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조 잃은 개미, 930억 번 증권사 … 'ETF 게이트'장동혁 "반드시 특검으로 수사해야" … 윗선 겨냥호남·아들 이어 술파티까지… 野, 의혹 제기
  • ▲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2025년 11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전세 관련 질의를 듣던 중 가족이 언급되자 격노하고 있다. 옆에 있던 우상호 정무수석이 만류하고 있다. ⓒ뉴시스
    ▲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2025년 11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전세 관련 질의를 듣던 중 가족이 언급되자 격노하고 있다. 옆에 있던 우상호 정무수석이 만류하고 있다. ⓒ뉴시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정책을 주도한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금융회사 감독 책임자인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아들이 모두 미래에셋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김 전 실장과 이 원장의 아들 재직,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김 전 실장의 호남 지역 연고와 회동 의혹까지 하나의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잇따라 거론되면서 야권의 공세도 정책 실패 책임을 넘어 로비·특혜 의혹 규명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정권 ETF 게이트'는 반드시 특검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김 전 실장이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에게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국민 피해만 54조 원에 달한다. 청와대와 국무조정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물론 이 대통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김 전 실장이 주도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으로 대규모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반면 증권사들은 거래 급증에 따른 수수료 수익을 거뒀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누가 이 정책을 만들었는지, 누가 도입을 밀어붙였는지, 충분한 위험성 검토와 투자자 보호 대책은 있었는지, 청와대와 금융당국 사이에 어떤 보고와 지시가 오갔는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둘러싼 정책 결정 과정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한다. 국정조사 과정에서 중대한 위법·불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특별검사 도입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야당 간사인 서일준 의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로 개인투자자들이 입은 손실이 약 54조 원에 달한다는 추정까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고위험 상품 도입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은 반면 거래를 중개한 증권사들은 수수료 수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이 지난달 24일 금융투자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개 종목이 상장한 지난 5월 27일부터 7월 31일까지 증권사들이 거둔 위탁매매수수료 수익은 약 93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로비 의혹이 제기된 미래에셋증권의 위탁매매수수료 수익은 80억1000만 원에 달했다. 국민의힘은 고위험 상품 도입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진 반면 거래량 증가로 증권사들은 수수료 수익을 올린 구조 자체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8월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8월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정책을 주도한 김 전 실장의 아들이 미래에셋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진 데다,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감독을 총괄하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아들 역시 미래에셋에 재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정책 결정과 금융감독 핵심 라인의 가족이 정책 수혜 금융사에 동시에 연결된 셈이다. 야권은 정책·감독 핵심 인사들의 가족이 같은 금융그룹에 근무하고 있고, 미래에셋이 상품 도입 이후 수수료 수익까지 거둔 만큼 정책 추진 과정에 금융회사의 요구가 반영됐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 회장과 김 전 실장의 관계 역시 야권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김 전 실장과 이 원장 아들의 미래에셋 재직 사실에 더해 박 회장과 김 전 실장의 지역 연고와 회동 의혹까지 겹치면서 미래에셋을 둘러싼 인적 연결고리에 대한 의심도 커지고 있다.

    박 회장은 광주제일고, 김 전 실장은 광주 대동고 출신으로 두 사람 모두 호남에 연고를 두고 있다. 여기에 두 사람이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회동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실제 친분 관계가 ETF 정책 추진 과정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장 대표는 전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미래에셋 박 회장이 포시즌스호텔에서 김 전 실장과 회동하고 술 파티를 벌였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 로비가 있었는지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른바 '포시즌스호텔 밀실 초고가 술자리 의혹'은 지난 7월 언론 보도로 처음 제기됐다. 박 회장이 포시즌스호텔 비공개 공간에서 대기업 최고경영자 등과 고가 주류를 곁들인 술자리를 가졌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김 전 실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배경도 야권이 파고드는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직전 개각에서도 자리를 지켰던 김 전 실장이 지난 1일 돌연 물러난 것을 두고 ETF 정책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성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장 대표는 "개각도 피해 나간 김 실장이 갑자기 사퇴한 이유가 미래에셋 로비의 꼬리를 밟혔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있다"며 "김 전 실장 혼자서 이런 대형 사고를 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윗선을 겨냥했다.

    또 일각에서 언급되는 김 전 실장의 출국 가능성도 거론하며 국정조사와 특검의 동시 추진을 거듭 촉구했다. 출국할 경우 국정감사 증인 출석과 향후 수사·조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장 대표는 "김 실장의 출국설도 나돌고 있다. 절대로 출국해서는 안 된다"며 "국정감사에 기관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정기국회 바로 앞에 사퇴했는지 모르겠지만, 반드시 일반증인으로 출석해서 국정감사에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전 실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 사흘 만인 지난해 6월 6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지난 1월 한겨레 인터뷰에서 "금융위원회에 '나스닥에선 가능한 것을 왜 국내에서는 못 하게 하느냐'고 문제 제기를 했고, (정책 부서에) 관련 검토를 지시했다"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같은 달 28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위한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힌 뒤 같은 달 30일 관련 시행령·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후 지난 5월 2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종이 실제 상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