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귀연 409만원은 기소 사실이면, 김용범-박현주 술자리도 똑같이 수사해야포시즌스 영수증부터 공개하면 될 듯
  • ▲ 김용범 전 정책실장은 ETF게이트의 주역이다. 나경원 의원 등은 김용범,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억원 금융위원장 3명을《ETF 국민사기 3인방》으로 규정하고, 사기, 직권남용, 직무유기, 이해충돌 등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거기에 《천만원 위스키》접대 보도를 놓고 진실공방이 진행되고 있다. 이게 사실로 들어난다면,《김영란법》위반 혐의도 추가돼야 하지 않을까. ⓒ 삽화 = 챗GPT
    ▲ 김용범 전 정책실장은 ETF게이트의 주역이다. 나경원 의원 등은 김용범,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억원 금융위원장 3명을《ETF 국민사기 3인방》으로 규정하고, 사기, 직권남용, 직무유기, 이해충돌 등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거기에 《천만원 위스키》접대 보도를 놓고 진실공방이 진행되고 있다. 이게 사실로 들어난다면,《김영란법》위반 혐의도 추가돼야 하지 않을까. ⓒ 삽화 = 챗GPT
    ■ 시작은 알파경제의 8월24일 단독보도

    8월 24일 《알파경제》가 단독보도를 내놨다. 
    《靑 정책실장·미래에셋 회장 '비공개 회동' 의혹 … 경제 사령탑과 자본의 은밀한 만남》이란 제목의 기사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의 외부 시선이 차단된 프라이빗 바 별실에서 따로 만났다는 것.
    대한민국 경제정책의 최고 실세와 국내 굴지의 금융그룹 총수가 왜 남의 눈을 피해 만났을까. 
    과연, 이게 사실일까?

    이상한 것은 당사자들의 대응이다. 
    알파경제는 김용범 과 박현주 측에 구체적인 질의서를 보내고 소명을 요구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 역시 공식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고 했다.
    미래에셋은 사실을 전면부인하며 알파경제에 민-형사 소송을 하겠다고 나섰다.


    ■ 8월24일 → 8월30일 → 9월1일

    8월24일. 
    포시즌스호텔 비공개 회동 의혹이 처음 보도됐다. 
    알파경제의 후속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공직기강 라인은 보도 뒤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그러나 김용범 의 구두 소명을 듣는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6일이 흘렀다. 

    8월30일. 
    이재명 대통령이 개각을 발표했다. 
    ETF 책임론이 불거진 김용범 은 살아남았다. 
    김용범 의 권력은 더 강해진 것처럼 보였다. 

    그동안 껄끄러웠던 관계인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낙마했다. 
    후임으로 이형일 1차관이 지명됐다. 
    김용범 은 행시 30회, 이형일 은 행시 36회. 
    김용범 이 관료생활을 하던 시절 데리고 있던 부하였다.

    국토부 장관엔 홍지선 2차관이 승진 발탁됐다. 
    홍지선 은 지방고시 출신으로 이재명 대통령 지사 시절 경기도에 있다 중앙으로 데려온 인물.

    《왕정책실장》이라고 불리던 김용범 에게 더욱 힘이 실리는 모양새였다. 
    《大왕정책실장》이 될 판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갑자기 뒤집혔다.

    8월31일. 
    김용범 이 사의를 표명했다. 

    9월1일. 
    이재명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했다. 
    개각에서 살아남은 지 불과 이틀 후다.

    왜 갑자기 그만뒀나. 
    알파경제는 9월 2일 포시즌스호텔 회동 의혹 관련 추가 정황이 청와대에 보고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게 정말 사실인가.
    현재로선 미래에셋이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어 진상은 아리송하다.

    8월24일 최초 보도 이후 청와대는 무엇을 조사했나. 
    8월30일에는 왜 유임시켰나. 
    그리고 이틀 만에 무엇이 새로 확인됐기에 김용범 은 물러났나. 
    청와대가 설명해야 한다.


    ■ 누가《술값》냈나?

    그런데, 만약 회동이 사실이라면, 이 사건에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질문이 존재한다. 

    포시즌스호텔 술값은 누가 냈나. 
    김용범 이 냈나?
    박현주 가 냈나?
    제3자가 냈나?

    김용범 이 자신의 몫을 정상적으로 계산했다면 공개하면 된다. 
    영수증 한 장이면 된다.

    문제는 다른 사람이 계산했을 경우다. 
    특히 규제 대상 금융그룹의 총수가 경제정책 최고 책임자에게 고액의 술 접대를 제공했다면,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적용 여부를 따져야 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스키의 브랜드도, 숙성연도도 아니다. 
    누가 계산했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미래에셋은 사실을 부인하며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하고 있다.
    최초 보도한 알파경제 측은 사실임을 고수하며 기사 정정이나 삭제를 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천만원 양주》의혹은 별도로 확인해야

    박현주 측의 포시즌스호텔 비공개 술자리에서 한 병에 수백만원에서 1천만원대에 이르는 초고가 주류가 제공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알파경제는 8월31일 후속보도에서 《박현주 '1천만 원 양주'》 문제를 다뤘다.

