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9월 금리인상 전망 94%…10년물 국채금리 1996년 후 최고치장기채 평가손 눈덩이…日 금융사들 장기채 손절매엔화 본국 환류 자극…美·유럽 등 글로벌 채권시장 발칵
  • ▲ 엔화.ⓒ연합뉴스
    ▲ 엔화.ⓒ연합뉴스
    일본은행(BOJ)의 이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94%까지 치솟으면서 채권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10년 만기 일본 국채금리가 30년 만에 3%를 찍은 가운데 금리 상승으로 평가손실이 커진 일본 금융회사들은 장기 국채를 처분하고 단기채로 갈아타기 시작했다. 

    일본의 금리 정상화가 빨라질 경우 수십년간 해외 채권시장의 '큰손' 역할을 해온 일본계 자금의 본국 회귀를 자극해 글로벌 채권시장에도 추가적인 금리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싱크탱크 도단리서치는 지난 1일 오후 기준 금융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일본은행의 9월 금리 인상 확률을 94%로 집계했다.

    지난달 10일 67%였던 인상 확률은 같은 달 26일 87%로 오른 데 이어 이달 들어 90%를 넘어섰다. 일본은행은 오는 17~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일본은행은 2024년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이후 단계적으로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6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도 정책금리를 연 0.75%에서 1.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추가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전망은 이미 국채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 1일 장중 3%까지 치솟으며 1996년 이후 3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기존에 낮은 금리로 발행된 장기 국채를 보유한 금융회사들의 평가손실도 불어나고 있다.

    일부 금융회사는 결국 손실을 감수하고 장기채를 처분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지역 금융그룹인 야마구치파이낸셜그룹은 보유 중인 일본 국채를 추가 매각하고 만기가 5년 이하인 단기채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야마구치파이낸셜이 보유한 주식과 채권 등 금융자산은 총 2조400억엔(약 17조5000억원)에 달한다.

    야마구치파이낸셜은 지난 회계연도에도 일본 국채를 처분하면서 수백억엔 규모의 손실을 장부에 반영했다. 당초 5년에 걸쳐 진행하려던 손실 국채 정리를 1년으로 앞당겼지만 예상보다 빠른 시장금리 상승에 추가 매각에 나서게 됐다.

    무쿠나시 게이스케 야마구치파이낸셜 최고경영자(CEO)는 "5년 치 손실 정리를 1년으로 압축했지만 시장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는 것은 일본은행의 긴축 전망뿐만이 아니다. 미국과 이란의 교전 재개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데다 일본 정부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경계감과 글로벌 장기금리 상승세가 겹치면서 장기 국채 매도 압력을 키우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도 물가 상승 위험을 경계하고 있다. 우에다 총재는 전날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가 열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 "다음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포함해 매번 회의에서 제대로 논의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과거 5회 정도 금리를 인상한 영향이 누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금리 인상의 영향을 주시하는 동시에 물가 상승 리스크도 고려하면서 정책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엔화 약세 시정 압박도 일본은행의 금리 결정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우에다 총재는 G20 회의 기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만났다. 베선트 장관은 엔화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을 나타내면서 일본의 '단호한 조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일본의 금리 상승이 자국 채권시장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채권시장으로 번질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일본은 장기간 이어진 초저금리를 배경으로 보험사와 은행 등 기관투자가들이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해외 채권에 대규모로 투자해왔다.

    일본 국채금리가 높아지면 환헤지 비용과 환율 변동 위험을 감수하면서 해외 채권을 보유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해외 채권을 줄이고 자국 국채로 자금을 돌릴 경우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채권의 매도 압력이 커지면서 글로벌 장기금리를 추가로 밀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