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수난구조대 4人 인터뷰…교량 10곳 담당·지난해 1139건 출동구조에 최대 90명 투입되지만…"눈앞에서 가라앉는 순간 목격하기도""한강 교량 투신 시 '골든타임' 의미 없어…최대한 빠르게 도착해야""가장 좋은 대책은 투신 자체 막는 것"…안전난간 설치 후 변화 체감
  • ▲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119특수구조단 여의도수난구조대에서 구조대원들이 뉴데일리와 만나 구조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119특수구조단 여의도수난구조대에서 구조대원들이 뉴데일리와 만나 구조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마포대교 밑을 보면 버스킹도 열리고 유람선도 떠다니잖아요. 정작 그 위에서는 죽으려고 매달려 있는 상황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오더라고요."

    김혁진 대원이 여의도수난구조대에서 일한 지는 3년이 넘는다. 물속에서 마주치는 구조 대상자는 육지와 다르게 대부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투신했다.

    근무 첫해에는 구조선을 타고 출동할 때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김 대원은 "투신자의 가족들과 통화를 할 때면 순간 감정이 이입되는 일도 잦다"면서 "단순히 '절차대로 수색 중'이라고 답변할 수가 없다. 소중한 생명과 관련된 업무다 보니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다"고 털어놨다.

    여의도수난구조대는 서울시 119특수구조단에 소속된 4개 수난구조대 중에서도 가장 많은 교량을 관리한다. 행주대교 남단부터 한강대교까지 약 18㎞에 달하는 구역을 담당하며, 관내에만 총 10곳의 교량이 자리해 있다. 서울시가 관리 중인 한강 교량 21곳 중 절반 정도를 여의도수난구조대가 도맡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지난해 출동 횟수는 1139건. 투신자 구조뿐 아니라 실종자 재수색, 수상레저 표류 등 한강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 등을 모두 대응해야 한다. 업무량이 많은 만큼 올해 1월을 기점으로 구조대원도 증원됐다. 기존에는 6명씩 한 팀을 이뤄 3교대로 일하던 인력이 8명으로 늘었다는 게 구조대 측의 설명이다. 이 가운데 수중 수색이 가능한 구조대원은 총 15명이다.

    투신 신고가 접수되면 적어도 5개 기관이 동시에 움직인다. 수난구조대를 비롯해 육상 소방서와 안전센터, 한강경찰대, 육상 경찰서까지 선박·차량만 7~8대가 투입된다. 인원으로 치면 80~90명 정도다.

    그런데도 안타까운 순간들이 많았다고 구조대는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27일 여의도수난구조대에서 만난 서민관 대원은 "신속하게 출동해도 눈앞에서 구조 대상자가 가라앉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 ▲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119특수구조단 여의도수난구조대에서 김창빈 대원이 수중 수색에 필요한 잠수복과 산소 탱크를 보여주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119특수구조단 여의도수난구조대에서 김창빈 대원이 수중 수색에 필요한 잠수복과 산소 탱크를 보여주고 있다. ⓒ정상윤 기자
    최근에는 행주대교에서 투신 사고가 벌어졌다. 여의도수난구조대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 도착까지 10분 이상이 걸리는 교량이었다.

    이성우 대원은 "배를 타고 가는 내내 '떠 있어라. 제발 떠 있어라'하고 속으로 빌었다"며 "투신자가 고령인 데다 당초 10분 넘게 떠 있기 쉽지 않다는 점을 알면서도 기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구조 대상자는 이미 가라앉은 상태였다. 구조대는 시간이 지나 떠오른 시신을 수습해야 했다.

    구조 대상자 수색은 통상 5일간 이뤄진다. 사고 당일에는 한강경찰대와 함께 수중 수색을 최대 네 차례 진행하고, 구조대가 단독으로 출동하는 일은 거의 없다.

    다이빙 역시 2명의 대원이 짝을 이뤄 수행한다. 조류의 영향을 무시하기 어려운 데다 한강 물속은 낮에도 캄캄해서다. 김창빈 대원은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할 때와 전혀 다르다. 1m도 채 안 보인다"며 "최대한 가까이서 보거나 정 눈에 안 들어올 땐 손으로 만져 가면서 '이건 돌멩이, 이건 진흙'하고 사람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출동 건수는 봄가을에 유독 많다. 그래선지 계절 자체보다 팔당댐 방류량이나 밀물·썰물에 따른 조류가 수색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구조대 측은 설명했다. 유속이 세지면 수색 시간도 줄어든다. 활동량이 많아지는 만큼 숨쉬기가 어려워 탱크 속 산소량도 빠르게 소모되는 탓이다. 김 대원은 "산소 탱크의 수는 중요하지 않다. 같은 인력이 곧바로 다시 다이빙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사정을 전했다.

