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엔딩플레이 제작…김경육 극작·작사·작곡, 박소영 연출 등 참여노발리스 유작 소설서 모티브…오는 10월 25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 ▲ 뮤지컬 '푸른 꽃' 공연 사진.ⓒ네버엔딩플레이
    ▲ 뮤지컬 '푸른 꽃' 공연 사진.ⓒ네버엔딩플레이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노발리스(1772~1801)의 미완성 유작 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은 뮤지컬 '푸른 꽃'이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노발리스(새로운 땅을 개척하는 자)의 본명은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필립 폰 하르덴베르크다. '푸른 꽃'은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전설의 기사 하인리히 폰 오프터딩겐의 신비로운 모험을 그린다. 1부 '기대'는 완성됐으나 2부 '실현'은 작가의 죽음으로 시작 단계에서 중단됐으며, 동화·소설·시가 결합한 독특한 형식을 띤다.

    극작·작사·작곡을 맡은 김경육과 박소영 연출, 제작사 네버엔딩플레이가 손을 잡은 뮤지컬 '푸른 꽃'은 낭만주의 문학의 상징적 메타포를 현대의 화두인 '기후위기'와 결합해 환상적이면서도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특히, 서로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시처럼 교차해 펼쳐낸다.

    김경육 작가가 우연히 '푸른 꽃'을 처음 접했을 때, 은유와 상징으로 넘치는 문장들이 한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러 번 곱씹어 읽을수록 다른 소설에서는 볼 수 없던 오묘한 매력과 시적인 운치가 가슴에 와닿았고, 무대 위에서 재현될 장면들을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됐다.
  • ▲ 뮤지컬 '푸른 꽃' 공연 사진.ⓒ네버엔딩플레이
    ▲ 뮤지컬 '푸른 꽃' 공연 사진.ⓒ네버엔딩플레이
    그는 "노발리스의 소설 속 세계에 매료됐을 무렵,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바다에 잠겨가는 키리바시 섬과 사라지는 산호초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며 "자연과 소통하던 '푸른 꽃' 인물들과 현재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대비시켜 잊고 있던 경외심을 전하고 싶었다"고 창작 배경을 설명했다.

    지구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섬에 살며 해수면 상승으로 터전을 잃어가는 소녀 크레타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푸른 산호'를 찾아 나선다. 반면 중세의 청년 하인리히는 꿈속에서 본 푸른 꽃 속의 여인을 찾아 시인으로서의 여정을 시작한다. 크레타가 읽는 책 속 주인공이 바로 하인리히로, 시를 노래하던 낭만주의적 세계관은 오늘날 백화현상과 몰락을 겪고 있는 바다의 현실과 중첩된다.

    김 작가는 '푸른 꽃'은 도달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이자 무한한 동경을 뜻한다고 밝혔다. "현실의 한계를 넘어 아직 닿지 못한 세계를 꿈꾸게 만드는 마음에 가깝다. 상징의 매개체가 완성된 조각상이 아닌 살아있는 '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꽃은 피어나고 시들었다가 다시 피어난다. 작품의 푸른 꽃은 멈춰있는 이상이 아니라, 우리가 삶에서 던지는 질문과 상상 속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피어나는 이상이다."

    뮤지컬은 한 인간의 성장을 다룬 원작의 교양소설적 틀을 유지하면서도 극중극, 전설의 시인 아리온 이야기, 광부의 노래 등 모자이크 형태의 입체적인 서사를 취한다. 배우 한 사람이 두 시대를 오가며 섬의 어른에서 중세의 상인으로, 또 다른 존재로 끊임없이 변신하는 1인 다역 연기는 공연만의 관전 포인트다.
  • ▲ 뮤지컬 '푸른 꽃' 공연 사진.ⓒ네버엔딩플레이
    ▲ 뮤지컬 '푸른 꽃' 공연 사진.ⓒ네버엔딩플레이
    '크레타' 역에 최은영·김소율·조소은, '하인리히' 역 현석준·윤은오·김리현, 올리브&마틸데 역 박란주·한재아, '아빠' 역 최호중·김지훈, '엄마' 역 정연·이지숙·한보라, '상인대장' 역에는 원종환·김대웅이 분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김 작가는 "관객들이 극장을 나설 때 한 편의 '푸른 꽃' 같은 꿈을 꾸고 난 듯한 느낌을 받으셨으면 한다. 나에게 푸른 꽃은 무엇인지, 내 삶에서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들을 지켜낼 수 있는 아주 작은 씨앗 하나를 관객들의 마음속에 남겨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는 "극은 한 편의 시처럼 상징과 은유로 가득해 관객의 감각을 깨운다. 아날로그적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무대와 음악, 극중 캐릭터와 실제 모습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배우들의 퍼포먼스가 빛을 발한다. 이러한 연출과 연기는 작품의 주제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관객의 마음을 깊이 치유해준다"고 평했다.

    공연은 7세 이상 관람가로, 아이와 어른 관객이 함께 나란히 앉아 서로 다른 질문과 위로를 안고 돌아갈 수 있는 무대를 완성해냈다. 오는 10월 25일까지 초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