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우·보호자·의료진 위한 음악회 동참노래보다 더 오래 남은 메시지 "난 나을 수 있다"1K 금반지 선물부터 64세 셀프 디스까지김장훈식 유머에 환우들 얼굴 '웃음꽃' 활짝
  • ▲ 지난 27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열린 '아름다운 동행 - 환우를 위한 음악회'에서 열창을 하고 있는 가수 김장훈. ⓒ뉴데일리
    ▲ 지난 27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열린 '아름다운 동행 - 환우를 위한 음악회'에서 열창을 하고 있는 가수 김장훈. ⓒ뉴데일리
    "나이 드신 분들은 진짜 저를 BTS 다음으로 좋아하시는데."

    지난 27일 오후 5시 20분,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G층 대강당.

    환우와 보호자, 의료진이 앉은 객석을 향해 던진 김장훈의 한마디에 공연장이 웃음바다가 됐다. 특유의 넉살 좋은 화법 덕분인지 가수와 청중을 나누는 경계나 어색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김장훈이 자신의 인생 이야기와 관객과의 대화로 노래와 노래 사이를 채우며 공연하기를 한 시간. 

    '아픔'과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자는 취지로 마련된 '아름다운 동행 - 환우를 위한 음악회'는 어느새 병원을 웃음꽃이 활짝 핀 동산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기부 천사' 김장훈이 서 있었다.

    트로트 가수 최연화의 무대로 문을 연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김장훈이 장식했다. 김장훈은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시작으로 '난 남자다', 김수희의 '애모', '고속도로 로망스', '나와 같다면', '사노라면', '허니' 등 주옥 같은 자신의 히트곡을 차례로 들려줬다.

    "이게 기운이라는 게 정말 있나 봐요. 은평성모병원은 가톨릭 재단이잖아요. 저는 기독교인인데, 어쨌든 같은 계통이니까 '영발'이 좋아서 그런지, 노래가 정말 깔끔하게 잘 나오네요."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는 자신이 병원에서 공연하는 이유부터 이야기했다.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병원에서 링거 꽂고 살았어요. 원래 가수가 될 수 없는 사람인데 정말 기적적으로 노래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환우들도 고생이지만 그들을 돌보는 가족들도 참 많이 고생하잖아요. 잠깐이라도 이렇게 시간을 내서 마음의 힐링을 하면 어떨까 싶어서 병원 공연을 많이 다녔어요."

    그래서 이번 은평성모병원의 초대가 더욱 반가웠다는 그는 자신이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 ▲ 지난 27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열린 '아름다운 동행 - 환우를 위한 음악회'에서 열창을 하고 있는 가수 김장훈. ⓒ뉴데일리
    ▲ 지난 27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열린 '아름다운 동행 - 환우를 위한 음악회'에서 열창을 하고 있는 가수 김장훈. ⓒ뉴데일리
    문득 김장훈의 시선이 객석 앞쪽으로 향했다. 어린 관객 두 명이 눈에 들어온 모양이다.

    "하나 걸리는 건, 제 앞에 이렇게 굉장히 어린 숙녀 두 분이 앉아 있는데, 과연 자기 의지로 왔을까, 아니면 엄마한테 끌려왔을까를 생각하니까. 괜히 미안해지네요."

    어린 관객에게 말을 걸었다. 김장훈다운 즉흥극이었다.

    "아저씨 누군지 알아요?"

    (어린 관객) "제 아빠예요."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럼 굉장히 이상해져, 내가 아빠면…. 일단 알았어."

    이번엔 옆에 앉은 또 다른 어린 관객을 바라봤다.

    "그러면 이 친구가 언니인가 본데…. 혹시 아저씨 누군지 알아요?"

    (어린 관객) "네…. 어…."

    김장훈은 당황한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미리 준비한 선물을 꺼냈다.

    "일단 금반지를 선물로 제가…."

    실제로 김장훈이 어린 관객들에게 금반지를 건네자, 객석에서 환호성과 박수가 나왔다. 

    이어 그는 금 이야기를 소재로 또 한 번 청중을 웃겼다.

