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위원장 1년 임기 마치고 퇴장靑, 이 위원장에 "연임 없이 물러날 것" 요청보수 성향 이 위원장, 임기 내내 쓴소리 이어가최고 권력자 향해 "모두의 대통령 되시라" 직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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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향해서도 거리낌 없이 쓴소리를 던졌던 이석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민주당의 대통령이 아닌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초당적 국정 운영을 주문했던 그가 결국 취임 1년 만에 국민통합위원장직을 내려놓기로 한 것. 보수 인사를 끌어안으며 '실용적 탕평'을 시도했던 이 대통령의 '정치 실험'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는 신호로 읽힌다.
- ▲ 이석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 ⓒ국민통합위원회
이 위원장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26년 9월 9일자로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다시 공직에 나선 것은 헌법에 충성하기 위해서지 정권에 충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서 "국민통합에 관한 이 정부의 생각과 철학이 저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고 사퇴 결심을 굳힌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국민 각자가 지닌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헌법적 가치를 바로 세우는 바탕에서 국민통합을 이루려고 나름 뛰었다"며 국민통합위원장으로서의 지난 행보를 돌아본 이 위원장은 "그렇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나갈 길이자 이재명 정부의 성공의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이 생각하는 국민통합의 방향과 현 정부가 바라보는 통합의 방식 사이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그의 선택은 하나뿐이었다.
이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이제 대통령의 뜻에 따라 물러나고자 한다"며 "대통령께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제가 그간 때로는 결례를 무릅쓰면서까지 말씀드렸던 직언을 국정운영 과정에서 그 편린이나마 반영해 주셨으면 하는 것"이라고 마지막까지 고언(苦言)을 남겼다.
◆ 靑 인사 찾아와 "연임은 없는 것으로 하자"
이 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자진해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으나, 언론 보도를 보면 사실상 경질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오후 TV조선과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전성환 청와대 국민통합수석을 통해 '연임은 없는 것으로 하자'는 뜻을 전해와 9일 자로 그만두게 됐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오는 9일이 임명받은 지 1년째 되는 날"이라며 "취임 당시에는 임기가 1년이었기 때문에 이 대통령에게 재신임을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취임 1년이 되니 이 대통령이 연임 여부에 대해 이해가 없으시면 물러나라는 취지로 알고 준비하겠다"며 "대통령에게 말씀 드려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지난 2일 전성환 수석이 직접 찾아와 "연임은 없는 것으로 하자는 것이 이 대통령 뜻"이라고 전했다고 밝힌 그는 "내 스스로 대통령에게 청해서 대통령 결단으로 물러나게 됐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 "국민 모두의 대통령 되시라"
이 위원장의 지난 1년은 현 정부를 향한 '쓴소리의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 위원장은 지난해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현 정부와 인연을 맺었다.
소위 '탕평책'의 일환으로 정부 인사가 된 그는 국민통합위원장이라는 직책에 있으면서도 정부와 여당의 정책을 무조건 옹호하는 방식과는 거리를 뒀다. 오히려 자신이 생각하는 헌법적 가치와 국민통합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사안에는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검찰과 사법제도 개편을 둘러싼 여권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고, 정치적 갈등을 더욱 키울 수 있는 정책 추진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무엇보다 최근 이 대통령을 향해 건넨 '탈당' 제언은 큰 파장을 불러왔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한 나라의 대통령은 특정 정당의 틀을 넘어 '모두의 대통령'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대통령은 민주당 지지자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힘 지지자와 무당층, 그리고 현 정부에 비판적인 국민까지 모두 아우르는 존재가 돼야 한다는 것이 이 위원장의 일관된 생각이었다.
◆ "국민통합 가로막는 건 '편 가르기'"
정당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그의 메시지는 결국 국민통합위원장으로서 갖고 있던 철학과도 맞닿아 있었다.
이 위원장은 당시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로 '편 가르기'를 꼽았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는 정치문화가 사회 전체의 갈등을 키운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과 집권세력일수록 오히려 반대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통령 주변에는 듣기 좋은 이야기만 전달하는 인물보다 불편하더라도 필요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점도 여러 차례 역설했다.
지난달 진보 진영 정치 원로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 위원장은 대통령에게 직언하고 간언할 수 있는 참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무조건적인 충성보다 때로는 대통령이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국가와 대통령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이 위원장이 스스로를 정권과 거리를 둔 인물로 규정해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최근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된 뒤에도 '보수 진영에서 온 사람이 한마디 하고 떠나는 것 아니냐'는 식의 해석에 선을 그었다. 자신은 특정 진영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민통합위원장으로서, 또 국가를 걱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해야 할 말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 "정권이 아닌 헌법에 충성"
이번 퇴임 입장문에 담긴 "헌법에 충성하기 위해서지 정권에 충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문장은 그의 지난 행보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 위원장이 생각한 국민통합은 단순히 서로 다른 진영을 한자리에 모으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었다. 국민 각자가 가진 차이를 인정하고, 권력을 가진 쪽이 먼저 반대 의견을 경청하며, 헌법적 원칙 안에서 사회적 갈등을 줄여나가는 과정에 가까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위원장의 퇴임은 단순히 한 인사의 거취 변화로만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과정에서 내세웠던 '통합'이라는 가치가 실제 국정 운영 과정에서 어디까지 구현되고 있는지, 그리고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인사까지 진정으로 포용할 수 있는지를 다시 묻게 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탕평 인사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그는 입장문에서 자신이 지난 1년간 국민통합을 위해 뛰었던 이유 자체가 대한민국의 미래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추구하는 성공하는 길과 자신이 생각하는 국민통합의 길이 서로 다르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 떠나는 'Mr. 쓴소리'가 남긴 질문
이 위원장은 떠나지만, 그가 던진 질문들은 여전히 현 정부와 위정자들에게 답을 요하고 있다.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뿐 아니라 자신을 비판하는 국민의 목소리까지 들을 준비가 돼 있는가.
여당의 성공과 정부의 성공을 같은 것으로 볼 것인가.
또 정당의 이해관계를 넘어, 야당을 포함한 국민 전체를 보듬을 수 있는가.
그리고 대통령 주변에 '대통령에게 필요한' 쓴소리를 할 사람이 있는가.
이 위원장이 말했던 '모두의 대통령'은 결국 이런 질문과 연결돼 있다.
자리에선 물러나지만, 정권이 불편해할 수도 있는 질문을 끝까지 던졌다는 점에서 이석연은 마지막까지 'Mr. 쓴소리'였다.
그가 남긴 메시지는 분명했다.
대한민국이 갈등과 진영의 벽을 넘어가기 위해서는 권력부터 '다른 목소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각자가 지닌 다름과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그의 퇴임사는 그래서 개인의 고별 인사를 넘어 이재명 정부,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한 마지막 직언으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