    투신자 구조에는 이른바 '4분의 골든타임'도 의미가 없다. 서 대원은 "4분이라는 시간은 심장이 멎었을 때 소생률을 최대한 고려한 수치인데, 골든타임을 수난 구조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투신자 중 바로 가라앉는 사람이 있고 오래 떠 있는 사람도 있어 각자 편차가 너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제일 빨리 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119특수구조단 여의도수난구조대에서 김혁진(왼쪽부터) 대원과 김창빈 대원이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119특수구조단 여의도수난구조대에서 김혁진(왼쪽부터) 대원과 김창빈 대원이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한강 교량에서 투신을 시도해 제지·구조된 시민은 1270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10명이 사망해 생존 구조율은 99%를 기록했다. 다만 입수 시 구조율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구조대 측의 입장이다. 이 대원은 "다리 위를 서성이다 제지를 받은 시민까지 포함하면 퍼센티지가 높게 잡히긴 할 것"이라면서도 "실제 투신 후 구조율은 그렇게까지 높지 않다"고 짚었다.

    폐쇄회로(CC)TV 확대만으로는 투신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도 출동 신고의 대부분이 CCTV 관제를 통해 들어온다. 다리 위를 장시간 배회하거나 신발을 벗고 소지품을 내려놓는 등 이상 행동을 포착하는 방식이다. 김 대원은 "관제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놓치는 경우도 간혹 발생한다"며 "CCTV를 늘린다고 더 빠르게 발견하거나 투신 건수가 줄어들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기존 CCTV 체계상 구조 위치를 명확히 가늠할 수 없는 점 역시 한계로 꼽혔다. 김 대원은 "투신자가 물을 따라 흘러갔는지, 입수한 자리 그대로 빠졌는지, 헤엄을 치다가 힘이 달려 가라앉았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차라리 조금이라도 빠르게 구조할 수 있도록 CCTV를 교량 밑에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구조대가 바라는 점은 임금 확대, 인력 확충이 아닌 신속한 구조와 사고 방지였다. 최대한 빠르게 출발해 발견·구조하고 싶다는 게 이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이 대원은 "가장 좋은 건 투신 자체를 못 하게 막는 것"이라며 "구조대원들이 돈을 더 받는다고 투신하는 사람들을 못 오게 할 수는 없다. 투신할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도 있겠지만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 ▲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119특수구조단 여의도수난구조대의 전경. ⓒ정상윤 기자
    ▲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119특수구조단 여의도수난구조대의 전경. ⓒ정상윤 기자
    앞서 서울시도 투신 방지책 중 하나로 안전난간 설치·확대를 내놨다. 안전난간은 자살 시도자가 교량 아래로 뛰어내리지 못하도록 설치하는 장애물이다. 난간 자체를 높이거나 잡으면 헛돌게 만드는 방식으로 투신 난도를 끌어올려 추락 사고를 방지한다. 2019년부터 관련 사업을 추진해 2024년 한강 교량 5곳(한강·마포·잠실·양화·한남대교)에 설치를 마쳤다.

    실제 현장에서는 안전난간 설치 후 변화를 체감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대원은 "양화대교의 경우 난간 높이를 올리고 롤러를 설치한 뒤로 출동 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밝혔다. 양화대교는 마포대교만큼 접근성이 높아 구조대 내에서도 보완이 필요한 교량으로 꼽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1년 이 교량에서만 3명이 숨지는 등 투신 사고가 잇따랐으나, 안전난간이 조성된 2023년 이후 사망자는 0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마포대교 안전난간은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 대원은 "시설물의 와이어를 벌리고 그 사이로 넘어가기 쉬워서 안전난간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체감상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마포대교는 지난 5년간 전체 한강 교량 중 가장 많은 투신 사고를 기록한 장소다. 이 대원은 "안전난간을 아치형으로 설계하면 넘어갈 수조차 없을 것"이라며 "미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여러 가지 방안을 구상했으면 한다"고 했다.

    김 대원은 수난구조대에서 근무한 지 이제 1년이 됐다. 투신자를 구조하며 머릿속에 남는 한마디는 "살려주세요"다. 그래서 출동할 때마다 같은 기도를 올린다. 떠 있으라고. 제발 떠 있으라고. "죽으려고 뛰어내린 사람들이잖아요. '살려달라' '구해달라'고 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하지만 이것도 운 좋게 떠 있을 때만 들을 수 있는 말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