    "100% 완전 금이면 24K라고 하고, 그 다음으로는 18K, 14K가 있어요. 근데 아저씨는 가수니까 당연히 1K예요. 1K."

    잠시 뒤 한마디가 더 붙었다.

    "아저씨 월세 살아요."
  • ▲ 지난 27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열린 '아름다운 동행 - 환우를 위한 음악회'에서 열창을 하고 있는 가수 김장훈. ⓒ뉴데일리
    ▲ 지난 27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열린 '아름다운 동행 - 환우를 위한 음악회'에서 열창을 하고 있는 가수 김장훈. ⓒ뉴데일리
    연달아 웃음이 터지는 가운데 김장훈은 '추억'을 이야기했다.

    "작년에 나 걔랑 되게 재미있게 놀았었는데, 참 좋았어…. 그런 걸 추억이라고 하죠. 서로 그 추억을 만드는 거예요. 우리의 삶은. 그런데 두 친구가 10년, 15년이 지났을 때 어느 날 책상을 딱 열다가 반지가 하나 나와. 그래서 엄마에게 묻겠지. 그 아저씨 어떻게 됐어요?"

    "(엄마 왈) 그 아저씨 죽었어. 호상이야. 나이 되게 많았어."

    객석은 다시 웃음으로 가득 찼다.

    김장훈의 입담은 계속됐다.

    "아, 괜찮아요. 저는 백 살까지 살 거니까."

    김장훈은 다음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나이를 거듭 강조했다.

    "가수들이 자기 나이를 속여서 내리려고 그러는데요. 대충 조명하고 화장 잘하고 헤어스타일 잘 잡으면 한 40대 같잖아요. 사실 제 나이는 64살이에요. 이걸 잊으면 안 돼요. 그런데 제가 64살인 걸 알아야 제가 위대하다는 걸 아는 거예요. 왜냐하면 이 나이에 이런 고음을 내고 이렇게 춤을 춘단 말이야."

    그리고 관객들에게 주문했다.

    "제가 노래하고 춤출 때 '저 친구가 64살이지' 이 생각을 꼭 하셔야 돼요. '내년부터 지하철 공짜라며? 왜 이러지?' 이 생각을 하셔야 제가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으니까."

    그렇게 '난 남자다'가 시작됐다.

    빠른 비트에 맞춰 김장훈은 무대를 종횡무진 누볐다. 노래 중간에 "나는 나을 수 있다"를 외치며 마이크를 객석으로 넘기자, 환우들이 다함께 "나을 수 있다"고 화답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김장훈이 다시 "64살이에요!"라고 애드리브를 날리자 객석은 또 한 번 웃음바다가 됐다.
  • ▲ 지난 27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열린 '아름다운 동행 - 환우를 위한 음악회'에서 열창을 하고 있는 가수 김장훈. ⓒ뉴데일리
    ▲ 지난 27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열린 '아름다운 동행 - 환우를 위한 음악회'에서 열창을 하고 있는 가수 김장훈. ⓒ뉴데일리
    '난 남자다'를 끝낸 김장훈은 곧바로 사과와 감사부터 했다.

    "일단 감사의 말씀과 사과의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감사는 객석을 향했다.

    "정말 갑자기 이렇게 폭발적으로 호응해주신 거 너무 감사합니다."

    사과의 이유는 황당했다.

    "원래 '랄랄라' 할 때 제가 머리를 막 흔드는데, 아까 보니까 오늘 머리가 잘 나왔더라고요. 세팅이 잘 돼 있어."

    그는 머리를 가리키며 한숨을 쉬었다.

    "머리가 흐트러질까 봐…. 너무 아까워 갖고."

    결국 다음 일정까지 이 머리를 유지하겠다는 계획까지 털어놨다.

    "내일은 경주 행사가 있고, 모레엔 대구 공연인데 그냥 이대로 앉아서 자려고요."

    그러면서 링거를 맞고 있는 환우들을 향해 또 한 번 세심한 당부를 건넸다.

