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에 제한적 기여 검토P-8·군수지원함·EOD 등 비전투 지원美 "한국 자원 투입 기다려" 압박이란은 한글로 "심각한 결과" 경고李, 트럼프 '北카드'에 뒤늦게 움직였나"초기 기여했다면 협상 환경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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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6일(현지 시간) 프랑스 니스 코트다쥐르 공항에 도착해 환영 인사들과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는 모습. ⓒ뉴시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은 미국의 대(對)이란 군사작전 지원 여부를 넘어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교역, 산업 경쟁력에 직결된 해상교통로를 지키는 국익의 문제다. 이재명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를 미국과 이란 사이의 '양자택일' 문제로 좁혀 다루면서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위한 외교적 선택지와 운신의 폭을 스스로 줄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이재명 정부는 이란 전쟁 발발 6개월여 만인 최근에서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듭된 공개 압박 속에 P-8A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해군 특수전전단 폭발물처리반(EOD) 등 비전투 임무 중심의 제한적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외교·안보 전문가는 한국이 이란 전쟁 발발 초기에 선제적으로 기여했더라면 우라늄 농축 또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위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또는 별도 협정 체결, 핵추진잠수함(SSN) 조기 건조와 관련한 대미 협상 여건을 더 유리하게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그러나 미국이 이미 한국의 군사 자원 투입을 수차례 공개적으로 요구해 온 상황에서 제한적 파병을 지렛대로 핵잠 건조·핵연료 협력 같은 대형 안보 의제를 단기에 진전시키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그동안 한국이 동맹국인 미국, 그리고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흔드는 수정주의 세력인 중국 사이에서 지나치게 균형을 의식하면서 양측의 압박에 동시에 노출된 현상이 호르무즈 해협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정부가 항행의 자유 수호라는 국익의 기준을 선명히 세우지 못한 채 미국의 군사 기여 요구와 이란의 경고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양측의 압박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미국의 요구를 '방기와 연루의 딜레마' 차원으로, 이란의 경고를 보복 회피 차원으로 각각 분리해 대응하려 했지만, 해상 교통로 보호라는 원칙을 먼저 세우지 못하면서 어느 쪽에서도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백악관은 6일(현지시간)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군사적 기여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 "우리는 한국이 역내(중동 지역)에 자원을 투입하기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5월 HMM의 다목적 화물선 나무호가 이란산 대함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비행체에 공격받았지만, 이란은 유감 표명이나 재발 방지 약속은커녕 오히려 한국에 경고의 메시지를 내고 있다. 급기야 8월 31일에는 장금상선 관계사인 장금마리타임이 재용선한 라이베리아 선적 유조선인 '세네갈 프로스페리티호'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공격받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럼에도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에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 군사력을 주둔시키거나 군사 작전에 참여하는 국가는 침략 가해자를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내용의 한국어 입장문까지 올리며 경고하고 나섰다.외교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사태에서 미국과 이란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할 해법은 사실상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이 어느 한쪽의 압박을 피하는 데만 매달리기보다, 해상교통로 보호라는 원칙과 국익을 기준으로 기여의 범위와 원칙을 정했어야 한다는 것이다.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뉴데일리에 "한국은 어느 한쪽의 요구에 끌려가기보다, 무역국가로서 항행의 자유 수호가 한국의 핵심 국익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말라카해협, 남중국해, 대만해협으로 이어지는 해상 수송로는 한국의 생명선"이라며 "이 항로의 안전을 지키는 일은 동맹국에 대한 호의가 아니라 국가안보와 경제안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태 초기부터 한국이 해상교통로 보호를 위해 제한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국제사회에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 그랬다면 한국은 미국의 공개 압박에 뒤늦게 반응하는 국가가 아니라, 해양안보 수호라는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국가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짚었다.그러나 정부가 초기 대응을 놓친 탓에 외교적 비용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일찍이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항행 보호에 참여했다면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더 큰 신뢰를 확보하고 한미 간 장기 현안을 논의할 외교적 환경을 개선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안보 전문가는 "한미 원자력협력, 핵잠, 방산·조선 협력 등은 단기 파병과 기계적으로 맞바꿀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한국이 국제 해양안보와 동맹의 공동 부담에 책임 있게 기여한다는 인식을 일찍 만들었다면 미국이 한국의 전략적 요구를 검토할 여지는 더 넓어졌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
- ▲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동 자리에 문재인 대통령이 동석해 있다. ⓒ북한 노동신문/뉴시스
일각에서는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가 국익에 따른 대응이 아니라, 향후 미북 정상회담에서 배제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한 전직 외교관은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의 국방력이 세계 5위라고 주장하며 군사적 기여에는 거리를 두더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카드를 꺼내 들자 뒤늦게 군사적 기여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와서 움직이면 미국은 '북한 문제로 압박하니 한국이 반응했다'고 볼 것이고 향후 북한을 지렛대로 삼은 미국의 추가 요구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파병이 핵잠 건조와 한미 원자력협력 등 대형 안보 현안을 진전시킬 외교적 여건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가 현실적으로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이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교역에 직결된 사안인 만큼 제한적 기여까지 외면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조비연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사태 초기 기여 방안을 제시했다면 미국과의 협상에서 운신의 폭을 더 확보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며 "하지만 지금은 파병 여부 자체가 한미관계 관리의 부담으로 부상해, 이를 피하기 어려운 국면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이 투입하는 군사 자산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나 항행 위협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파병이 현실화한다면 이를 단기적 반대 급부를 얻기 위한 거래로 보기보다, 한미 간 장기 안보 협력의 기반을 다지는 계기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책 연구기관 안보 전문가는 "이미 너무 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파병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한국군의 원거리 전개와 연합 작전 능력을 보여주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역량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 보완이나 핵잠 건조 협력은 이번 파병의 즉각적 대가로 기대하기보다 향후 한미 협상에서 활용할 신뢰와 협력의 기반을 쌓는 장기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