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중과 상연' '자백의 대가' '유미의 세포들 3' 모두 '벡델초이스 10'"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로 좋은 모습 보여드릴 것"
  • ▲ 배우 김고은. ⓒ서성진 기자
    ▲ 배우 김고은. ⓒ서성진 기자
    배우 김고은이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이름을 얻었다. 영화와 시리즈를 오가며 자신만의 연기 세계를 구축해 온 김고은이 '벡델데이 2026' 시리즈 부문 '벡델리안' 배우로 선정된 것.

    무엇보다 이번 선정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김고은이 주연을 맡은 '은중과 상연' '자백의 대가' '유미의 세포들 3' 세 작품이 모두 올해 시리즈 부문 ‘벡델초이스 10’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한 배우가 서로 전혀 다른 결의 세 작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한 데 이어, 작품을 넘어 한국 콘텐츠 속 여성 서사의 확장에 기여한 배우로도 인정받은 셈이다.

    김고은은 "좋은 작품과 인물을 만나 연기할 수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한 마음이 있다"며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만날 수 있어 배우로서도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제가 함께한 작품들을 좋게 봐주시고 '벡델리안'으로 선정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를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김고은다운 수상 소감이다. 화려한 수식어보다 작품과 인물에 대한 감사, 그리고 다음 연기에 대한 다짐이 먼저다.
  • ▲ 배우 김고은. ⓒ정상윤 기자
    ▲ 배우 김고은. ⓒ정상윤 기자
    ◆ '은교'로 시작해 '파묘' '자백의 대가'까지 … 김고은이라는 장르

    김고은의 이름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따라붙는 작품은 단연 2012년 개봉한 영화 '은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인 김고은은 '은교'에서 파격적인 캐릭터를 맡아 단숨에 영화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데뷔작부터 기존의 신인 배우에게 기대되는 안전한 선택과는 거리가 멀었다. 낯선 얼굴, 독특한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 화면을 장악하는 연기력은 ‘신인 김고은’을 단숨에 충무로가 주목하는 배우로 만들었다.

    그러나 김고은의 진짜 저력은 데뷔작의 강렬함에 머물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후 그는 멜로와 로맨스, 시대극, 판타지, 스릴러, 코미디, 휴먼 드라마를 넘나들며 작품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꺼내 보였다. '차이나타운' '계춘할망' '도깨비' '변산' '유열의 음악앨범' '작은 아씨들' '영웅' '파묘’ 등에서 보여준 연기의 결은 서로 달랐지만, 그 안에는 언제나 김고은만의 힘이 있었다.

    특히 영화 '파묘'는 김고은의 배우 인생에서 또 하나의 변곡점이었다. 무속인 화림 역을 맡은 그는 강렬한 카리스마와 섬세한 감정 표현을 동시에 보여주며 관객을 압도했다.

    그 결과 김고은은 2024년 제60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제45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다.

    한 해의 주요 영화 시상식에서 연이어 여우주연상급 영예를 안은 것은 단순히 '잘하는 배우'라는 평가를 넘어, 김고은이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정상급 배우의 반열에 확실하게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 ▲ 배우 김고은. ⓒ서성진 기자
    ▲ 배우 김고은. ⓒ서성진 기자
    ◆ 이번에는 세 얼굴 … 김고은의 변신은 현재진행형

    지난 1년은 특히 김고은의 연기 스펙트럼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시간이었다.

    '은중과 상연'에서는 20여 년에 걸친 한 여성의 삶과 사랑, 우정의 굴곡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한순간의 강렬한 감정으로 승부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변화하는 인물의 내면을 축적해 보여줘야 하는 역할이었다.

    '자백의 대가'에서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꺼냈다.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냉혈한 '마녀'로 변신해 작품의 팽팽한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유미의 세포들 3'에서는 한 여성의 내밀한 감정과 성장에 다시 한번 깊숙이 파고들었다. 시즌3까지 이어진 시리즈의 중심을 지키며 캐릭터의 변화와 성장을 설득력 있게 완성했다.

