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 본토 겨냥 ICBM으로 美 손발 묶고대남 단거리 전술핵 전력 증강해 韓 강압화산-31 탑재 주장 600㎜ 방사포 배치 추진이원적 핵위협으로 '통미봉남' 노려전술핵 재배치로 확장억제 신뢰 높여야
  • ▲ 지난 3월 14일 북한 김정은이 북한군 서부지구 장거리포병구분대의 600㎜ 초정밀다연장방사포 화력타격훈련을 참관했다. 이날 참관에는 김 위원장과 함께 딸 김주애도 함께 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 지난 3월 14일 북한 김정은이 북한군 서부지구 장거리포병구분대의 600㎜ 초정밀다연장방사포 화력타격훈련을 참관했다. 이날 참관에는 김 위원장과 함께 딸 김주애도 함께 했다.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재개 의지를 밝히면서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 본토를 겨냥한 전략핵 능력과 대한민국을 겨냥한 전술핵 능력을 병행 증강해 온 북한의 이원적 핵전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에 대해 '57개'라는 구체적인 숫자까지 적시,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북한은 향후 북미 협상에서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핵 능력의 동결·제한을 핵군비통제, 나아가 핵군축 의제로 제시하는 반면, 한국 전역을 겨냥한 단거리 핵전력은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北, 美 겨냥 전략핵과 南 겨냥 전술핵 동시 증강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 핵무기를 한반도에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강압 수단으로 발전시켜 왔다. 특히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는 핵물질·핵탄두 생산능력과 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단거리미사일 등 운반수단을 동시에 증강해 왔다. 북한은 2021년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극초음속무기, 초대형 핵탄두, 고체연료 ICBM, 핵잠수함과 수중 핵전략무기, 장거리 타격능력 고도화를 5대 전략무기 과제로 제시했다. 이후 화성-18에 이어 화성-19 등 고체연료 기반의 ICBM을 공개·시험하며 미국 본토를 겨냥한 전략핵의 생존성과 즉응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美 본토 위협할 ICBM 현실화

    북한의 전략핵 전력은 더 이상 장래의 위협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 한미 당국의 공통된 평가다. 

    마크 버코위츠 미국 국방부 우주정책 담당 차관보는 지난 4월 상원 군사위원회 소위원회 청문회 출석에 앞서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북한 ICBM이 이미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액체연료 기반인 화성-15·17형에 이어 고체연료 기반인 화성-18·19를 시험하며 이동·은닉성과 발사 준비시간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ICBM 전력을 다변화하고 있다. 한국 국방부 국방정보본부에 따르면 ICBM의 경우 북한은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비행능력을 갖췄으나, 모든 ICBM 시험발사가 고각으로만 실시됨에 따라 탄두 대기권 재진입 등 핵심기술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국방정보본부는 미국령 괌까지 도달할 수 있는 화성-12형이 개발돼 작전배치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화성-16계열 극초음속미사일도 개발 중이라고 분석했다.
  • ▲ 북한 김정은이 2023년 3월 27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 지도하는 모습. 김정은은
    ▲ 북한 김정은이 2023년 3월 27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 지도하는 모습. 김정은은 "언제든, 그 어디에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완벽하게 준비되여야 영원히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전술핵탄두 '화산-31'과 600㎜ 방사포로 대남  핵위협

