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공백 630일 … 그사이 장윤기 부실수사장미란 씨 사망 사건에 김병기 수사 지연 의혹국민 불안 커지는데 용혜인·김승원 장관 지명국힘 "왜 용혜인 지명이 경찰청장 임명보다 먼저?"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인천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열린 제22기 민주평통 미주지역 회의 평화공존 정책 대화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인천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열린 제22기 민주평통 미주지역 회의 평화공존 정책 대화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경찰청장 임명을 미루면서 치안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각각 성평등가족부·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2차 개각을 단행해 정치적 논란을 초래한 반면 정작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 수장의 장기 공백을 방치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경찰청장은 줄곧 공석으로 남아 있다. 윤석열 정부였던 지난 2024년 12월 조지호 당시 경찰청장이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이후 빈자리를 직무대행 체제로 유지하고 있다. 

    현재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김종철 경찰청 차장이 맡고 있다. 경찰청이 지난 1일 한밤중에 기습 발표한 치안정감·치안감 인사를 통해 경남경찰청장이었던 김 차장이 진급하면서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의 자리를 대체한 것이다. 김 차장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세 번째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경찰청장 자리가 21개월째 대행 체제로 이어지는 사이 장윤기 부실수사 사건, 장미란 씨 실종·사망 사건 등이 연달아 터지면서 경찰의 향찰 문제, 실종 처리 대응 체계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 여권 실세 출신인 김병기 무소속 의원에 대한 비위 수사가 1년 가까이 지연되면서 경찰이 정권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완전히 폐지된 후 수사권을 독점하게 된 경찰은 인력과 조직, 사건 처리 체계에 대한 재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처럼 개혁 과제가 산적했음에도 경찰 지휘부의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국민의 불안과 불신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권한은 건국 이래 가장 막강해지는데 그 권력을 밖에서 걸러줄 보완수사권도 없고 안에서 통제하고 책임질 경찰청장도 없다"며 "적어도 국민의 안전을 최일선에서 책임지는 경찰의 수장만큼은 진작 세웠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이 대통령이 경찰청장 대행 체제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는 경찰청장 임명 절차에 즉각 착수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금 즉시 경찰청장을 제청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청장은 국가경찰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행정안전부 장관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인선 과정에서 청와대와 행안부가 후보자를 협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경찰청장 공석을 유지하면서 경찰 내부의 충성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과거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 경찰이 권력에 절대적으로 충성할 수밖에 없는 조직이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며 "평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찰청장을 일부러 공석으로 비워놓고 내부 충성 경쟁을 유도하면서 조직을 장악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6개 부처에 대한 2차 개각을 발표했음에도 이틀 뒤 경찰청장 인사에서 경찰청장이 제외된 점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의힘 이준우 대변인은 "왜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 지명이 경찰청장 임명보다 먼저인가"라며 "국민들은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논란이 많은 인사를 장관 후보로 지명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용혜인 후보는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을 겸하겠다고 밝혀 '특혜 독점'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용 후보자의 남편이 기본소득당 전략기획부총장으로 근무하며 매월 300만 원의 월급을 받은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승원 후보자는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를 주장한 이력과 식약처 로비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청와대도 경찰청장 공백 사태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경찰청장 임명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내란 사건과 관련해 경찰청장 자체가 수사 대상이었고 파면이나 해임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검찰총장도 지난해 7월 심우정 전 총장이 퇴임한 이후 1년 2개월째 공석이다. 총장 대행을 맡던 구자현 전 검찰총장은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며 지난 7월 사직서를 제출했다. 현재 박규형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이 사실상 '대행의 대행'을 맡고 있다.

    한편 경찰 안팎에서는 이달 중 경찰청장이 임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찰청장 후보군에는 김종철 차장과 고범석 서울경찰청장, 유승렬 인천경찰청장 등 3명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