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고위 당국자 "직접적 군사 침략으로 판단"청와대, 전투·비전투·수색 등 군사적 기여 검토美는 자원 전개 요구
  • ▲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에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등 군사적 자산을 파병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 병력과 자산을 파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이다. 파병 전력으로는 바닷속 잠수함을 찾는 최신예 해상초계기 P-8A, 함대에 유류 및 탄약 등 군수품을 지원하는 대형 군수지원함 소양함(1만1000t급)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018년 취역식 당시 소양함 모습. ⓒ연합뉴스
    ▲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에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등 군사적 자산을 파병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 병력과 자산을 파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이다. 파병 전력으로는 바닷속 잠수함을 찾는 최신예 해상초계기 P-8A, 함대에 유류 및 탄약 등 군수품을 지원하는 대형 군수지원함 소양함(1만1000t급)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018년 취역식 당시 소양함 모습. ⓒ연합뉴스
    이란의 고위 당국자가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측 군사작전에 관여해 이란에 맞설 경우 이를 직접적인 군사 침략이자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적 기여를 요구하는 가운데 나온 공개 경고로, 정부의 해외 파병 검토를 둘러싼 외교·안보적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

    5일(현지시각) 레바논 친헤즈볼라 매체 알마야딘과 이란 파르스통신 등에 따르면, 실명이 공개되지 않은 이란의 안보·정치 부문 고위 당국자는 "한국은 미국의 불법적인 군사작전에 협력하도록 강요하는 미국의 압력에 응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에 맞서는 행동을 한다면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침략이자 전쟁 참여로 간주할 것"이라며 "이란인과 이란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에 대한 어떠한 공모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다만 익명의 당국자 발언인 만큼 이란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을 직접 지목해 군사적 관여를 '전쟁 참여'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경고는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 보장과 중동 지역 안정에 기여하기 위한 군사적 선택지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청와대는 전투 참여뿐 아니라 비전투·수색 및 구조 등 다양한 방안을 살펴보고 있으며, 한반도 대비태세에 큰 손상이 없는 범위에서 실질적인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군 안팎에서는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와 해군 군수지원함 소양함 등의 파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청와대와 국방부는 아직 파병 여부나 구체적인 전력 구성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문제는 미국과 이란이 한국을 향해 정반대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한국이 중동 원유의 주요 소비국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의 자원 전개를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반대로 이란은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에 협력할 경우 사실상 참전으로 간주하겠다고 공개 경고했다. 전투가 아닌 비전투 임무를 택하더라도 우리 군 병력이 해외에 파견되는 이상 국회 동의가 필요한 '파병'에 해당한다는 점도 정부의 부담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의 원유 수입과 직결된 핵심 에너지 수송로다. 통항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수급과 유가, 국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로서는 항행의 자유와 국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실제 군사적 관여가 이란과의 외교 관계 악화는 물론 우리 장병의 안전과 한반도 방위태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미국의 압박과 이란의 경고 사이에서 한국 정부의 파병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