    동시에 북한은 남측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단거리 핵전력을 시험 단계에서 전방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북한은 2023년 '화산-31'로 명명한 소형 전술핵탄두를 공개하고 운반수단인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KN-24(북한판 ATACMS)·KN-25(600㎜ 초대형 방사포), 순항미사일 등 여러 체계와의 호환을 주장해 왔다. 이를 두고 김정은은 2023년 12월 말 초대형방사포 증정식에서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것으로 하여 전망적으로 우리 무력의 핵심적인 공격형 무기로서 적들을 압도적으로 제압해야 할 자기의 전투적 사명을 수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올해 2월 들어서는 KN‑25 계열 4연장 방사포보다 한 발이 늘어난 신형 구성으로 50문을 공개했으며, 3월에는 서부지구 장거리포병부대가 KN-25 12문을 동원해 약 364.4㎞ 떨어진 동해상 표적을 정밀 타격하는 화력습격훈련을 감행했다. 딸 김주애를 대동해 이 현장을 참관한 김정은은 "우리에 대한 적대심을 가지고 있는 세력 즉 420㎞ 사정권 안에 있는 적들에게는 불안을 줄 것이며 전술핵무기의 파괴적인 위력상에 대한 깊은 파악을 주게 될 것"이라며 한국과 주한미군 기지를 겨냥한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600㎜ 초대형방사포의 사거리 420㎞는 북한 전방 지역에서 발사할 경우 부산권까지 도달할 수 있는 범위다. 50문이 모두 5연장 체계로 운용된다면, 일제사격 시 최대 250발을 쏠 수 있다. 한미 정보당국은 이 체계를 다연장방사포이면서도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성격을 가진 무기로 분류하며, 사실상 실전배치 단계에 이른 것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지난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북한이 신형 240㎜·600㎜ 방사포와 자주포, 전술미사일 등 신규 무기체계의 접경지역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핵탑재 가능성을 선전해 온 단거리 타격체계의 전방 배치를 추진하는 것은 수도권과 핵심 군사시설을 겨냥한 조기 핵위협의 물리적 토대를 넓히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핵 사용의 문턱은 낮추고, 한미가 대응해야 할 시간은 줄이는 방식이다.

    ◆선제 핵사용까지 법제화한 北

    특히 이에 앞서 북한은 2022년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정책법'을 채택해 국가지도부나 중요 전략대상에 대한 공격 임박 시 선제 핵타격을 단행할 수 있음을 법제화했다. 지휘통제체계가 공격받아 위험에 처하면 사전 승인된 작전계획에 따라 핵타격을 자동·즉시 실시할 수 있다는 조항도 뒀다. 이는 북한이 핵무기를 군사적 보복수단을 넘어 위기와 전쟁 과정에서 상대의 결심을 흔드는 강압수단으로 운용하려는 교리적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핵무기를 단순한 군사적 방어 수단에 한정하지 않고 정치·심리적 위협 도구로 적극 활용해 한국 사회의 안보 불안을 유도하고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北, 이원적 핵전략으로 한미동맹 '이간'

    아산정책연구원은 2023년 '한국판 MAD와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한국에 대한 핵협박을 일상화하고 미국에 대한 도발은 자제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여 한미동맹을 이간하려는 것"이라며 "전술핵무기'와 '전략핵무기'를 의도적으로 구분하여 미국을 겨냥한 전략핵무기 능력을 제한하는 '핵군축' 협상을 추진하고, 한국을 겨냥한 전술핵무기는 계속 보유하겠다는 의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핵위협은 미국 본토를 겨냥한 전략핵과 한국 전역 및 주한미군의 지휘·공군·항만·증원 거점을 위협하는 단거리 핵전력이 결합할 때 가장 큰 강압 효과를 낸다. ICBM이 미국의 개입 자체를 억누르는 사이에 단거리 전력은 한국 내 군사 거점을 타격해 한미의 결심을 흔듦으로써 작전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 재래식 전력만으로는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초대형방사포 도발에 전략핵으로 응수하기는 확전 위험이 지나치게 커 현실적이지 않다는 한미의 딜레마를 북한도 알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로 전구급 핵옵션 확보해야

