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 임기 1년 남기고 "李 대통령 뜻 따라 물러나" 여권에 쓴소리 날리며 "李 대통령 민주당 탈당" 요구앞서 이병태도 靑 권고로 사퇴 … 野 "정권 입맛 우선"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위촉장 수여식에서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위촉장 수여식에서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석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뜻에 따라 사임하기로 밝히면서 사실상 경질됐다. 현 정부에 등용된 보수·우파 인사가 연이어 중도 하차하면서 이 대통령이 통합 기조를 접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보·좌파 진영 결속과 핵심 지지층 확보를 위한 '좌클릭'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저는 지난 1년간 비록 짧은 기간이었습니다만 국민 각자가 지닌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헌법적 가치를 바로 세우는 바탕에서 국민통합을 이루려고 나름 뛰었다"며 "이제 대통령의 뜻에 따라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통합에 관한 이 정부의 생각과 철학이 저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며 대통령께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제가 그간 때로는 결례를 무릅쓰면서까지 말씀드렸던 직언을 국정운영 과정에서 그 편린이나마 반영해 주셨으면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9월 취임한 이 위원장의 임기는 2년이다. 원래 1년이었지만 지난해 12월 법 개정을 통해 2년으로 변경됐다. 이 위원장 말대로 임기가 1년 남은 시점에 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물러난 것은 사실상 재신임을 받지 못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낸 보수·우파 진영 인사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그를 영입해 공동선대위원장에 앉혔다. 당시 이 대통령은 선대위에 '보수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하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에 참배하는 등 진영을 아우르는 통합 행보에 집중했다. 이 위원장이 현 정부에서 '국민 통합'을 목표로 하는 대통령 직속 기구의 수장을 맡게 된 배경도 이러한 행보의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취임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왜곡죄와 보완수사권 폐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최근에는 이 대통령을 향해 "'모두의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민주당을 탈당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처럼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밝혔던 탓에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 위원장이 경질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5월 청와대 행정관으로부터 경고성 메일을 받았다고 밝혀 정부와의 갈등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최근 이 대통령에게 탈당을 권유한 이후로 청와대와의 관계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병태 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도 지난 7월 이재명 정부와 마찰을 빚다가 청와대의 권고로 자진 사퇴했다. 그가 배재고 야구부 징계 사태에 대해 "5·18이 성역이 됐다"고 말한 것이 문제였다. 이 전 부위원장은 사퇴 의사를 밝히는 글에서 "자유와 방종의 경계마저 권력과 집단이 자의적으로 정의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바로 전체주의의 시작"이라고 경고했다.

    이 전 부위원장과 이 위원장의 사퇴까지 겹치면서 이 대통령의 통합 인사가 형식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수·우파 인사를 외연 확장의 상징으로 내세우고서는 여권의 핵심 기조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 결별 수순을 밟게 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쓴소리를 품지 못하고 다른 의견을 배격하며, 헌법 정신보다 정권의 입맛을 우선시하는 국정 운영 기조 아래 '통합'이란 단어는 한낱 말장난에 불과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30%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 대통령이 통합보다는 전통 지지층 확보로 노선을 바꿨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핵심 지지 기반인 40·50세대와 호남 지역 지지율이 급락했다는 결과가 나오자 위기감을 느끼고 '집토끼' 잡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앞서 이 대통령을 지지하던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 대통령이 '모두의 대통령'이 되려다 핵심 지지층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대통령이 최근 민주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왼쪽을 너무 챙기지 않았다"는 취지를 말한 것도 외연 확장보다 진보·좌파 진영 결집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달 30일 발표한 '2기 개각' 인사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을 각각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와 AI미래기획수석으로 지명한 것도 이러한 행보의 일환으로 풀이됐다. '구조적 다수'를 강조했던 이 대통령이 '진영 내부 결속'으로 기조를 바꾼 셈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부동산 정책 때문에 중도층이 돌아서고 있다. '문재인 시즌2'라고 보고 있다. 젊은층이 떠나는 이유도 마찬가지"라며 "이재명 정부를 지지하던 진보 쪽에서도 이 대통령을 향해 심한 욕설이 나올 정도다. 배신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배신감으로 돌아선 진보 측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해민 의원과 용혜인 의원을 뽑은 것 아니겠냐"며 "그래서 이 대통령이 진보성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