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스미레 미용실' 한국 초연, 오는 12일~10월 3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재일 코리안 3부작' 마지막 작품, 1960년대 규슈 탄광촌 '아리랑 고개'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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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스미레 미용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의신 연출가.ⓒ세종문화회관
비극의 잿더미 속에서도 인간은 다시 웃고, 밥을 나누며, 삶을 이어간다. 세종문화회관은 오는 12일부터 10월 3일까지 M씨어터에서 연극 '스미레 미용실'을 국내 관객에게 처음 선보인다.2012년 3월 5일 일본 도쿄 신국립극장에서 초연된 '스미레 미용실'은 '이를테면 마치 들에 피는 꽃처럼'(2007), '야끼니꾸 드래곤'(2008)에 이어 재일동포 2.5세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이 완성한 '재일 코리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배경은 1965년, 해방 후에도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조선인들이 모여 살던 일본 규슈의 탄광 마을 '아리랑 고개'다. 낡은 이발소를 지키며 언젠가 자신만의 '스미레 미용실'을 차리겠다는 꿈을 품은 주인공 수미를 중심으로 국적과 언어, 삶의 방식이 제각기 다른 인물들이 한 식탁에 둘러앉아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만들어간다.그러나 석탄에서 석유로의 에너지 전환기 속 안전대책 결여로 터진 갑작스러운 탄광 폭발 사고는 이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놓는다. 극은 거대한 상실 앞에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삶의 균열을 메워가는 인물들을 통해 지독한 시련 속에서도 인간을 버티게 하는 힘이 연대와 사랑에 있음을 보여준다. -
- ▲ 연극 '스미레 미용실' 연습실.ⓒ세종문화회관
정의신 연출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60년 전 일어난 탄광 사건으로만 치부하면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만 불변하는 사랑과 가족의 유대에 관한 이야기로 본다면 달라진다"며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룬 현재 한국 사회에서도 이런 가치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기에 등장인물들의 고통과 슬픔은 현대 관객에게도 충분히 자신의 이야기로 통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1957년 일본 효고현 히메지시에서 태어난 정의신은 요코하마 방송영화전문학원 미술과를 졸업 후 극단 '검은 텐트'에 입단하며 연극 활동을 시작했다. '천년의 고독', '나에게 불의 전차를', '인어전설' 등 그의 많은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은 '경계인으로서의 시선'이다. 한국인도, 완전한 일본인도 아닌 주변인의 위치는 그로 하여금 사회의 주류가 아닌 하층민과 소외된 이들의 삶을 세심하게 살피게 했다.제목에 쓰인 '스미레'는 일본어로 제비꽃을 뜻한다. 정 연출은 "제비꽃은 길가 어디에나 피어 있는 꽃이지만,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도 꿋꿋하게 자기 꽃을 피워낸다. 탄광에서 공항 건설 현장으로 흘러가며 전후 일본 경제의 밑바닥을 떠받쳤던 재일동포 노동자들의 삶과 닮았다"고 설명했다.작품을 쓰기 위해 규슈 탄광촌을 찾았다는 그는 취재 과정에서 느꼈던 새로운 발견과 감동을 털어놓았다. "규슈 탄광의 노동자들이 이후 오사카 엑스포나 공항 건설 현장으로 이동하며 일본 경제를 밑바닥에서 지탱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큰 감명을 받았다. 직접 사고 경험자와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그 목소리를 무대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로서 의미가 큽니다." -
- ▲ 연극 '스미레 미용실' 연습실.ⓒ세종문화회관
정 연출 작품의 매력은 역사적 비극 앞에서도 잃지 않는 웃음과 위트다. 그는 "작품을 쓸 때는 늘 진지하게 임하려고 하는데 쓰다 보면 숨이 막힌다. 그럴 때 여기서 한번 웃겨야겠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저는 사람을 웃기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웃음과 사랑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큰 욕구이자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이라고 전했다.특히, 이번 작품이 단지 60년 전 과거의 이야기로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희극과 비극은 매우 가까이 붙어 있다. 당사자에겐 비극인 일이 다른 사람에겐 희극으로 보이기도 하죠. 60년 전 탄광의 비극을 다루지만, 가족과 사랑이라는 가치가 희미해져 가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도 보편적인 울림을 줄 것입니다."한국 초연에는 선이 굵은 무대 경험을 지닌 베테랑 배우 12인이 합류해 극의 밀도를 높인다. '수미' 역을 맡은 최지연은 "밖에서 보면 가혹한 비극이지만 그 안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수미의 세상은 희극에 가깝다"며 "역사에 기록된 위대한 영웅이 아니더라도,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도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의 모습이 얼마나 숭고하고 아름다운지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