹-하윗의 시각이다.  
     
    그 혁신게임에는 한 가지 절대적인 전제가 있다. 
    바로 규칙의 공정성이다. 
    신약 개발에서는 연구개발 능력, 임상 데이터와 안전성이 승부를 결정해야 한다. 


    ■ 대관 로비가 온통 좌지우지하는 새상

    그런데 정치권에 접근할 수 있는 기업이 규제기관 수장에게 전화 한 통을 넣을 수 있고, 그게 심사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기업들이 믿는다면, 그 게임은 어떻게 될까?  
     
    게임의 형식은 달라지지 않지만, 무엇보다 기업의 전략선택 환경이 달라진다. 
    기업의 최선전략이 더 이상 R&D에 집중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정치적 네트워크의 기대수익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R&D의 기대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혁신경쟁(innovation race)이 로비경쟁(lobbying race)으로 변질 되는 것이다. 

    로비는 대한민국의 코드다. 
    전국을 다녀보라. 
    《눈치보기’》《줄서기’》《선물 챙기기》《술자리 밥자리 챙기기》《골프 모임 나가기’》등 한국에서 《수완》좀 있다는 이들은 그렇게 시간을 쪼개서 쓴다.    
     
    물론 세상 어디를 가나 로비가 없는 곳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신약 허가는 경우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김승원 후보자는 특혜를 부인한다. 
    식약처 심사가 오히려 평균보다 오래 걸렸고, 정상적인 고충민원 을 전달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경찰도 관련 고발사건을 배당해 재수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따라서 전화가 실제 승인에 부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제학 시각에서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정치인의 전화 한 통이 실제로 통했느냐만큼 시장에《그렇게 전화가 통할 수도 있다》는 잘못된 믿음 이 퍼지는 것이다.  
     
    제도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신뢰는 말 그대로 믿음이다. 

    경쟁사가 연구소가 아니라 여의도에서 경쟁우위를 얻는다고 믿어보라. 
    그 경우 너도 나도 여의도로 몰려갈 유인이 발생 한다. 
    이것이 반복되면 좋은 기술을 가진 기업이 아니라 정치 네트워크를 가진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역선택이다. 

    생각해보라. 
    기술개발을 위해 R&D에 집중하는 기업과 정치인과 네트워킹에 집중하는 기업, 둘 중 어느 기업이 국가경제에 더 크게 기여할까? 
    전자다. 

    그런데 그 전자가 후자의 반칙으로 인해 도태된다고 해보라. 
    전형적인 역선택인 것이다.   
     

    ■ 혁신이 아니라 사기가 판친다

    제넨셀 투자사 피해 주주들은 최근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며 양씨가 정치권 인맥을 활용한 경위와 김승원 후보자의 식약처 연락 경위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제 이 문제는 여야 정치공방만으로 치부하기 어려워졌다. 
     
    되짚자. 
    이재명 대통령은 하윗 교수를 청와대로 초청해 혁신성장을 물었다. 
    혁신 의지를 보여주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혁신성장은 노벨상 수상자를 초청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R&D 예산을 몇 조원 늘린다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창의성과 노력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  
     
    연구역량 있는 인재 한 명을 더 발굴하는 것이 정치인 한 명을 더 아는 것보다 유리한 나라를 만드는 것. 
    그게 한국이 하윗 교수에게서 배워야 할 진짜 혁신정책이다. 

    그러니 청와대는 이번 제넨셀 의혹과 관련해 하윗 교수에게 다시 자문을 구해보라.  
     
    “교수님, 이런 나라에서도 혁신경쟁이 제대로 작동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