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서 8년 만에 한국 듀오 공연
  • ▲ 오르가니스트인 올리비에 라트리(오른쪽)와 이신영 부부.ⓒ롯데콘서트홀
    ▲ 오르가니스트인 올리비에 라트리(오른쪽)와 이신영 부부.ⓒ롯데콘서트홀
    "지난 8년 동안 다른 국가에서는 함께 꾸준히 연주해 왔지만, 아내의 고국인 한국에서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은 언제나 더욱 특별합니다."(올리비에 라트리)

    "유학 시절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때마다 제 나라가 두 팔을 벌려 따뜻하게 안아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이번 귀국도 그때와 같은 설렘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게 고국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추억 한 스푼으로 힘을 실어주는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죠."(이신영)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64)와 이신영(44) 부부가 8년 만에 한국 무대에서 특별한 이중주를 선보인다. 오는 10월 6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26 오르간 시리즈 II. 포 핸즈(Four Hands)'를 통해서다.

    1985년 만 23세에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전속 오르가니스트로 임명돼 40여 년간 자리를 지켜온 라트리와 연세대를 거쳐 파리 국립고등음악원(CNSMDP)에서 수학한 이신영의 인연은 음악원에서 시작됐다. 라트리는 이신영을 보고 첫눈에 반했지만, 제자로 지내는 동안은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유독 엄격하게 가르쳤다.

    이신영은 유학 시절 어머니에게 "음악원에 계속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가혹했던 레슨은 훗날 그녀에게 혹독한 클래식 세계를 견디는 단단한 밑거름이 됐다. 라트리는 졸업 후 8년을 기다려 마음을 고백했고, 두 사람은 예술적 동반자이자 부부로 결실을 맺었다.
  • ▲ 오르가니스트인 올리비에 라트리와 이신영 부부.ⓒ롯데콘서트홀
    ▲ 오르가니스트인 올리비에 라트리와 이신영 부부.ⓒ롯데콘서트홀
    이번 공연의 주제는 '춤'으로 바로크 시대부터 20세기 현대음악까지 다채로운 음색의 향연을 예고한다. 라모의 오페라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 중 '야만인의 춤'으로 포문을 연 뒤, 라트리의 솔로 연주인 바흐의 '샤콘느', 라벨의 발레 '다프니스와 클로에' 중 '일출'을 부부 듀오로 만날 수 있다. 이어 이신영이 직접 오르간용으로 편곡한 보로딘의 '폴로베츠인의 춤' 솔로를 연주한다.

    2부에서는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네 손 버전으로 들려준다. '봄의 제전'은 두 사람이 부부로서 처음 합을 맞추고 음반(BNL)으로도 발매한 대표 레퍼토리다. 라트리는 "수 세기 동안 춤은 작곡가들에게 훌륭한 영감의 원천이었다. '봄의 제전'에서는 오케스트라 음향을 재현하면서도 오르간 고유의 소리를 잃지 않는 음색 조합에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오르간 포핸즈는 두 연주자가 하나의 오르간에 앉아 네 손과 네 발을 고르게 사용하는 고난도 연주 형태다. 좁은 콘솔 벤치 위에서 수많은 건반과 페달을 오가야 하므로 손가락이 서로 겹치거나 신체적 충돌이 발생하는 일도 빈번하다. 

    라트리는 "특히 '봄의 제전' 같은 곡에서는 오르간 콘솔 위에서 그야말로 안무가 펼쳐지는 것과 다름없다. 모든 동작 하나하나를 계산하고 몸에 익혀 서로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각자의 공간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신영은 "협소한 공간에서 빠르게 움직이다 보면 신체적 충돌을 완전히 피하긴 어렵다. 남편 손이 제 손보다 훨씬 크고 두꺼워서 가끔 제 손이 아래 깔릴 때가 있는데, 그 통증이 꽤 오래 남곤 해요.(웃음) 하지만 오르간 포핸즈는 하나의 악기를 둘이 함께 지휘하고 설계하는 매력적인 음악적 협업이다"고 덧붙였다.
  • ▲ 오르가니스트인 올리비에 라트리(오른쪽)와 이신영 부부.ⓒ롯데콘서트홀
    ▲ 오르가니스트인 올리비에 라트리(오른쪽)와 이신영 부부.ⓒ롯데콘서트홀
    라트리는 2017년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연주와 2023년 리사이틀 등을 통해 한국 관객과 꾸준히 소통해왔다. 2023년 내한 당시 관객 신청을 받아 블랙핑크 지수의 '꽃'과 '어머님 은혜' 등을 오르간 즉흥연주로 보여줘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한국 관객들과의 만남은 늘 즐겁다. 한국 음악가들과도 인연이 깊은데, 정명훈 지휘자와 협연을 진행한 적이 있고 백건우, 조성진, 임윤찬 연주자의 녹음도 즐겨 들었다. 임윤찬 연주자의 경우 뉴욕 카네기홀에서 아내와 함께 직접 연주를 감상하기도 했죠. 한국의 작곡가 진은숙의 음악도 무척 좋아하는데, 언젠가 그녀가 오르간만을 위한 작품도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연간 5회 안팎의 듀오 공연 외에는 각자 세계 무대에서 솔리스트로 활약하는 부부지만, 함께 연주할 때만큼은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라트리는 "저희의 무대 위 호흡은 일상에서의 서로에 대한 교감이 자연스럽게 음악으로 이어진 결과다. 연습할 때면 음악이 마치 한 사람이 연주하는 것처럼 들려 스스로도 늘 놀라곤 한다"고 밝혔다.

    이신영은 "저희 부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투명함'과 '정직함'이다. 연주자가 음악보다 앞서지 않고 내면의 소리에 정직하게 귀 기울일 때 가장 올바른 울림이 나온다고 믿는다"며 "8년 만에 남편과 함께 고국 무대에 서게 돼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