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공백에 탐정·포렌식 등 민간 수요 증가'탐정' 영업 가능하지만 국가자격·업무규정 없어법조계 "피해자 비용·불법 가담 형사책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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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지난달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완수사 금지, 지옥문이 열렸다' 긴급 간담회에서 경찰 조사를 받는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범죄 피해를 입고도 증거 확보까지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수사 각자도생' 시대가 올 수 있다. 오는 10월 검찰의 수사 기능이 사라지면서 수사기관이 놓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탐정 등 민간 업체를 찾는 피해자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문제는 민간 증거 수집 시장을 뒷받침할 제도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탐정'이라는 명칭으로 영업할 수 있지만 국가가 자격이나 업무 범위, 증거수집 방법 등을 명확하게 정한 제도는 없다. 자칫 증거를 찾으려던 피해자가 불법 위치 추적이나 개인정보 수집 등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검찰의 직접·보완수사 기능이 사라지면서 경찰 단계에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피해자가 비용을 들여 이를 보완해야 하는 상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 ▲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찰의민주적 통제 및 경찰수사 혁신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검찰 수사 공백에 커지는 민간 증거수집 수요
수사기관이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피해자가 변호사나 민간 증거조사 서비스를 찾는 사례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법무법인 대륜이 공개한 업무사례에 따르면 신용카드 도용과 명의도용 대출 피해를 입은 한 의뢰인은 피의자가 잠적하자 대륜 증거조사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센터는 와이파이 접속 기록 등을 분석해 피의자의 활동 범위를 좁히고 거주지를 파악한 뒤 관련 정보를 경찰에 전달했다.
검찰의 보완수사까지 사라지면 경찰 수사에서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관계를 보완하기 위해 피해자가 변호사나 탐정·포렌식 업체 등에 의존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
이헌 법무법인 홍익 변호사는 "경찰 수사에서 미비했던 부분에 대해 피해자가 자료를 내고 설명해야 하는데 일반인이 이를 제대로 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고 그에 따른 비용도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 업체를 통해 자료를 만드는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범죄 피해자인데 비용 부담까지 늘면서 피해가 더 확산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경제력에 따라 추가 증거 확보 여부가 갈리는 '증거수집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 ▲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시행돼 '탐정'이라는 명칭을 상호나 직함에 사용하는 영리활동이 가능해진 지난 2020년 8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특수직능교육재단에서 열린 한국 탐정의 날 제정 선포식 참석자들이 케이크 초에 불을 붙이고 있다. ⓒ뉴시스
◆ '탐정' 간판은 합법인데 … 업무 범위는 불분명2020년 8월 신용정보법 개정 이후 '탐정'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영업은 가능해졌다. 그러나 국가가 자격을 부여하거나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제도는 없다.탐정에게는 수사기관과 같은 강제수사 권한이 없다. 조사 활동 역시 개인정보보호법과 위치정보법, 통신비밀보호법 등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이 변호사는 "현재도 사실상 탐정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적법하게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며 "탐정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위법한 절차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탐정이 검찰이나 경찰과 직접 접촉해 법률사무를 한다면 변호사법 위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불충분하게 수사된 부분에 대한 대응을 주도하는 것은 변호사의 역할"이라고 했다. -
- ▲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달 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증거 찾다가 처벌받을라 … 피해자까지 법적 위험민간 증거수집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발생하면 의뢰인인 피해자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다. 탐정에게 불법 위치추적이나 개인정보·통신자료 수집 등을 요구하거나 이에 가담했다면 형사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이 변호사는 "피해자도 경우에 따라 공범이나 종범(방조범)이 되는 등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탐정으로 활동하는 사람 가운데 경찰 출신이 많아 실제로 그렇게까지 위법한 방식으로 가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탐정업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려는 입법 시도는 이어져 왔지만 국가자격과 업무 범위 등을 규정한 법안은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검찰 수사 기능 축소로 민간 증거수집 수요가 늘어날 경우 불법적인 조사 행위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다만 탐정이 검찰의 수사 공백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를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부분은 탐정이 할 수 없고 변호사가 해야 한다"며 "탐정은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증거를 수집하는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