    정치권에서는 북한이 실제 사용 가능하다고 믿을 '전구급 핵옵션'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1991년 전면 철수된 미국 전술핵의 재배치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는 독자적 핵무장이나 자동 핵보복과는 엄격히 구별되는 개념이다. 한국이 핵탄두를 생산·소유하거나 핵사용 권한을 이전받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핵무기의 보관·통제·해제와 최종 사용승인권을 계속 보유한 채 한반도에 전진배치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이 전진배치 핵무기에 대한 완전한 보관·통제권을 유지하는 한 핵비확산조약(NPT) 제1조와 제2조에 부합한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핵공유와 같은 논리다.
  • ▲ 지난 6월 11일 서울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6차 한미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 NCG) 회의에 참석한 김홍철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왼쪽 여섯 번째)과 로버트 수퍼(Robert Soofer) 미 전쟁부 핵억제·WMD대응정책 부차관보(오른쪽 다섯 번째)를 비롯한 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뉴시스
    ▲ 지난 6월 11일 서울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6차 한미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 NCG) 회의에 참석한 김홍철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왼쪽 여섯 번째)과 로버트 수퍼(Robert Soofer) 미 전쟁부 핵억제·WMD대응정책 부차관보(오른쪽 다섯 번째)를 비롯한 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뉴시스
    한미는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핵·재래식 통합(CNI) 옵션의 공동기획, 위기 시 협의·소통 절차, 정보공유, 연습·훈련을 발전시키고 있다. 여기에 미국 핵전력의 전진배치 태세와 한국군의 재래식 타격·미사일방어·지휘통제 능력을 결합한다면 확장억제의 가시성과 신뢰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미국이 평시부터 핵전력 운용을 위한 물적·정치적 비용을 한반도 방어에 투입하도록 만듦으로써 한미동맹을 분리하려는 북한의 계산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의 도발이 한국뿐 아니라 미군 핵자산과 지원 인프라까지 직접 위협하는 구도가 형성되면 미국의 방기나 한미동맹 디커플링을 노린 북한의 셈법은 훨씬 성립하기 어려워진다.

    물론 전술핵 재배치에는 적지 않은 비용과 위험이 따른다. 핵무기 저장·정비·경계 시설은 북한의 미사일과 특수전 위협에 노출될 수 있고, 한반도 위기 시 오히려 우선 타격 표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러시아의 외교적 반발과 국내 정치권의 논쟁 역시 재배치 추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감수해야 할 비용이다.
  • ▲ 2024년 11월 1일 북한이 시험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9'형. ⓒ북한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 2024년 11월 1일 북한이 시험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9'형. ⓒ북한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美 전술핵, 고정표적 아닌 '인계철선'으로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전술핵의 현대적 운용 메커니즘과 억제 이론을 간과한 비판이다. 지상 재배치는 과거처럼 대규모 핵탄두를 한곳에 상시 고정 보관하는 방식이 아니다. 주한미군 및 한국군 공군기지의 분산 배치, 기지방호 및 미사일방어(KAMD) 강화, 위기 시 비상·순환 반입 절차를 결합하면 '고정표적'(sitting duck) 위험은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지상 전진배치는 북한의 선제 공격 유인을 낮추는 인계철선(tripwire) 효과도 낼 수 있다. 한국 내 미국 핵자산과 지원 인프라를 공격하는 순간 북한은 미군 피해와 더 큰 미국의 정치·군사적 대응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전술핵 재배치의 부수적 억제효과다. 북한의 대남 핵사용 자체를 억제하는 핵심은 재배치를 통해 한미가 제한 핵사용에 대응할 신뢰성 있는 전구급 핵옵션과 연합 운용태세를 갖추는 데 있다. 나아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의 불법적 핵무장과 선제 타격 교리 법제화가 초래한 억제력 보강 조치이므로 중·러가 북핵 억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한 한국이 감수해야 할 외교적 마찰은 억제력 붕괴로 치러야 할 안보 비용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전술핵 재배치로 北 핵폐기 견인

    재배치의 또 다른 목적은 북한이 핵무기만으로 한국을 강압하거나 북미 협상에서 한국을 배제할 수 없도록 협상·억제의 조건을 바꾸는 데 있다. 6자 회담 정부 대표이자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 합의문 초안 작성자인 유성옥 한반도평화와통일을위한진단과대안연구원 원장(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은 "한국이 비핵국가이기에 '사실상 핵보유 정권'인 북한과 대등하게 협상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북한 핵카드'(핵무기의 배타적인 이점)를 무효화해야 한다"며 "(전술핵 재배치를 통해) 남북이 동등한 조건에서 동시에 핵을 폐기하면서 북한에는 핵 폐기의 대가로 체제 보장, 경제 지원, 미북수교 등 별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의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전술핵탄두를 들여오는 것 자체가 미국의 핵사용 결심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한국을 확장억제의 실질적 당사자로 끌어올리는 효과는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술핵 재배치 여부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어떤 방식과 절차로 이를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실질적 검토다.