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땀눈물'로 되살아난 그때 그 시절감독부터 촬영·조명·미술·의상·음악·VFX까지 충무로 최정예 제작진 총출동실제 공간과 자료를 바탕으로 재현한 70년대유해진·박해일·이민호의 몰입도 끌어올려
  • 영화 '암살자(들)'이 배우들의 연기뿐 아니라 촬영부터 미술, 조명, 의상, 음악, 시각효과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 베테랑들이 쌓아 올린 치밀한 프로덕션으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덕혜옹주' '8월의 크리스마스' 등 시대와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해 온 허진호 감독의 신작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장에서 벌어진 영부인 저격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추적하는 작품이다. 실제 사건을 출발점으로 삼되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미스터리 추적극으로 재구성했다.

    이번 작품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단순히 1970년대를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관객이 당시의 인물과 사건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마치 그 시대 한가운데 들어가 있는 듯한 감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화면을 구성하는 데 제작진의 역량이 집중됐다.
  • 특히 '서울의 봄' '파묘' '헌트' 등을 통해 호흡을 맞춰온 이모개 촬영감독과 이성환 조명감독은 시대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화면을 반복하기보다 1970년대라는 시대가 품고 있는 질감과 인물의 정서를 화면에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사건을 좇는 인물들의 움직임과 시선을 섬세하게 포착하면서 관객이 자연스럽게 수사의 흐름에 따라가도록 만든 것이다.

    유해진이 맡은 경찰 '철구', 박해일이 연기한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 이민호가 분한 신입 기자 '영일'의 서로 다른 에너지도 이러한 촬영 방식과 맞물린다. 현장을 직접 경험한 경찰, 기자의 직감으로 사건을 파고드는 사회부장,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신입 기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같은 사건을 바라보면서 하나의 미스터리를 입체적으로 완성한다.

    미술 역시 '암살자(들)'의 시대적 설득력을 떠받치는 중요한 축이다.
  • 김병한 미술감독은 당시 뉴스와 다큐멘터리 자료, 컬러 사진, 공간 도면 등을 참고해 영화 속 주요 장소를 구축했다. 특히 사건의 핵심 공간인 경축식장은 실제 여러 장소에서 촬영한 외부와 로비, 공연장, 2층 공간을 하나의 장소처럼 이어 붙여 완성했다.

    철구와 가족들이 생활하는 집과 동네 역시 1960~70년대에 지어진 건물을 찾아 손질하는 방식으로 당시의 생활감을 살렸다. 신문사 '동성일보' 공간은 더욱 세밀하다. 1970년대 기자들의 자문을 바탕으로 사무실의 구조는 물론 화면에 크게 드러나지 않는 소품까지 시대에 맞춰 채워 넣었다.

    이러한 공간의 힘은 배우들의 몰입으로도 이어졌다. 박해일은 완성된 공간을 직접 마주한 뒤 "그 시대로 돌아간 듯했다"며 캐릭터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는 취지의 소감을 전했다. 배우가 연기할 인물의 감정뿐 아니라 그 인물이 살아가는 시대 자체를 체감할 수 있도록 제작진이 공을 들였다는 의미다.
  • 여기에 최윤선 의상 총괄, 조영욱 음악감독, 정재훈 VFX 수퍼바이저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합류했다. 의상은 인물의 시대적 위치와 성격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되고, 음악은 사건의 긴장과 인물의 감정을 밀어 올린다. 여기에 VFX가 실제 촬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시대적 배경과 장면을 보완하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이 모든 작업은 각 분야가 따로 움직이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시대를 만들어내기 위한 협업으로 진행됐다. 이민호가 촬영 현장을 두고 "수십 년 동안 영화를 만드는 데 인생을 바치신 분들이 총집합한 현장"이라며 "장인 정신이 투철한 분위기"였다고 표현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암살자(들)'이 시대 재현에 공을 들인 이유는 결국 사건의 무게와 맞닿아 있다. 1974년 8월 15일,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생한 총격 사건은 명암이 뚜렷했던 한국 현대사의 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영화는 이미 알려진 사건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시선과 이후 이어진 의문을 따라가며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영화적으로 확장한다.
  • 허진호 감독과 유해진·박해일·이민호를 중심으로 한 배우진의 조합에 더해 이모개 촬영감독, 이성환 조명감독, 김병한 미술감독, 최윤선 의상 총괄, 조영욱 음악감독, 정재훈 VFX 수퍼바이저 등 대한민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제작진이 힘을 보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야기의 긴장감을 말로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화면 하나하나에 시대의 흔적을 새겨 넣기 위해서다.

    이미 '암살자(들)'은 제51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작품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까지 높였다. 국내 개봉을 앞두고 실제 사건이라는 묵직한 소재, 허진호 감독의 섬세한 연출, 세 배우의 연기 앙상블에 더해 '1974년을 눈앞에 되살려낸 제작진의 디테일'이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는 이유다.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되기까지는 카메라 앞에 선 배우들만큼이나 카메라 뒤에서 시대와 공간, 빛과 소리의 한 조각까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암살자(들)'은 그들의 집요한 노력이 모여 만들어낸 영화다. 1974년 그날의 사건을 쫓는 이야기인 동시에, 한 시대의 공기까지 스크린에 옮겨놓기 위해 영화 장인들이 흘린 시간과 땀의 결과물인 셈이다.

    '암살자(들)'은 오는 9월 23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 [사진 제공 = ㈜하이브미디어코프 / 스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