    20대의 '은교'부터 30대의 '파묘', 그리고 지금의 김고은까지.

    그가 특별한 이유는 매번 새로운 인물을 연기해서가 아니다. 새로운 인물을 만날 때마다 자신의 연기 언어 자체를 조금씩 확장해 왔다는 데 있다.

    이번 벡델리안 선정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시리즈 부문 심사위원인 나원정 중앙일보 기자는 김고은을 두고 "'K콘텐츠의 맏딸'이란 수식어가 절로 나온다"며 "한 배우가 감당할 수 있는 캐릭터의 진폭을 확장하며 더 멀리 나아갔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가 캐스팅만으로 제작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주연급 스타라는 점은 그의 도전이 곧 한국 드라마와 여성 서사의 성장으로 돌아옴을 의미한다"며 김고은의 끊임없는 변신을 높이 평가했다.

    이 말은 김고은이라는 배우가 지금 한국 콘텐츠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정확하게 짚는다.
  • ▲ 배우 김고은. ⓒ정상윤 기자
    ▲ 배우 김고은. ⓒ정상윤 기자
    ◆ '김고은의 선택', 여성 서사의 가능성으로 확장

    김고은의 세 작품이 나란히 벡델초이스 10에 선정된 것은 배우 개인에게만 의미 있는 기록은 아니다.

    벡델데이 2026 프로그래머 임대형 감독은 이를 "단순한 다작의 기록이 아니라 산업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스타 배우의 선택이 여성 서사의 지속 가능성과 연결된다는 의미다.

    특히 '유미의 세포들 3'는 여성의 심리를 중심에 둔 여성 원톱 드라마가 시즌3까지 이어지며 대중성과 지속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김고은이 선택한 작품들이 단순히 흥행이나 화제성에 머물지 않고 여성 캐릭터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콘텐츠의 확장 가능성까지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돌이켜보면 김고은의 행보에는 일관된 특징이 있다.

    안전한 이미지를 반복하기보다 새로운 역할을 선택하고, 장르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자신이 맡은 인물에 작품의 색을 입힌다. 그래서 '김고은이 어떤 역할을 맡았다'는 말보다 '이번에는 김고은이 어떤 얼굴을 보여줄까'가 궁금해지는 배우다.
  • ▲ 배우 김고은. ⓒ서성진 기자
    ▲ 배우 김고은. ⓒ서성진 기자
    ◆ 데뷔 14년 만에 청룡시리즈어워즈 대상 영예

    그리고 김고은은 최근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달 31일 열린 제5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배우가 대상을 받은 것은 김고은이 두 번째다. 2023년 제2회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더 글로리'의 송혜교가 배우 최초로 대상을 받은 데 이어 김고은이 그 영예를 이어받았다.

    영화에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과 백상 최우수연기상을 받고, 시리즈에서는 청룡시리즈어워즈 대상까지 품었다.

    데뷔 14년 차.

    2012년 '은교'로 등장했던 신인 배우는 이제 영화와 시리즈 양쪽에서 가장 믿고 볼 수 있는 주연 배우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김고은은 여전히 자신을 '수상 경력'이나 세간의 '평판' 따위로 포장하려 들지 않는다.

    이번 벡델리안 선정 소감에서도 그가 강조한 것은 결국 '좋은 작품'과 '좋은 인물'이었다.

    어쩌면 이것이 김고은의 가장 큰 강점인지도 모른다.

    상을 받았기 때문에 좋은 배우가 된 것이 아니라, 좋은 배우였기에 좋은 작품이 따라오고, 작품을 통해 다시 배우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는 것.

    김고은은 어느새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의 장르와 캐릭터를 넘어, 한국 콘텐츠가 여성의 삶과 감정을 얼마나 다채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배우가 됐다.

    끊임없이 변하고, 도전하고, 자신의 연기 세계를 넓혀가는 배우.

    김고은의 다음 얼굴이 기대되는 이유다.
  • ▲ 배우 김고은. ⓒ정상윤 기자
    ▲ 배우 김고은.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