    "신난다고 막 손 흔들지 마세요. 피 거꾸로 돌면 깜짝 놀라니까."

    김장훈이 병원 공연에 남다른 애착을 갖는 이유는 자신의 어린 시절과도 맞닿아 있었다.

    "제가 초등학교 3학년까지 학교를 한 이틀 갔나? 그랬어요. 한 번 가면 쓰러져서 집에 오고, 병원에서 링거 꽂고 뽑고…."

    어머니와 의사 선생님에게서 "오래 못 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제가 가수가 됐다는 건 기적이에요."
  • ▲ 지난 27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열린 '아름다운 동행 - 환우를 위한 음악회'에서 열창을 하고 있는 가수 김장훈. ⓒ뉴데일리
    ▲ 지난 27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열린 '아름다운 동행 - 환우를 위한 음악회'에서 열창을 하고 있는 가수 김장훈. ⓒ뉴데일리
    여기서도 김장훈은 무거운 이야기를 무겁게만 끌고 가지 않았다.

    학교는 가끔 나갔지만, 오히려 시험은 잘 봤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학교도 안 오는 애가 시험 쓱쓱 치고 가면 전교 1등 하니까. 그냥 시험 보면 전교 1등이야."

    김장훈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분명했다.

    "제가 얘기하고 싶은 건 긍정의 마인드예요. 정말 많이 다치고 많이 힘들었는데, 저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요."

    최근 자신의 건강관리와 마라톤 이야기도 꺼냈다.

    독도 마라톤 대회를 열기 위해 마라톤 연습을 하고 있고, 한 달 만에 6kg을 뺐다고 말했다.

    "10월 25일에 뛰어야 돼요. 독도의 날이니까."

    덕분에 고지혈증 수치가 190에서 160으로 낮아졌다는 이야기도 했다.

    담배를 끊고 식단을 바꾸고 건강에 좋은 것들을 연구하면서 지냈다는 그는 "의사 선생님 말씀을 잘 들었고, 간호사 누나들이 누나이자 엄마였다"며 병원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재즈풍으로 편곡된 김수희의 '애모'를 열창한 김장훈은 다음에 부를 '고속도로 로망스'에 요즘 유행하는 여러 춤을 넣었다며 "이거야말로 진짜 저 사람이 64살이라는 걸 꼭 생각하면서 보셔야 감동이 있다"고 당부했다.

    노래와 춤을 준비하면서도 그의 머릿속에는 공연의 마지막 순서가 걸려 있었다.
  • ▲ 지난 27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열린 '아름다운 동행 - 환우를 위한 음악회'에서 휴대전화 조명을 켜며 호응을 보내고 있는 청중들. ⓒ뉴데일리
    ▲ 지난 27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열린 '아름다운 동행 - 환우를 위한 음악회'에서 휴대전화 조명을 켜며 호응을 보내고 있는 청중들. ⓒ뉴데일리
    "이거 끝나고 마지막 곡은 '허니' 할까요? '나와 같다면' 할까요?"

    '둘 다 하라'는 반응이 나오자 김장훈은 웃었다.

    "역시 은평구. 융통성이 있어요."

    그는 사실 두 곡을 모두 할 생각이었다며 순서를 물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와 같다면'을 마지막에 하면 '허니'를 앵콜로 갈 수도 있고, 두 곡을 이어 부를 수도 있다는 설명까지 이어졌다.

    그에게는 '앵콜 트라우마'도 있었다.

    예전 한 공연에서 마지막 곡을 마치고 무대 뒤로 들어갔다가 1분 뒤 나왔는데, 관객 절반이 빠져나가 무척 당황했었다며 관객들에게 '앵콜'을 부를 타이밍을 알려줬다.

    "제가 한 세 발자국 떼면 여기서 앵콜, 아셨죠?"

    무대에서 몇 걸음만 옮기면 바로 앵콜을 외쳐달라는 이야기였다.

    예고한 대로 '고속도로 로망스'와 '나와 같다면'을 연속으로 부른 김장훈은 관객의 열화와 같은 앵콜 요청에 다시 무대로 걸어나와 객석을 바라봤다.

