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 발표 3주 만에 양도세 비거주 1주택 기준 완화종부세도 손질 예고 … 규제 폭주했다가 성난 민심에 뒷수습정부 믿고 집 팔았다 낙동강 오리알 … 일단 질러놓고 보자式
-
- ▲ ⓒ제미나이
이달 초 서슬 퍼런 세제 개편안을 내놨던 정부가 불과 3주 만에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 인정 범위를 넓히겠다고 한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와 관련해 육아나 가족 돌봄 등을 실거주 예외 사유에 포함시키고 최장 3년인 비거주 인정 기간을 연장하겠다며 꼬리를 내렸다.종합부동산세도 대대적인 손질이 예상된다. 여당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1주택자는 거주, 비거주를 아예 구분하지 않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당정이 시장을 향해 최소한이라도 귀를 열고 있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다. 다만 뒤늦게 정책을 엎을 것이라면 세 번의 토론회는 왜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애초 정책 오류와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려고 토론회라는 공론화 절차를 거치는 것인데 결과만 놓고 보면 '보여주기 쇼'였다는 비판을 들어 마땅하다.싸늘한 여론과 심각한 전세난을 의식한 응급 처방이겠지만, 정책을 설계하면서 이 정도 반발과 부작용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것 또한 문제다. 그 탓에 세제개편안 전후로 비거주 1주택을 급매 처분한 집주인이나 전세집을 급하게 비워준 세입자들만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 이런 식이라면 정부가 어떤 정책, 규제안을 내놓든 따르는 이들이 있을까 싶다.오락가락 갈피를 못 잡고 급가속과 급정거를 반복하는 부동산 정책은 마치 일부 초보 운전자들의 '양발운전'을 연상케 한다. 양발운전이란 왼발을 브레이크 페달 위에, 오른발을 가속 페달 위에 놓고 주행하는 방식이다.잦은 페달 오조작과 사고시 신체 부상 원인이 되고 특히 돌발상황이 발생할 경우 가속페달을 눌러 대형사고를 내거나, 두 페달을 동시에 밟아 제동거리가 길어지는 치명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집값이 잡히지 않자 폭주하듯 고강도 규제를 쏟아내놓고, 성난 민심에 화들짝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아대는 정책 행보와 거진 다를 게 없다.주택 공급 역시 위험천만한 양발운전의 연속이다. 일단 질러놓고 보자 식으로 대상지와 공급물량을 발표해 놓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반발하니 그제서야 머리를 맞대겠단다. 핵심 부지인 용산공원과 태릉CC, 과천경마장 등은 기본적인 주민의견 수렴이나 지방자치단체 협의조차 거치지 않았다.일방적으로 밀어붙였으면 정책 설계라도 촘촘해야 할 터인데 이번 '8·13 부동산 공급대책'도 지난해 '9·7 주택공급 확대대책', 올해 '1·29 주택공급 신속화 방안'과 같은 맹탕·재탕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폐버스와 고시원 욕조 설치 논란도 같은 맥락이다. 잘못된 운전 습관이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 재건축·재개발 배제, 비아파트라는 틀 속에 갇혀 공급량만 늘리려다보니 폐버스를 리모델링하고, 좁디 좁은 고시원에 욕조를 설치하겠다는 황당무계한 발상이 나왔다.국민은 정책 실험을 위한 마루타가 아니다. 특정 정책이나 법안을 시행하기 전 시범사업, 입법예고 같은 절차를 거치지만 민생과 직결된 세제개편안과 공급대책은 얘기가 다르다. 전날 진행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달 초 발표된 세제개편안은 결정된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게 아니라 국민 의견을 듣기 위한 출발점인 안을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이 얼마나 무책임한 발언인가. 국민 의견 청취는 지난 세 번의 토론회에서 끝냈어야 했다.당정의 부동산 양발운전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앞으로도 계속할 계획이라면 본인들 집 안마당에서만 해주길 바란다. 위험천만한 운전연습을 참고 견디기에는 시장은 이미 혼란스럽고 실수요자들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보조석과 뒷자석에 앉은 '부동산 승객'들이 언제까지 현기증에 멀미를 앓아야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