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김용범 사의 하루 만에 사표 수리金, 레버리지 ETF 도입 후 경질론 휩싸여부동산 정책 책임도 … 野 "李, 꼬리 자르기"
  • ▲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 ⓒ뉴시스
    ▲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 ⓒ뉴시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1일 사퇴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초대 정책실장을 맡은 지 15개월 만이다. 앞서 부동산·증시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자 스스로 사퇴를 결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김 전 실장의 사퇴를 "이재명 대통령의 꼬리 자르기"로 규정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용범 실장은 어제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사표를 수리했다"고 말했다. 자세한 사퇴 배경과 후임 인선 절차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김 전 실장은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 출범과 동시에 초대 정책실장을 맡으며 부동산 및 경제·산업 정책을 총괄해 왔다. 최근까지도 정부 역점 사업인 3대 메가프로젝트와 내년도 예산안 편성, 부동산 세제개편 등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이후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책임론에 휩싸였다. 그가 레버리지 ETF 도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ETF 도입 이후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수십 차례 발동하면서 주식시장이 도박판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여권 일각에서도 그를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 전 실장은 증시 변동성 확대에 대해 "우리만 그런 건 아니다"라며 세계적인 추세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또 "개인 투자자들이 굉장히 역동적으로 투자를 한다"며 투자자의 적극적이 매매 성향을 문제 삼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는 금융당국 수장이 레버리지 ETF에 대해 "드러누워서 막았어야 했다"(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고 말한 것과 사뭇 대비됐다. 이에 국민의힘은 김 전 실장을 겨냥 "자신의 잘못을 국민에게 뒤집어씌우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비판했다.

    대출 규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서 정책 설계에 관여한 김 전 실장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커졌다. 그는 보유세를 둘러싼 메시지로 정책 혼선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정부가 세금 정책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했던 김 전 실장은 20일 만에 "부동산 세제를 고민할 상황은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다시 "부동산 세제 역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김 전 실장이 반도체 기업의 초과 이익을 공유하자며 언급한 '국민 배당'은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다"라며 과실의 일부를 국민에게 환원하자는 구상이었으나 기업의 이익을 국가가 강제 환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개인 의견"이라고 일축했다. 

    이 같은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한 점도 김 전 실장의 사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지는 상황에서 여권 내에서도 민심 수습을 위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앞서 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6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2기 개각'을 발표했을 때 김 전 실장도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김 전 실장이 교체 대상에서 제외되자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김 전 실장이 부담을 느끼고 자진 사퇴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김 전 실장의 사퇴를 "꼬리 자르기식 사퇴"라고 비판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그동안 대통령이 져야 할 책임을 정책실장이 감당한 측면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지난 주말 2차 개각 발표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김승원 '공소취소' 장관 지명에 따른 후폭풍이 커지자 다급하게 연막탄을 던진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며 "개각 실패를 자인한 꼴"이라고 덧붙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에게 쫓겨난 것이다. 하지만 사퇴로 끝낼 일이 아니다"라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김용범의 작품이었다. 증시는 도박판이 되고 국민의 통장은 털리고 증권사들만 돈을 벌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김용범의 아들이 증권사에서 일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아들도 같은 증권사에 있다. 이야말로 명백한 수사 대상"이라며 "이 대통령 모르게 김용범 혼자 했을 리도 없다. 김용범은 꼬리, 몸통은 이 대통령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