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린 조국의 '각자도생' 정치李 흔들리자 사법 리스크 정조준공세 빌미 … 野 정점식 "李 레임덕"친명 "자다가 봉창 때려 … 배은망덕"
  • ▲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 ⓒ이종현 기자
    ▲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 ⓒ이종현 기자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시점에 '사법 리스크'를 정면으로 건드렸다. 평택을 재선거 패배로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데다 더불어민주당과의 합당마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는 취지의 지적이 제기된다. 친명(친이재명)계에서는 자신을 사면·복권한 대통령에게까지 각을 세운다며 "배은망덕"이라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박선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2일 세종시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원장을 언급하며 "심히 유감이다. 동지의 언어일 수 없다. 무엇이 그리 맺혔나. 배은망덕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힐난했다.

    이는 전날 조 원장이 이 대통령의 '유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조 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의 임기 후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재개될 경우에 대해 "대법원의 법리가 다시 뒤집어지지 않는 한, 이재명 대통령 임기 후 재개될 2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특검법'과 공소 취소 문제에도 제동을 걸었다.

    조 원장은 "'조작기소'를 이유로 공소 취소를 하려면 '조작기소'가 확인돼야 한다"며 "어떤 법률이 특정 개인만을 위해 만들어진다는 인상을 주면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 법적으로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조 원장은 이날도 정부·여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 축소 방침을 발표 29일 만에 철회하자 "이번 결정으로 민주당과 정부가 지킨 것은 상위 1%의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여론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부동산 문제에 이어 사법 리스크까지 동시에 도마 위에 올려놓은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조 원장의 잇따른 정부·여당 비판을 그의 정치적 처지와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원장은 사면·복권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이후 현재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좁아진 상태다.

    그는 지난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원내 복귀를 노렸지만 27.27%를 얻어 3위로 낙선했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조국혁신당 대표직에서도 물러나면서 당내 공식적인 정치적 지위도 축소됐다.

    조국혁신당의 독자 생존 가능성까지 시험대에 올랐다.

    조국혁신당은 2024년 총선 때만 해도 비례대표 정당투표 지지도에서 20%대 후반대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최근 지지율 조사에서는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NBS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은 수 주째 2%대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갤럽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도 최근 두 달 사이 최저 2%에서 최고 4%로 정체 국면을 나타내고 있다.

    2028년 총선을 1년 7개월여 앞두고 생존 전략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수치다. 조국혁신당과 비슷한 지지율을 보이는 개혁신당은 최근 '지도부 총사퇴'를 겪었다.

    더욱이 소속 의원 12명이 모두 비례대표인 조국혁신당으로서는 다음 총선에서 지역구 기반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정치권에서는 당의 출구 전략 중 하나로 민주당과의 합당이 꾸준히 거론돼 왔다.

    하지만 이마저도 당초 예상과 달리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합당에 적극적이었던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낙선했고, 새로 당권을 잡은 김민석 대표는 "당원 의사를 확인하면서 처리해 갈 것"이라며 합당에 신중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조국혁신당의 독자 생존은 물론 조 원장 개인의 정치적 발판까지 새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2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회의에 입장하며 당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2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회의에 입장하며 당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공격의 범위가 민주당을 넘어 이 대통령에게까지 확대되자 민주당 내부에선 "선을 넘었다"는 날 선 반응이 나오고 있다.

    조 원장은 이전에도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 때마다 진영 내 갈등을 키운다는 비판을 받았던 터라 민주당의 시선은 더욱 곱지 않아 보인다.

    조 원장은 평택을 재선거 패배 이후 민주당의 공천과 단일화 문제를 거론하며 책임 공방을 벌였다. 또 청년층의 외면이 가시화된 상황에선 '-노' 표현을 문제 삼으며 청년층의 언어 사용을 훈계하기도 했다.

    특히 조 원장이 이 대통령의 결단으로 피선거권을 회복했다는 점에서 민주당 내부의 반응은 더욱 날카롭다.

    조 원장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고 복역하다 지난해 8월 이 대통령의 첫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수감 약 8개월 만이었다.

    조 원장은 당시 출소 직후 "헌법적 결단을 내려주신 이재명 대통령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했다. 범여권 진영을 향해서는 "민주진보 진영은 더욱 단결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년여 만에 조 원장의 입에서 자신을 사면·복권한 이 대통령에 대해 '임기 후 유죄 판결 가능성'이라는 말이 나와 민주당은 들끓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자다가 봉창 때린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 의원은 "영특하던 분이 왜 이러는지 답답하다"며 "당신은 책임 있는 정치인이지 교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왜 이리 성급하신지 이해가 안 된다. 좋았던 조국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박선원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답답하고 세상이 쉬워 보이지 않을수록 기본은 지켜야 한다"며 "이 대통령을 정면 겨냥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원장이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범여권 내부에서 직접 공론화하면서 야권의 기존 공세에 힘을 실어줬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야권은 조 원장의 '유죄 가능성' 발언을 곧바로 활용해 이 대통령의 '레임덕' 공세를 펼치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이분(조국 원장)이 상황에 따라 말을 뒤집고 바꾸는 일이야 워낙 익숙하다"면서 "이분이 말을 뒤집게 된 상황 변경은 단 하나다. 바로 레임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사법부를 향해서는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용기를 내야 한다"며 "지금 바로 이재명 대통령의 5개 재판을 반드시 속개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중도는 떠나고, 우군마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그런데도 민주당은 공소취소, 공소기각, 개헌, 배임죄 폐지 등 수단만 바꿔가며 대통령의 재판을 지우는 데 집착하고 있다. 이제 그만 단념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강성 친명 지지 그룹인 '뉴이재명'은 "국민의힘에 (대통령을) 물어뜯으라고 일부러 던진 것 아니냐. 독이 올랐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합당 추진에 대한 반대 여론도 더욱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 사면·복권의 결단을 내린 대통령에게까지 각을 세우고 새로운 전선을 만드는 모습을 반복하는 것이 조국의 정치인가"라며 "단결과 연대를 외치면서 정치적 도의를 저버리는 것은 불신과 분열만 키울 뿐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조 원장은 자신의 발언을 두고 친명계 반발이 일자 페이스북에 "충언역이이리어행"이라는 고사성어를 적으며 반박했다. '충성스러운 말은 귀에 거슬리나 행동에는 이롭다'는 뜻이다.

    그는 또 페이스북에 '조국의 직언이 이재명 정부를 지킨다'는 제목의 한 기사를 공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