    그리고 조금 더 진지한 이야기를 꺼냈다.

    "힘들 땐 저를 생각하세요. 저의 삶을 보시면 진짜로 '저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바닥까지 왔다가 지금 이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까요."

    환우들에게 건강을 당부하면서도 김장훈식 유머는 빠지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괜히 밖에 나가서 몰래 숨어서 담배 피우고 그러지 마시고요. 물론 못 피우는 데서 피우면 맛있긴 하죠."

    그러면서도 마지막에는 단호했다.

    "그래도 담배 피우지 마시고. 사모님 말씀 좀 들으세요. 제발."
  • ▲ 지난 27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열린 '아름다운 동행 - 환우를 위한 음악회'에서 열창을 하고 있는 가수 김장훈. ⓒ뉴데일리
    ▲ 지난 27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열린 '아름다운 동행 - 환우를 위한 음악회'에서 열창을 하고 있는 가수 김장훈. ⓒ뉴데일리
    그러다 김장훈은 자신의 어머니를 소환했다.

    "저는 아직도 엄마라고 불러요. 저는 64세지만 지금도 막내예요."

    환갑을 훌쩍 넘겼는데도 어머니에게 "양치하고 자라"는 잔소리를 들었다는 그다.

    "효도가 뭐냐면 밝은 척하는 거예요. 연기를 하는 거죠."

    자신이 사고를 당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도 어머니에게 "엄마, 괜찮아요"라고 말했다는 그는 평소 즐겨 부른다는 고(故)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 가사 중 일부를 소개했다.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지금 이 순간 지겹다고 생각하는 그 사람이 당장 내 앞에서, 옆에서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절대 그렇게 막 대하지 못할 겁니다."

    그렇게 김장훈의 '사노라면'과 '허니'가 시작됐다.

    환우들과 보호자, 의료진이 저마다 휴대전화 조명을 켜고 손을 좌우로 흔들며 공연의 마지막을 즐겼다. 노래가 끝난 뒤에도 객석에는 쉽게 가시지 않는 웃음과 박수가 남았다.

    이날 ‘아름다운 동행’은 단순히 가수의 노래를 듣는 음악회가 아니었다.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환우와 보호자, 의료진이 잠시 같은 객석에 앉아 웃고, 노래하고, 서로에게 박수를 보낸 화합의 시간이었다.

    김장훈은 힘들었던 과거를 이야기하면서도 어두운 면을 강조하지 않았다. 병원에서 링거를 꽂고 지냈던 어린 시절,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 건강 문제와 싸우며 살아온 시간까지 꺼내놓으면서도 그는 끊임없이 농담을 던졌다.
  • ▲ 지난 27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열린 '아름다운 동행 - 환우를 위한 음악회'에서 열창을 하고 있는 가수 김장훈. ⓒ뉴데일리
    ▲ 지난 27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열린 '아름다운 동행 - 환우를 위한 음악회'에서 열창을 하고 있는 가수 김장훈. ⓒ뉴데일리
    웃음 사이사이에 그가 반복해서 건넨 말들은 단순했다.

    "안 되는 건 없어."

    "나는 나을 수 있어. 좋아질 거야."

    "힘들 때 저를 생각하세요."

    자신의 삶이 바닥까지 갔다가 지금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말을 환우들에게 들려준 것은, 그가 이날 병원에 가져온 가장 큰 선물이었을지도 모른다.

    금반지는 1K였지만, 그가 객석에 건넨 희망의 무게까지 1K일 수는 없었다.

    '아름다운 동행'이란 타이틀처럼 이날 무대에서는 환우와 가족, 의료진, 그리고 가수가 잠시 같은 길을 걸었다.

    그 길을 특유의 웃음으로 채운 김장훈은 또 다른 만남을 약속했다.

    "오늘이 마지막이 아니니까. 인연 맺었으니까. 또 볼 거니까."
  • ▲ 이번 공연을 기획·제작한 이시찬 샤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 이번 공연을 기획·제작한 이시찬 샤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