    김용범 과 박현주 가 바로 그 1천만원짜리 술을 마셨는지는 확인이 어렵다. 
    청와대는 말이 없고 미래에셋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조사해야 한다. 
    김용범 과 박현주 는 정말 만나 술을 마셨나?


    ■ 지귀연 409만원은 기소했다

    공교롭게도 비교하기 좋은 사건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를 결정한  지귀연 부장판사 사건이다. 
    공수처는 변호사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이유로 지귀연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문제가 된 술값은 3명 합계 409만원.
    1인당 136만원 꼴. 
    100만원을 넘어가면 법 위반이다.

    그렇다면, 김용범 이 정말로 접대를 받았다면 똑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김용범 이 박현주 로부터 법정 한도를 넘는 향응을 제공받았는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받지 않았다면 끝이다. 
    받았다면 지귀연과 똑같이 처리하면 된다. 
    409만원에는 작동하는 법이 김용범 앞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 하필 상대가 박현주인가

    더구나 상대가 박현주 다. 
    박현주 는 이재명 정부의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전략위원회의 민간 공동위원장이다.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에 있는 사람과 정부의 초대형 금융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금융그룹 총수가 만난 것이다.
    두 사람이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범죄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공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면, 만남의 성격과 비용 부담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당연하다. 

    더구나 김용범 의 아들은 미래에셋 계열사에 근무하고 있다. 
    박현주 는 광주제일고 출신. 
    김용범 은 광주 대동고 출신. 
    지역이 같다는 것은 아무런 잘못이 아니다. 
    아들이 미래에셋에 다닌다는 사실만으로 특혜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정책실장-금융그룹 회장 관계, 자녀의 미래에셋 근무, 포시즌스호텔 비공개 회동, 150조 국민성장펀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이런 연결고리가 한꺼번에 나타난다면, 이해충돌 여부를 조사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누구 생각?

    가장 큰 문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다. 
    야당은 이를 《ETF 게이트》라고 규정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9월2일 기자회견을 열어 김용범 과 박현주 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면서 국정조사와 특검까지 요구했다. 
    장동혁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인한 국민 피해가 54조원에 달한다면서 김용범 이 이 정책을 강하게 추진한 배경에 박현주 의 로비가 있었는지를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게 알고 싶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누구의 아이디어인가? 
    금융위원회?
    김용범?
    박현주?

    이런걸 묻고 싶다. 
    김용범 과 박현주 는 몇 번 만났나? 
    전화통화는 몇 차례인가? 
    김용범 은 아들의 미래에셋 근무와 관련, 이해충돌 신고나 직무회피 조치를 했나?


    ■ 150조, 800조 …《조조 경제학》

    포시즌스호텔 사적 만남 공방과 관련,  이런 질문도 하고 싶다.
    포시즌스호텔 만남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걸 제외하고 두 사람은 김용범 정책실장 재임시절  몇 번 만났나? 
    호텔에서만 만났나? 
    골프장은?

    사적 친분이 죄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친분과 공적 정책 결정이 교차했는지를 확인하자는 것이다.

    김용범 이 관여한 경제정책을 보면 유난히 거대한 숫자가 등장한다. 
    150조, 800조. 
    온통 《조(兆)》다.

    큰 경제정책에는 큰 숫자가 필요하다. 
    숫자가 커질수록 투명성은 더욱 중요하다. 
    150조를 움직이는 정책을 설계하는 사람이 누구를 만나고 누구의 말을 듣는지는 150만원짜리 정책보다 훨씬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

    수백조를 입에 올리다 보면, 1천만원이 푼돈처럼 느껴지는가. 
    국민에게는 아니다. 
    그래서 묻는 것이다. 
    진상을 조사하라.
    이럴 때 국민권익위는 뭐하고 있나?
    이런 것 조사하자고 만든 기관 아닌가?


    ■ 《광주 카르텔》 있는지 없는지 조사하라

    아이러니하다. 
    8월30일만 해도 김용범 의 앞길은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개각에서도 살아남았다. 
    《왕실장》을 넘어 《대왕실장》이 될 판이었다. 
    그런데 이틀 뒤 모든 것이 끝났다.

    ① 그 이틀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② 김용범 은 왜 사퇴했나. 
    ③ 포시즌스호텔 의혹과는 정말 아무런 관계가 없는가. 
    ④ 김용범 과 박현주 는 언제부터 가까웠나. 
    ⑤ 김용범 아들의 미래에셋 취업 과정은 공정했나. 
    ⑥ 박현주 의 국민성장펀드 관련 직책 선임 과정에 김용범 은 관여했나. 
    ⑦ ETF 정책 과정에서 박현주 는 어떤 의견을 김용범 에 전달했나. 

    지역 연고만으로《광주 카르텔》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의심할 만한 연결고리가 있다면 조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것을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밝혀야 한다. 
    장동혁은 이미 9월2일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했다. 
    그렇다면 제대로 파헤쳐라.

    지귀연은 409만원짜리 술자리 때문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김용범 이라고 다른 법이 적용될 수는 없다. 
    409만원에 움직이는 법이《천만원 위스키》 의혹 공방 앞에서 멈춘다면, 그건 법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