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첫 CAR-T 림카토, 3일 약평위서 급여 적정성·평가금액 심의허가·평가·협상 병행으로 등재 기간 330→150일 단축 목표국산 신약 우대 아닌 엄격한 가치평가 … 기업도 가격·자료 책임기준 충족시 '빠른 통과' 아닌 '빠른 판단'으로 환자 대기시간 줄여야
  • ▲ 큐로셀 관계자가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인증 시설에서 CAR-T 치료제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큐로셀
    ▲ 큐로셀 관계자가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인증 시설에서 CAR-T 치료제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큐로셀
    국산 첫 CAR-T(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 '림카토'가 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약평위는 림카토의 급여 적정성과 평가금액을 판단하는 핵심절차다. 동시에 정부가 확대해 온 신속등재제도가 국산 바이오 신약에서도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할 사례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림카토는 2024년 12월 보건복지부의 '허가신청-급여평가-약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대상 약제로 선정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와 심평원의 급여평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협상을 순차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여러 절차를 병행해 등재기간을 줄이는 제도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기존 절차에서 약 330일 걸리던 기간을 150일로 단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신속 등재는 심사기준을 낮추거나 특정 약제의 급여를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다. 각 기관의 심사가 정해진 기간 내 끝나더라도 허가와 급여평가, 약가협상을 차례로 진행하면 앞 단계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발생한다. 병행 시범사업의 핵심은 심사를 생략하는 것이 아니라 절차 사이의 불필요한 대기시간을 줄이는 데 있다.

    지금까지 림카토의 절차는 비교적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식약처는 림카토를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GIFT) 대상으로 지정하고 4월 품목허가했다. 림카토는 5월 열린 첫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급여기준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자료를 보완한 뒤 7월 두 번째 심의에서 급여기준을 설정했다.

    이 과정은 신속 등재가 자동통과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제출된 자료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면 추가 근거를 요구하고 필요한 자료가 보완되면 다시 평가하는 것이 제도의 원칙이다.

    첫 심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행정이 혁신을 가로막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당시 국제학술지 게재 여부가 사실상 중요한 판단요소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허가과정에서 이미 검토된 임상자료 외에 학술지 게재 등이 급여평가의 중요한 근거라면 기업이 사전에 준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요건을 명확히 안내할 필요가 있다.

    림카토가 국산 첫 CAR-T 치료제라는 사실도 높은 약가를 인정받거나 급여 적용을 보장받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건강보험약가는 개발사의 국적이 아니라 임상적 가치와 대체약제 가격, 환자 접근성, 건강보험재정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정해야 한다. 산업 육성을 이유로 평가원칙을 낮추면 지원이 아니라 특혜가 된다.

    신속 등재에는 기업의 책임도 따른다. 이번 약평위에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은 뒤 큐로셀이 대체약제 가중평균금액 이하의 약가협상생략기준금액을 수용하면 관련 규정에 따라 건보공단과의 통상적인 상한금액협상을 생략할 수 있다. 이를 선택하면 후속 절차에 필요한 기간도 줄어들 수 있다.

    통상적인 약가협상을 거칠지, 약가협상생략기준금액을 수용해 시장 진입을 앞당길지는 기업이 판단할 문제다. 빠른 등재를 원한다면 기업 역시 충분한 임상 근거와 함께 평가 기준에 부합하는 가격과 공급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는 평가 기준과 필요한 자료를 명확히 안내하고 기관간 절차를 효율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요건이 갖춰지면 예측 가능한 시간 내 결론도 내려야 한다.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환자가 치료제를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없다.

    국내 생산 기반을 갖춘 첫 국산 CAR-T 치료제라는 림카토의 상징성은 분명하다.

    기존 외산 제품은 환자 세포를 해외 제조소로 보냈다가 완제품을 국내로 다시 들여오는 구조라서 시간과 물류 부담이 발생한다. 큐로셀은 대전 상업용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시설에서 전 공정을 수행할 수 있어 해외운송에 따른 부담과 공급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급여 등재가 곧 림카토의 상업적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장에 안착하면 큐로셀은 창사 이후 처음으로 제품 매출을 내고 그 수익을 고형암 CAR-T 등 후속 연구개발에 투입할 수 있는 출발점을 마련한다. 국내에서 개발하고 생산한 신약이 환자치료로 이어지고 제품 판매로 확보한 수익이 다음 신약개발에 재투자되는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산업적 기대가 약가 평가의 원칙을 흔들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

    대신 임상적 가치가 입증된 치료제가 불필요한 절차 때문에 환자에게 늦게 도달하지 않도록 해야 할 이유는 된다. 바이오산업 육성은 국산 신약에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일이 아니라 개발과 허가, 급여평가, 환자공급을 잇는 제도를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번 약평위의 의미를 림카토의 통과 여부나 약가 수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동일한 원칙으로 임상적 가치와 재정 영향을 평가했는지, 결론이 내려진 뒤 후속 절차가 불필요하게 지연되지 않는지가 더 중요하다.

    신속 등재는 '빠른 통과'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 '빠른 판단'을 위한 제도다. 임상적 가치가 부족한 약은 걸러내면서도 기준을 충족한 약은 불필요하게 기다리게 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각자의 원칙과 책임을 지키면서 환자의 기다림을 줄이는 것. 그것이 신속 등재가 갖춰야 할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