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목표 1.5%→3%, 조였다 다시 푼 대출 항로종부세도 29일 만에 원점 … 잇단 유턴에 흔들린 정책 방향기준금리 3%·변동형 주담대 68.1% … 커지는 차주의 금융비용한은은 긴축·정부는 820조 재정, 엇갈린 신호 속 길 잃은 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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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오디세우스가 활시위를 당긴다. 낮고 묵직한 울림이 정적을 가른다. 사냥감을 발견하고도 곧장 화살을 날리지 않는다. 먼저 시위를 튕겨 자신이 왔음을 알린다. 달아날지 맞설지 선택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런의 영화 '오디세이'에서 이 짧은 소리는 하나의 약속이다. 사냥에도 예고가 있고, 목숨이 걸린 순간에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는 것이다.요즘 대출시장에는 그 짧은 예고조차 귀하다. 정부는 지난 4월 가계대출 증가율을 1.5%로 묶었다. 은행들은 대출 한도를 줄였고 실수요자들은 남은 한도를 찾아 창구를 뛰어다녔다. '대출 오픈런'이 벌어졌다. 그러자 넉 달 만인 8월 목표를 3.0%로 두 배 높였다. 굳게 닫으라던 문을 다시 열라는 신호가 떨어졌다.세금의 항로도 흔들렸다. 8월3일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겠다고 했다. 직장과 교육, 부모 봉양 등으로 집과 거주지가 다른 1주택자까지 투기 수요와 함께 묶인다는 반발이 커졌다. 29일 뒤 공제액은 다시 12억원이 됐다. 200%로 높이려던 세 부담 상한도 150%로 돌아왔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계약기간과 납입한도 개편까지 되돌렸다. 발표가 정책이 아니라 예고편처럼 느껴질 만하다.정책이 방향을 틀 때마다 비용을 치르는 쪽은 차주다. 대출이 막힌다는 소식에 서둘러 돈을 빌린 사람과 규제를 믿고 기다린 사람의 결과가 달라진다. 오늘의 규칙이 한 달 뒤에도 유지될지 알 수 없다면 사람들은 정책을 따르기보다 정책보다 먼저 움직인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대출 수요가 앞당겨지는 오픈런은 그 불신이 만든 풍경이다.바다는 그 사이 더 거칠어졌다. 한국은행은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려 연 3.00%까지 끌어올렸다. 7월 신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68.1%로 12년여 만에 가장 높아졌다. 일부 은행의 장기 주담대 금리는 상단이 6% 중반까지 올라섰다. 정부가 대출문을 다시 열었을 때 차주 앞에 놓인 것은 더 비싸진 돈이었다.더 복잡한 신호는 반대편에서 날아온다. 내년 정부 총지출은 820조 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93조원 늘어난다. 한국은행은 물가를 잡겠다며 돈의 가격을 올리는데 정부는 성장을 위해 재정의 페달을 밟는다. 국채 발행을 줄여 금리 부담을 낮추더라도 확장재정이 물가를 자극하면 긴축의 끝은 다시 멀어진다. 한쪽에서는 노를 앞으로 저으라 하고 다른 쪽에서는 뒤로 저으라는 격이다.오디세우스도 파도 때문에만 10년을 헤맨 것은 아니었다.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에게서 기지를 발휘해 탈출하고도 굳이 자신의 이름을 외쳤다. 그 오만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분노를 불렀다. 세이렌과 괴물, 폭풍은 눈앞에 보이는 시련이었다. 더 무서운 것은 위기를 벗어날 때마다 스스로 흔들었던 항로였다.정부가 금리를 정할 수는 없다. 집값도 명령한다고 움직이지 않는다. 환율과 국제유가 같은 대외 변수 역시 마음대로 잠재울 수 없는 파도다. 그래서 정책은 파도를 없애겠다는 약속보다 어디로 갈 것인지 알려주는 항로에 가까워야 한다. 대출을 조였다 풀고 세금을 고쳤다 되돌리면 시장은 다음 정책의 내용을 기다리지 않는다. 언제 또 바뀔지를 먼저 계산한다.오디세우스는 수많은 괴물을 만났지만 끝내 이타카로 돌아갔다. 목적지만큼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차주들에게 필요한 것도 모든 파도를 잠재워줄 정부가 아니다. 적어도 오늘 정한 항로가 내일 뒤집히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퉁."오디세우스의 활시위는 화살보다 먼저 울렸다. 지금 대출시장에 부족한 것도 어쩌면 그 짧은 예고인지 모른다. 파도 때문에 길을 잃는 것과, 항로가 바뀌어 길을 잃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